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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2021년 1월] 뉴스 모교소식

관악캠퍼스 정문 '샤' 걷는 공간된다

사람 중심 열린 공간 변신 기대

관악캠퍼스 정문 '샤' 걷는 공간된다

전기차 충전소 쪽에 새 도로 내
드나드는 차량 우회 시키기로
3월 착공 8월 중 완공 목표
사람 중심 열린 공간 변신 기대



모교가 추진하는 정문 환경개선 계획을 현재 모습 위에 표시했다. 차량은 정문 옆 우회도로로 통행하게 된다. 사진=기획처



‘샤’ 모양으로 잘 알려진 모교 관악캠퍼스 정문은 왕복 4차선 도로 위에 서 있다. 항상 차량이 다니기 때문에 기념사진 찍기조차 쉽지 않다. 고아한 대학의 상징으로서 정문의 의미는 약해지고, 일일 차량 1만5,000대가 드나드는 ‘교통 구조물’이 됐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오는 8월이면 이같은 정문 주변 풍경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모교가 정문 주변 환경을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서울대 정문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주요 골자는 △정문 주변을 열린 공간으로 전환하고 △정문 옆 자동차 우회도로를 확보하며 △정문 앞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것. 현재 정문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주변 환경을 바꿈으로써 서울대 정문의 정체성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캠퍼스위원회를 통과한 후 3월 착공, 8월 준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1월 현재 추진중인 안에 따르면 현재의 보행로가 확대돼 ‘샤’ 정문을 품은 광장이 조성되고, 정문 아래로 차 대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된다. 정문을 관통하던 차도는 전기차 충전소 쪽에서 들어와 정문 옆으로 지나도록 우회도로를 낼 계획이다. 정문 부근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매일 혼잡을 빚는 정문 앞 교통 동선도 매끄럽게 정리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8월부터 차 안 다니는 정문…기념사진 맘껏 찍으세요


이번 정문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강준호 기획처장은 지난해 6월 학내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업의 취지를 공유했다. “그동안 사람이 아닌 차들이 정문 아래를 달리는 살풍경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왔다”며 차량 중심적인 현재의 정문 환경이 야기해온 문제점을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보행자가 지금의 정문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내려가야 한다. 졸업생과 방문객이 차도에서 위태롭게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정문 안팎의 교통 흐름도 원활하지 못했다. 왕복 4차선 도로 위에 조형물이 놓여 가용 차로는 사실상 2차선이었다. 정문 옆으로 학교를 빠져나가는 길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모양새다.

정문 부근에 강남순환도로 나들목이 들어선 후 차량 통행과 사고 위험은 더욱 늘어났다. 정문 앞에 신림선과 서부선 등 경전철역이 들어설 것을 감안하면 교통 환경을 정비해 둘 필요가 있었다.

모교는 정문을 중심으로 광장을 조성하고, 정문 옆에 왕복 4차선 도로를 새로 만들어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모교 진입차로를 2차로 확보해 병목현상이 개선될 전망이고, 정문 앞 교차로에서 모교로 진입하는 동선은 좀더 직선으로 다듬어진다. 관악구청 방면에서 학내로 진입하는 버스 차로도 한 차선 늘리기로 했다.



작년 2월 졸업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관악캠퍼스 정문 앞 도로의 안전지대에 줄지어 선 모습.



안전 문제와 별개로 현재 정문을 둘러싼 환경이 학교의 상징인 정문을 권위적이고 고립된 이미지로 만들고 있다는 아쉬움도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학내 건축으로는 드물게 초기 단계부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했다. 강준호 처장은 “지난해 6월 기획처에서 학내 공모전을 열어 새 정문 주변 환경의 콘셉트와 명칭 등의 의견을 받았고, 학사위원회를 통해 학장단 의견을 모은 결과 대부분 정문 환경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공모전에 참여한 진사굉(대학원18-20) 동문은 “흔히 ‘학교 앞에서 보자’고 말하듯 학교 정문엔 공공성과 장소성이 있는데, 지금의 서울대 정문은 공공장소보다 상징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 같다”며 “도시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모교 정문에 공공성과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새로운 정문 풍경은 8월부터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모교는 정문을 시작으로 문화관과 행정관 주변까지 보행자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행정관 앞 잔디광장에 지하주차장을 마련하는 사업이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 역시 주차 공간 확보를 통해 보행자가 다니기 좋은 캠퍼스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강준호 처장은 “코로나로 어수선하고 분주한 시점에 굳이 공사를 해야 하는지 우려하실 수도 있지만, 학생이 캠퍼스를 찾지 못하는 이 시기가 어쩌면 우리 캠퍼스를 더욱 대학답게 바꿔 놓을 수 있는 기회”라며 ‘사람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바뀔 정문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박수진 기자



“상징성 큰 서울대 얼굴, 공모전 통해 의견 수렴”

사업 주관하는 강준호 기획처장




모교가 추진하는 정문의 변화는 관악캠퍼스 환경 개선은 물론 지역 상생 효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강준호(체육교육86-90) 기획처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사업 진행 현황이 궁금하다.
“지난해 4월 모교 기획위원회에서 사업기획안이 통과됐고, 도로변경안은 올해 1월 12일 서울시 경찰청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광장 설계공모 입찰을 진행 중이며 8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을 통해 학내 의견을 수렴했는데.
“정문은 서울대의 얼굴로서 상징성이 큰 만큼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보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다. 학생, 교수, 직원 등 300여 분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고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다. 학내 구성원들이 보행자 중심 캠퍼스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아이디어는?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나.
“많은 분이 정문뿐만 아니라 정문과 미술관 사이 나무와 잔디까지 같이 묶어서 개선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우려를 표한 분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반대의견을 주신 분께 장시간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정문 자체는 변화가 없는지.
“제작자의 의도가 있는 조형물인 만큼 손을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정문 앞 교통도 개선될까.
“서울대입구역 쪽에서 와서 좌회전 한 후, 서울대 정문으로 진입하기 위해 꺾어지는 동선(각도)이 다소 완화된다. 교통공학 전공이신 김동규 건설교통공학부 교수님께 검토를 부탁드린 결과, 교통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문을 시작으로 문화관과 본관 잔디밭 주변이 차례차례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된다.
“정문과 문화관, 본관 잔디밭은 학교의 상징이자 중심부다. 캠퍼스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학내외에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별개의 사업이지만 연계성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 사업을 묶어 ‘문화관 재건축-지하주차장 신축-정문 환경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동시에 모니터링, 자문하고 있다.”

-정문 인근에 벤처밸리 조성을 추진 중인데.
“모교 정문과 후문의 낙후된 고시촌과 낙성대를 AI 기반 벤처밸리(일명 S-밸리)로 탈바꿈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문화관을 재건축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주민과 공유하며 서울대와 관악구가 윈-윈 하는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기에 경전철 서부선 학내 연장을 추진 중이다. 서부선은 은평구와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서울시 최초안에 이어 관악구가 서울대 정문까지 연장을 제안했다. 모교는 한발 더 나아가 낙성대 호암교수회관과 문화관을 거쳐 신림선(정문 앞 도입 확정)과 만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문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