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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020년 8월] 뉴스 모교소식

휴먼스 오브 스누 ● 10

“할머니께 캠퍼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휴먼스 오브 스누 ● 10

요즘 서울대생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모교 재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해 기록하는 휴먼스 오브 스누 프로젝트가 동창신문에 인터뷰를 제공합니다. 이들이 만나서 묻고 듣는 소소한 이야기 속에 후배 재학생들의 일상이 보입니다. 익명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이들의 원칙입니다. 페이스북(@humansSNU)과 인스타그램(@humanssnu)에서 다른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할머니께 캠퍼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행복한 순간들을 어떤 방식으로 남기나요?
“저는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남긴 행복한 순간엔 어떤 게 있었나요?
“사실 가족 여행을 거의 1년에 한 번씩 가서, 정말 소중한 기억들이 많아요. 가족들이랑 그 여행지에서 찍은 동영상들이 가장 소중해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할머니가 얼마 전에 많이 편찮으셔서 거의 혼수상태에 빠지셨어요. 그래서 다시 못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컸는데… 제가 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1박 2일 동안 지내면서, 저녁에 산책할 때 할머니랑 같이 찍은 동영상이 있어요. 영상 속에서 할머니와 제가 ‘지금 우리는 뭘 하고 있고?’ 묻고 함께 ‘산책을 하고 있고’ 하고 답해요. 그러다 제가 ‘할머니 사랑해요’ 말하면 할머니도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게 지금 제가 간직하고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가족의 사진, 동영상을 꼭 남기란 말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직접 실천하는 게 대단하네요.
“저도 사실 그 동영상이 할머니랑 찍은 가장 긴 동영상이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남겼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이 옷도 그날 할머니랑 찍었던 동영상을 생각해서 입고 왔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께서 혼수상태에 빠지시기 전에 꼭 서울대 캠퍼스를 한 번 구경시켜 드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쓰러지셔서…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어서 옷을 이렇게 입고 왔습니다.”


경영대학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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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 내가 좋아하는 것 쭉 적어봤죠”

-궁극적인 목표나 진로가 있나요?
“사실 1, 2학년 때는 막연하게 친구들 따라서, 과 선배들 따라서 ‘로스쿨을 가야겠다’, ‘변호사가 되면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고, 나중에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일종의, 진로 고민 유예인 거죠. 군대를 가면서 법학이란 학문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겠다’, ‘나는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경영학에도 흥미가 있었고 기업 활동이나 회계에도 관심 있었으니까 또 다른 서울대생 친구들처럼 ‘CPA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원래는 학교도 안 다니고 하려고 했는데, 아닌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공부는 당연히 누구나 힘들 수 있는데 그걸 버티게 해주는 동인들이 있잖아요. 회계사가 돼서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을 재정의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혹은 회계사가 된 후 다른 공부를 더 해서 하고 싶은 일에 활용한다는 생각을 했으면 공부가 힘들지 않았을 텐데, 저는 그런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하게 주위에서 많이 하고, 안정적이라고,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으니까 괜찮은 진로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 거라서 공부를 오래 할 수가 없었죠.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고민을 했어요. 내가 진짜 좋아했던 건 뭔가, 해서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걸 주욱 적어봤는데, 하나는 공연예술, 공연미학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또 하나의 진로 선택지로 놔두고 있었고요.

교육에 관한 고민은 단과대에서도 많이 했었고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분야라서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를 더 필요로 하는 영역이 아닌가. 그래서 일단은 관련된 일을 여름에 좀 해볼 생각이에요. 지금은 교육 봉사라는 대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에서 조금 벗어나서, 에듀테크 쪽에 관심이 많이 있어요.”


사범대학 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