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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2021년 2월] 뉴스 기획

코로나19 1년 모교의 대응

고요하게 치열하게…보이지 않게 움직였다
코로나19 1년

고요하게 치열하게…모교는 보이지 않게 움직였다


모교는 관악캠퍼스에 자가격리 시설을 마련해 입국 유학생의 적응을 도왔다. 지난해 8월 촬영한 자가격리동 상주 직원과 학생 봉사자들.


학생들이 떠나간 캠퍼스는 적막했다. 봐줄 이 없는 봄꽃과 신록, 백설만 무심히 머물다 갔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던 시간이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모교의 노력은 멈춘 적 없다. 도서관과 기숙사를 열어두고, 난처한 학생들의 상황을 헤아렸다. 지식을 공유하며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돕기에도 앞장섰다. 코로나와 고군분투한 모교의 1년을 △교육 △생활·공공성 △학술 △의료활동으로 나누어 돌아봤다.


비대면 생활화, 도서관은 열었다

“코로나19 종식시까지 비대면수업 실시를 원칙으로 합니다”. 새학기를 코앞에 둔 지난해 2월, 모교의 학사 운영엔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에 개강을 2주 연기하고도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했다. 한 달 예정이었던 비대면 수업은 이후 무기한 연장됐다.

예기치 못한 변화에 교수도, 학생도 진땀을 흘렸다. 모교는 기기나 인터넷 환경 때문에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도서관에 비대면 수업 전용 스터디룸을 만들었다. 교수들을 위해서는 강의를 녹화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교내 곳곳에 확충하고, 온라인 강의 전용 콜센터도 열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화상 강의 프로그램 ‘줌(Zoom)’ 등을 이용한 비대면 소통은 곧 학내에 정착했다.




지난해 4월 촬영한 학생회관 앞 게시판. 늘 행사 포스터와 알림이 빼곡했던 공간이 비어 있다. 


모교 관정도서관의 비대면 수업 전용 스터디룸  


많은 대학이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시설 출입을 통제했지만 모교 도서관은 계속 열려 있었다. 학생들이 공부할 곳은 남겨둬야 한다는 뜻이었다. “세계 대학 중 유일하게 코로나 사태 동안 도서관을 닫지 않았다”는 모교 관계자의 설명. 열람실 좌석은 띄어앉기로 운영하고,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에 해당되는 구간만 폐쇄했다.

2학기에는 실습·실험 과목 위주로 부분 대면 수업이 이뤄졌다. 그래도 1학기 동안 학생들이 겪은 학업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모교는 총 3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긴급구호장학금으로 지원했다.

역발상도 등장했다. 이번 겨울 계절학기에 해외 대학 교수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가 전공수업으로 개설됐다. 지난해 출국하지 못한 교환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해외 대학의 강의를 들었던 데서 착안했다. 코로나19 창궐 직후였던 지난해 전기 학위수여식은 취소됐지만, 후기에는 온라인 졸업식으로 전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달 말 졸업식과 3월 입학식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번 1학기는 보름간의 ‘비대면 운영 주간’으로 시작해 거리두기 단계와 수업 특성에 따라 대면수업을 조정할 예정이다. 비대면 수업이 더 편해진 학생들을 적응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

특히 등교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2학년이 된 2020학번 학생들을 다독이는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소규모 대면 형식으로 ‘20학번의 날’ 행사를 여는 자연대를 비롯해 각 단대가 21학번과 20학번이 함께하는 오리엔테이션 등을 준비 중이다. 학생회가 20학번을 위해 계획한 ‘이미배움터’도 반응이 뜨겁다.



학생회가 20학번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이미배움터' 안내 이미지



입국 유학생도 책임지고 관리
열어둔 것은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학내에서 긴 시간 연구하는 대학원생, 거처를 찾기 힘든 학생들을 배려해 기숙사를 닫지 않았다. 수업 일정에 따라 입주 기간을 조정해 밀집도를 낮췄다.

수업을 들으러 왔지만 갈 곳이 없어진 국제 학생들도 학내에서 관리했다. 입국이 집중된 기간에 호암교수회관과 기숙사 일부를 격리시설로 전환, 유학생들이 입국 직후 2주간 머물고 일상에 복귀하도록 도왔다. 내부 구조까지 바꿔 가며 철통 방역을 진행했고, 상주 직원과 학생 봉사자가 식사 등을 세심하게 챙겼다. 격리시설에 머문 유학생 J씨는 “하마터면 공항에서 이틀간 노숙할 수도 있었는데 기숙사 격리시설에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모든 학내 방역은 관악구와 긴밀히 협조해 진행했다. 최근엔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 객실 100실을 서울시민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을 필두로 자발적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이 일어나기도 했다. 동문까지 가세해 1,000여 명이 4,200여 만원을 모았다. 모금을 기획한 재학생은 기부금으로 방역 물품을 구매해 지역 병원 등에 전달했다.


호암교수회관과 기숙사 일부 격리시설로 제공
어려운 학생에게 30억원 규모 특별장학금 지급


다학제 연구로 ‘정보 방역’ 앞장
‘당신이 있는 곳에서, 당신이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코로나19 관련 모교의 학술 활동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이다. 다양한 전문가를 보유한 대학의 강점을 활용해 ‘정보 방역’에 앞장섰다.

주축이 된 것은 SNU국가전략위원회 산하 ‘코로나19 사회연구팀’. 인문사회학·철학·자연과학·통계학·의학 등 학내 전문가가 다학제적인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다. 국가정책포럼을 통해 성과를 공유했다.
의대는 ‘코로나19 과학위원회’를 구성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코로나 19 정보 제공에 나섰다. 모교 의대 교수와 외부 의료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해 통계·역학·임상정보, 백신 등 연구성과와 칼럼을 공개하고 있다.

보건대학원은 재난 사회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유명순 교수의 재난심리 연구 결과가 언론에 자주 인용됐다. 보대원 예방의학 전문가를 중심으로 역학조사대응팀도 꾸렸다. 보건진료소 교직원과 함께 학내 확진자와 접촉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SNU 국가전략위원회에서 개최한 코로나 주제 국가정책포럼. 오프라인 참여를 최소화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학내 연구소 활동도 코로나19에 포커스를 맞춰 계속됐다. 지난 1년간 포럼과 웨비나(웹 세미나) 등 학내 구성원에 공개된 코로나19 관련 학술행사만 40여 회. 행정대학원, 아시아연구소, 사회과학연구소, 일본연구소, 인권센터 등이 코로나 관련 정책과 국제 동향,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연구 성과와 제안을 쏟아냈다. 2월 4일에는 수의대가 온라인 강연을 열어 코로나 치료제와 검사 키트 개발에 매진하는 동문들을 소개했다.

모교는 코로나19 통합 지식 허브(www.snu.ac.kr/coronavirus)를 통해 모교의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오세정 총장은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전문가적인 의견을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라며 지식 나눔을 통해 재난 극복을 돕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생활치료센터 등서 의료진 헌신


모교 병원(병원장 김연수)은 지금도 감염병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지난 1년간 모교 병원에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는 누적 240명. 가장 어린 완치자는 생후 13일에 입원한 신생아였고, 최고령 완치자는 94세였다.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부터 약 1년간 모교 병원이 집계한 내용이다.

1년 동안 코로나19로 모교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누적 335명이다. 병상 48개를 확진환자 치료병상으로 운영했다. 중증환자 전담병동은 평균 19.3일 동안 입원했다. 대부분 완치했지만, 사망 환자도 7명 있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의료난이 심각했던 지난해 3월엔 경북 문경의 병원 연수원을 경증 환자용 생활치료센터로 내놨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 노원과 경기 성남 등 3곳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다. 4개 센터에 의사·간호사·방사선사 등 총 321명을 파견하고, 화상 진료를 도입해 본원 의료진이 원격으로 환자를 관리했다. 총 1,138명이 치료를 받았다.


모교 병원이 최근 발표한 '숫자로 보는 서울대병원 코로나19 1년' 이미지  


내원 없이 받을 수 있는 전자처방전을 시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병원 내 역학조사와 지침 안내를 맡은 오보람(간호03-09) 감염관리팀 간호사는 “1년간 확진환자 치료에 참여한 직원들의 감염이 없었던 것이 자부심”이라며 “올해도 함께 잘 이겨 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 코로나19 1년 팩트와 교육 포럼
https://www.snua.or.kr/magazine?md=v&seqidx=9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