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14호 2021년 1월] 기고 에세이

동창회에 바란다: 선약(善約) 장학제도

강규영 경상대 명예교수

동창회에 바란다

선약(善約) 장학제도




강규영

농화학68-72
경상대 명예교수



카이스트에 766억을 기부하신 이수영(법학56-60) 광원산업 회장님의 동창신문 인터뷰 기사가 서울대학교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분이 법대 장학재단 이사장 시절 42억 기부금을 마련하셨지만 “개인의 영달만 추구하는 후배들을 보고 실망하였다”라고 했다. ‘가슴(양심)이 없는 잔재주꾼이 아니라 가슴 따뜻하고 반듯한 지성인 배출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장학제도의 모델인 하버드대 파우스트(D. G. Faust) 총장은 재임 기간(2007-2018)에 약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그녀는 학생과 학부모가 그들의 경제 상황을 입력하면 지원금 명세를 산출하는 NPC(net price calculator)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20학년 자료에 따르면 학부생 20%는 무료, 55%는 가계지원 장학금을 받아 평균 지원액이 5만3,000달러로 학비에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는 수준이다.

서울대는 어떤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어 모든 학생이 사실 국가 장학금을 받는 셈이다. 총동창신문에 따르면 2018년도 서울대 장학금은 855억(교내=324억+교외=531억)으로 수혜율 66.9%라고 한다. 2020년 관악회에서 1,280명에게 34억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선약(善約)’ 장학금 - 사회공헌 엘리트 장학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우수 장학금: 60년대 말 70년대 초 매년 전공학과 학년별 5% 이내 우수한 성적을 취득한 학생에게 주는 ‘우등상’과 상패가 있었다. 긍지와 자부심, 책임감을 고취하는 명예로운 우수 장학금이 필요하다. 단, 가족 소득이 일정 이상인 학생은 일부를 명예의 징표로 주고 나머지는 릴레이 기부로 장학재단이나 친구에게 기부토록 권장하면 어떨까?

·사회공헌 가계지원 장학금: 가계가 곤란한 학생을 위한 재정지원금이다. 전체 장학금 규모가 커지면 가족 소득에 따른 구간별 지원 제도를 마련해서 돈이 모자라 학업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학생이 없도록 지원한다.

·운용 방법: 전 장학생이 자긍심과 책임감을 지닐 수 있게 자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고 또 좋은 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장학금 지급 전 3가지 착한 약속이 필요하다.

·인생사용 계획서: 자기의 꿈과 그 실현을 위한 자필 인생사용 계획서

·미리 쓰는 선약(善約) 릴레이 plus 기부 약정서: 자기 꿈이 실현되는 대로 본인이 혜택을 받았던 장학금+α 릴레이 기부 약정서

·장학금 반납 서약서: 지급 목적을 위반 해 잘못 사용한 경우 반납하는 부모 동반 서약서


장학기금 확충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한 사람의 숭고한 뜻과 정성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미국 명문이 잘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기부한 사람을 명문(名門)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기부의 선순환(善循環)이다. 다듬을 것도 패러다임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몇 가지 기금 마련 방안을 제시해 본다.

·유산의 기부 유도: 영국 케임브리지에 가면 곳곳에 대학(college) 소속 주택들이 있고 그 집을 교환 교수, 박사후 연구원 등에게 저렴하게 주당 임대료를 받고, 관리도 한다. 주민이 기부한 주택일 것이다. 우리도 이런 곳을 눈여겨봐서 기부 재산 규모에 부분적으로 상응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평생 교육, 건강, 법률 등)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장학재단에 넣어 그 뜻을 선양하는 것이다.

·학술림의 활용: 전국에 있는 학술림 중 일부를 ‘엄마 뱃속에서 수목(樹木)장’까지 손잡고 즐겨 찾을 수 있는 수목공원이나 식물원으로 꾸미고, 근처 양지바른 곳에 소규모 ‘SNU 수목 안식처(가칭)’를 조성해서(예를 들면 사계를 대표하는 꽃이 피는 수목+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이팝나무 아래, 은행나무 아래 등) 매년 한식일에 기부자와 수혜자의 마음을 교감하는 ‘보람과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우리 후학들이 돈이 모자라 그 꿈을 좌절시켜서야 하겠는가? 가슴 따뜻하고 책임 있는 올곧은 지성인 양성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