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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2020년 11월] 뉴스 단대 및 기과 소식

서울대언론인대상에 고정애 중앙일보 에디터

관악언론인회 총회서 시상


서울대언론인대상에 고정애 중앙일보 에디터

관악언론인회 총회서 시상


10월 16일 열린 관악언론인회 총회에서 고정애 중앙일보 콘텐트 제작 에디터가 제17회 서울대 언론인 대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윤석민 심사위원장, 오세정 총장, 고정애 수상자, 고 수상자 어머니 임상인씨, 김창균 관악언론인회 회장.


본회 관악언론인회(회장 김창균)는 제17회 서울대 언론인 대상 수상자로 고정애(제약87-91) 중앙일보 콘텐트제작 에디터를 선정했다. 10월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악언론인회 총회에서 시상식을 개최했다. 여성 언론인이 서울대 언론인 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동문은 모교 약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밟던 중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하며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청와대 출입기자, 논설위원과 런던 특파원을 거쳤다. 이후 중앙선데이 정치에디터, 중앙일보 탐사보도에디터, 정치팀장을 지내고 중앙일보 콘텐츠 제작 에디터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여기자협회 총무이사를 맡았으며 관훈클럽 제67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런던 특파원 당시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등 유럽 지역의 사건과 현안을 밀도 있게 취재해 국내에 알렸다. 귀국 후 저서 ‘영국이라는 나라’를 냈다. 중앙일보 칼럼 ‘고정애의 시시각각’을 비롯해 ‘서소문 포럼’ ‘분수대’ 등에 기고하며 주로 정치·사회 분야 정론직필에 매진해 왔다.

고 동문은 관악언론인회 회장, 본회 회장, 서울대 총장 등 세 명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300만원을 본회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고 동문은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시대, 친숙했던 저널리즘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관점과 의견, 권력 감시라는 기자의 본령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상이 더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남자 기자라면 겪지 않아도 될 위기를 겪으며 선배들이 길을 만들었다. 여기자들의 집단적 성취가 이 상을 가능하게 했고 제2, 제3의 수상자가 꼭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석민(신문81-85) 모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심사 경위에서 “여성 언론인들 중에 혁혁한 성과를 낸 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차례 언론인 대상 수상자에 없었다는 반성이 있었다”며 “여성 언론인으로 대상을 한정했지만 관악 출신 여성 언론인 분들의 풀이 굉장히 넓어 누구를 선정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총회에는 이희범 본회 회장, 모교 오세정 총장, 관악언론인회 김창균 회장, 이형균·배인준·이용식 명예회장을 비롯해 언론인 동문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정민(언론정보97-01) MBC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김창균 관악언론인회 회장은 수상자 고정애 동문에게 “신문에서 좋은 글은 남이 모르는 얘기가 있어야 하고,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상자의 글이 그렇다”며 “늘 배우는 자세로 글을 읽고 있다”고 축하를 전했다. 또 “매년 4월에 행사를 갖곤 했는데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올해는 아예 총회를 못 하게 될까 걱정하다 규모를 줄여 열게 됐다. 내년 4월에 코로나 걱정하지 않고 인원 제한 없이 만나자”고 인사했다.

이희범 본회 회장은 “34년간 공직에서 사무관에서 장관까지 지내면서 언론인과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다. 요즘 언론인들도 어려우리시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인답게 정론을 펼치고 계시니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동창회 비전과 근황을 소개하고 고정애 수상자에게 축하를 전했다.

오세정 총장은 “언론도, 대학도 같은 위기를 겪는 것 같다”며 모교의 근황을 설명했다. 출국하지 못한 교환학생들이 해외 대학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듣는다며 “겨울 계절학기부터 외국 대학 교수를 초빙교수로 모시고 비대면 형식으로 강의를 개설하는 시도를 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건배 제의를 부탁받은 이형균 명예회장이 “코로나 때문에 단촐하게 열게 되어 죄송하다”며 “코로나를 대신해 용서를 빈다”고 너스레 섞인 인사를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동문 언론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와 만찬을 나누며 내년을 기약했다.
박수진 기자


수상소감

“여기자들의 집단적 성취가 만든 상”


선정 소식을 듣고 나서 몸 둘 바를 모를 때 한 지인이 이메일을 보내 주셨습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 인촌상을 받을 때 했던 소감이었는데, ‘상이 아니라 벌’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감히 박완서 선생님 얘기를 인용하는 게 좀 저어되긴 하지만 저도 그런 마음입니다.지금까지 잘해왔다기보다 앞으로 더잘하라는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론이 위기라는 얘길 했는데 실제로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시대입니다. 산에 오를 만하니까 하산하라 하고, 칼을 벼렸더니 더 이상 칼 쓸 일이 없는 것처럼, 세상이 복잡하다는 걸 깨닫게 되고, 팩트라는 게 널려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찾아가서 의심하고, 반문하고, 발굴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또 그런 것들을 굉장히 미묘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을 만하니, 제가 알던 그 친숙했던 저널리즘의 세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참된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시대고, 객관적 옳음이 아니라 주관적 옳음이 정말 옳다고 믿는, 그런 유혹도 거센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관점, 의견, 그리고 권력 감시라는 기자의 본령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상은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모교가 주신 상이라 더 큽니다. ‘내가 정말 좋은 학교를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후배들과 얘기하다 보면 기자로서 더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후배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좀더 힘내서 같이 가보자고,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동료 여기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께서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남자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무수한 장애물을 거쳐야 선덕여왕이 탄생한다고 했습니다. 남자 기자라면 겪지 않아도 되는 엄청난 위기를 겪으며 선배들이 길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받았지만, 여기자들의 집단적 성취가 이 상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2, 제3의 수상자가 꼭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집에서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딸을 견뎌내준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중앙일보란 큰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여기 계신 동문 언론인들이 아니었다면 저의 오늘도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