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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호 2020년 4월] 뉴스 기획

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얼떨결에 시작한 온라인 강의, 타성을 깼다

교수와 학생이 말하는 비대면수업


얼떨결에 시작한 온라인 강의, 타성을 깼다

교수와 학생이 말하는 비대면수업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가 학교 집무실에서 화상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태블릿PC를 활용해 다른 화면으론 판서를 하고 있다.



화상강의 솔루션 ‘줌’ 도입
교수·학생간 상호작용 도와

수강생 많아지면 잡음 섞여
음질 중요한 음악대선 난색


코로나19 여파로 모교 캠퍼스의 봄 풍경이 달라졌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예년과 다름없이 곳곳에서 꽃잎이 움트지만, 그 어디서도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등교도 하교도 없는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엔 3월 16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두 주간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아직도 ‘심각’ 단계이고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4월 12일까지 연장했다. 최악의 경우 이번 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대면 수업은 크게 ‘온라인 수업’과 ‘과제물 부여 및 토론학습형 수업’ 두 가지로 나뉜다. 후자는 서울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e-Teaching & Learning 이하 eTL) 강의실에 과제물을 등록하고 질의 응답하는 수업으로 온라인 카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교수자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느려 지양되는 방식이다.

전자는 다시, eTL에 실시간 원격강의 솔루션 ‘줌’(Zoom)을 연동한 ‘동시간 온라인 강의’와 eTL을 활용한 ‘동영상 녹화 강의’, 다른 대학의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강의’ 등 셋으로 나뉜다. K-MOOC 강의는 강의 책임자가 지정한 과목을 들어야 수업 시수로 인정된다. 교수자와 학습자 간 가장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 본부 측에선 동시간 온라인 강의(이하 화상 강의)를 권장하고 있다.

화상 강의를 개설 및 수강하기 위해선 반드시 ‘학교 메일(@snu.ac.kr)’을 아이디로 하여 줌에 가입하고, 회의용 줌 클라이언트를 설치해야 한다. 교수자가 로그인 후 메뉴에 따라 강의를 개설하면 9자리 숫자로 된 강의 ID와 참가 URL이 생성되는데, 이를 학습자와 공유하고 약속된 시간에 접속하면 화상 수업이 이뤄진다. 화면공유를 통해 교수자와 학습자가 하나의 노트에 같이 필기할 수도 있고, 녹화가 가능해 결석한 학생도 나중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출석이 인정되진 않는다.


수업 집중도 높은 만큼 피로도 높아

정치외교학부 박원호(정치89-93) 교수는 “해보니까 의외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했다. “대면 수업 땐 구석 자리에 앉아 딴짓하는 학생이 늘 있는데, 화상 강의엔 자기 얼굴이 다 모니터에 뜨니까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니터로는 학생 개개인이 교수와 1대1로 마주하는 셈이니까요. 특히 채팅창을 활용하면 여러 학생이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대면 수업에선 다른 학생이 말할 땐 자기 생각이 있어도 기다려야 되고 그러다 보면 깜빡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화상 강의에선 그런 제약이 없어요. 어떤 면에선 더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거죠. 대면 수업이 재개돼도 교구로서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박 교수는 더 원활한 화상 강의를 위해 태블릿PC와 태블릿PC용 펜슬을 구입하기도 했다. 마우스나 키보드로는 아무래도 판서에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같은 시간대에 모여 수업이 이뤄져도 서로 다른 공간에 있다 보니 농담이 잘 안 통한다. 수업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 같은 것을 하기 어렵다 보니, 집중도가 높아지는 만큼 피로감도 빨리 온다.

동영상 녹화 강의로 오면 이러한 피로감은 더 심해진다. 학생들 입장에선 중간중간 정지 버튼을 눌러 쉴 수도 있고 잘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돌려 들을 수도 있지만, 영상을 녹화하는 교수 입장에선 대면 강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흔하다. 교수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상 제작 전문가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스터디룸 갖춰 교수학습 지원

심리학과 곽금주(가정관리77-81) 교수는 “K-MOOC를 제작한 경험이 있어 주변 교수들이 자신이 만든 동영상 녹화 강의를 들고 와 자문을 구하는데, 솔직히 전달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어떤 교수는 조명도 없이 본인의 캠코더로 강의를 녹화하기도 해요. 화면이 어둡고 음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죠. 방송 경험이 없는 교수들은 발음도 좀 부정확합니다. 학생들한테서 입시 때 들었던 인강보다 못 하다는 평을 받을까 봐 걱정이 돼요.”
곽 교수는 학교 본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기도 했다. 성균관대는 일찍부터 이번 학기 전체 수업을 비대면 수업으로 할 수도 있다고 공지했고 2월부터 교수들에게 강의를 녹화하도록 지원한 것에 비해 모교의 대응은 한 박자 늦었다는 것. 그는 또 “비대면 수업이 연장된 것을 언론을 통해 먼저 알았다”며 일선 교수들의 의견 수렴 없이 비대면 수업을 연장하고 통보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비대면 수업이 연장될 수도 있다는 사전 공지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두 주에 불과하니까 첫 주는 수강변경 기간이니 둘째 주 수업만 잘 따라잡으면 될 거라고 예상한 교수들도 적지 않아요. 그런데 또다시 두 주가 연장되니까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불만이 제기되기도 해요.”

그러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K-MOOC 강좌 개설 때 한 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으니 강의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학생들한테 쏟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사회가 계속 변화하는데 강의실만 기존 틀에 박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교수들은 꼭 칠판에 판서를 해야 강의가 된다고 하는데, 요즘 시대엔 그게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에게 자기 교수법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학교 탓, 코로나 탓만 하지 말고 교수들이 스스로 변신을 꾀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학교는 교수들의 강의 녹화를 지원하기 위해 일부 강의실과 교수학습개발센터, 관정도서관 등에 전문 스튜디오를 마련해 두고 있다. 특히 관정관 6층 미디어플렉스에는 판서, 프리젠테이션, 화상 강의 등 교수자가 선호하는 유형에 따라 맞춤형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학생 개개인마다 인터넷 사용환경이 다를 것을 감안, 비대면 수업 수강 전용 스터디룸을 관정관 1층 메가스터디룸과 중앙도서관 2층 정보검색실 두 곳에 운영하고 있다. 개강 전 네트워크 1.6배 증속, eTL 서버 자체 클라우드 방식 5배 확충 등 관련 설비를 보완해 당초 우려됐던 서버 불안정이나 과부하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관정관 1층 메가스터디룸에서 재학생 몇몇이 학교 컴퓨터를 활용해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미대는 연구 노트 활용해 과제 점검

실습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음대나 미대는 어떨까.

미대는 이번 학기 과제전을 강좌별 연구노트 및 과제물 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 졸업미전 또한 평년 대비 2주 연기하며, 대면 수업 실시 여부에 따라 온라인 전시로 대체하거나 다음 학기 졸업미전 때 통합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본지 제호를 만든 디자인학부 김경선 교수는 “800여 명의 학부 및 석박사 재학생 모두에게 3권의 연구 노트를 긴급 발송했다”며 “이를 활용해 리서치, 스케치 등을 기록해 제출하고 점검받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명 이내의 석박사 수업은 화상 강의로 하고 있고 아직까지 큰 무리는 없습니다. 되레 화상 강의에 특화된 교과 주제를 선정, 기술적 환경을 잘 활용하고 있죠. 개인별 또는 2~3명의 소그룹 단위로 진행되는 논문지도 역시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더 자주 하게 되는 장점이 있어요. 화면을 서로 공유하다 보니 학생들의 사전 준비도 잘 되는 경향을 보이고요. 물론 대면 수업에서 전달되는 현장감과 강의의 흐름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음대는 학습자가 과제수행을 녹음 또는 녹화한 자료로 제출하고 교수자가 이에 대해 코멘트하는 방식으로 출석 및 평가가 이뤄진다.

작곡과 김규동(작곡86-90) 교수는 “음대는 대면 수업 때부터 대부분 1대1 방식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화상 강의의 장점이라고 할 만한 것이 딱히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대는 학문 특성상 음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화상 강의로 쓰고 있는 줌을 비롯해 온라인 수업의 여러 소프트웨어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요. 향후 관련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능 보강이 필요합니다. 저는 전공 수업이 작곡이라 음대의 다른 학과에 비해선 그나마 낫습니다. 악보를 매개로 수업을 진행하니까요. PDF를 비롯한 악보 파일을 화면에 띄우고 태블릿PC의 펜슬로 실시간 첨삭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 수 많아지면 학생 만족도 낮아져

수업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학생들은 수강생 수에 따라 비대면 수업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다. 2학년 지혜정(교육19입)씨는 “4명이 함께 들었던 화상 강의는 대면 수업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호평하면서도 “25명이 수강하는 전공 수업에선 짤막한 질의응답은 어려워 아쉬웠다”고 말했다. “화상 강의는 한 사람이 마이크를 켜면 나머지는 경청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발제를 할 땐 적당하지만, 토론의 형식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전공이 교육학이어서 온라인 강의의 장단점과 교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신입생 최서우(경제20입)씨는 “대면 강의를 구현하려고 애는 썼지만,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줌을 활용해도 70~80명이 넘는 대형 강의를 들을 땐 10~15명만 동시에 마이크를 켜도 잡음이 뒤섞입니다. 수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때가 많아요. 또한 아무래도 처음 겪는 수업 형태이기 때문에 마이크 음소거 해제 등 프로그램 조작 미숙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기도 해요. 수업 중 마이크를 켜놓은 채 잡담을 하거나, 개인 업무를 보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하죠.”

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일이 3월 16일로 늦춰진 만큼 이번 학기 종강일은 6월 19일로 조정됐다. 기말고사는 반드시 치러야 하지만 중간고사는 교수자 재량에 따르도록 했으며, 실험·실습·실기를 포함하는 수업의 경우, 7월 24일까지 보충수업 기간을 마련했다.

나경태 기자



달라진 캠퍼스 이모저모


식당엔 칸막이, 본부엔 열화상 카메라도



기숙사 식당 식탁에 코로나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맞은편에 침이 튀지 않도록 칸막이가 설치됐다.



비대면 수업 말고도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캠퍼스의 풍경은 또 있다. 학교 바깥에서처럼 학교 안에서도 대부분의 구성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박물관·미술관·규장각·체육관·포스코체육센터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설 대부분이 휴관에 들어간 것. 본부 행정관, 수의과대학, 학생회관 식당 입구 등 건물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것도 눈에 띈다.


중앙도서관 및 관정도서관은 ID 태그와 함께 체온측정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도서관에 들어가더라도 그룹스터디룸을 비롯한 일부 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


모교 보건진료소는 지난 2월부터 학생회관 정문 앞에 예비진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발열, 기침, 인후통, 가슴통증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체온 측정을 원할 경우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여행력이 있거나 확진 환자 및 유증상자와 접촉했을 경우 반드시 방문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 약 100명이 예비진료실을 다녀간다.



본부 행정관 현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한 학생이 학생회관 앞 예비진료실에서 체온을 재고 있다.



학교는 또, 외부인의 학내 식당 이용을 통제하고 식당 출입로를 단일화했다. 학생회관 식당의 경우 식권판매소 쪽 출입문과 퇴식구 쪽 출입문 두 곳만 개방하며, 기숙사 식당의 경우는 식당 쪽 출입문을 막아 중앙계단 쪽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식탁 위엔 칸막이가 설치돼 독서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4월 5·12·19일 일요일엔 정문을 통한 차량 출입을 제한한다. 봄이 되면서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