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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호 2019년 10월] 뉴스 모교소식

모교 국제 교수 224명, 유학생 정착·한국학생 해외진출 도와

서울대 정년제도 매력적이지만 자녀교육 문제
서울대 정년제도 매력적이지만 자녀교육 문제

모교 국제 교수 현황


“‘외국인’ 교수, 학생보단 ‘국제’ 교수, 학생으로 써 주길 바랍니다. ‘국제’는 늘 외부에 존재하는 듯한 ‘외국인’보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덜하죠. 언어가 인식을 만든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줬으면 해요.”

산야 마틴(Sonya Martin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국제교수회 회장은 본지의 ‘외국인 교수’ 관련 취재 요청에 이렇게 당부했다. 모교 국제 교수는 2018년 4월 기준으로 전임교원 106명, 비전임교원 118명을 합해 총 224명이다. 1996년에는 20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국제 교원을 본격적으로 유치, 2009년 100명을 넘겼다.

이들이 서울대에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민교 국제협력본부장은 “서울대에서 정년까지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는 교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종신직을 얻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유럽 출신의 교수에게 선호도가 높다. 한편으론 평생 직장이라는 마인드가 약해 한 대학에 정착하지 않는 경향도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 교원이 모교에서 겪는 애로사항은 국제 학생과 마찬가지로 언어 문제가 크다. 2017년 다양성위원회에서 국제 교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45%는 ‘한국어를 아주 조금 구사하거나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제협력본부에서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지 않는 이상 시간을 쪼개 한국어를 배울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국제 교원들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교수 회의, 영문이 병기되지 않은 공문과 행정 서류 등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엔 모교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영문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1년 모교에 부임한 산야 마틴 국제교수회장은 “아직 완전한 건 아니지만 학교 포털이나 연구업적관리시스템 등의 영문 기능이 개선됐고 교수 인사 규정과 승진 가이드라인도 영문으로 제공되기 시작하는 등 부임 당시에 비해 나아진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임교원 106명 등 총 224명 재직
교수 회의·행정서류 이해 어려워
자치기구 SNU 국제교수회 조직
유학생 정착·한국학생 해외진출 도와


학교 밖 생활에서 국제 교원들은 주거와 자녀 교육 문제, 배우자의 취업 기회의 불확실성 등을 주된 어려움으로 꼽는다. 구민교 국제협력본부장은 “초창기에 온 교원들의 재직 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면서 자녀 교육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 교원들이 초등학교까지는 자녀를 교육시키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이후 교육과정부터 자녀에게 적합한 자녀 교육 기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국제학교 학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통학을 위해 주거지를 새로 구하기에도 금전적인 한계가 있어 결국 자녀교육 문제로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또 국제 교원은 교수 아파트에 7년 한정으로 거주할 수 있고 이후엔 보통 전세를 통해 주거지를 구하는데 외국인이기 때문에 은행 대출을 넉넉히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2016년 출범한 SNU국제교수회는 이러한 처지에 있는 국제 교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꾸린 자치기구다. 재직 중인 전임, 비전임 국제 교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학내 국제 학생들을 돕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서울대 큰엄마’로도 불려온 산야 마틴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최근 회장으로 선출됐다.

SNU국제교수회는 국제 교원 간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는 동시에 서울대의 국제화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단체다. 모교 국제화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주도하고 해외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싶은 모교 대학원생을 위해 매학기 ‘해외 대학원 진학 설명회’를 개최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마틴 회장은 “이같은 활동은 국제 교원을 유치해 국제화가 이뤄지면서 얻은 강점”이라며 “국제 교원들이 자국의 교육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범대에서도 국제 학생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 ‘iSNUCE’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마틴 회장은 또 “정치·사회적으로 서울대 조직에 국제 교수와 학생이 통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국제화를 지지해주는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며 “자녀 교육과 교수 및 가족을 위한 언어 교육, 주거 문제 등 국제 교원이 계속 겪어온 문제를 논의하는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국제교수회의 거버넌스 기회를 넓히고 국제협력본부와 다양성위원회, 서울대 여교수회와 협력해 서울대 내 다양한 커뮤니티의 요구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