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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2019년 8월] 뉴스 모교소식

“당신 장례식에서 대접하고 싶은 음식은?” 질문 받는다면…

인터뷰 집단 ‘휴먼스 오브 스누’ 인터뷰


“당신 장례식에서 대접하고 싶은 음식은?” 질문 받는다면…


인터뷰 집단 ‘휴먼스 오브 스누’ 인터뷰



‘휴먼스 오브 스누’는 각각 인터뷰와 사진, 번역을 맡은 13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수민(인터뷰)·신정현(번역)·김승민(번역)·김승교(인터뷰) 씨.




요즘 서울대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콘텐츠가 있다. 2016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연재 중인 ‘휴먼스 오브 스누(Humans of SNU 이하 휴스누)’다. 뉴욕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SNS에 기록하는 ‘휴먼스 오브 뉴욕’ 프로젝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휴스누는 틈만 나면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비며 학생·교직원·방문객까지 각양각색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용기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낯가림이 많다”는 이들을 지난 7월 26일 관악캠퍼스 내 카페에서 만났다. 총 13명의 멤버 중 대표 신정현(의예 18입)·부대표 김승민(농경제사회 15입) 씨와 김승교(국사 16입)·권수민(산업공학 18입) 씨 등 4명이 참석했다.


-‘휴스누’를 소개해 주세요.
“인터뷰어 5명, 포토그래퍼 5명, 영어 번역 3명이 활동 중이에요. 영상팀과 디자인팀도 뒀고요. 매주 1회 공강 시간을 활용해 인터뷰를 하는데 보통 인터뷰어와 포토그래퍼가 짝을 지어 인터뷰를 나가요. 때로는 번역이 나가서 영어 인터뷰를 진행하고요. 짝수 일에 인터뷰 내용을 SNS에 올리고, 지금은 방학 중이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 인터뷰를 청하나요.
“너무 바빠 보이지 않는, 쉬고 있는 사람들이요. 자하연에 자주 가서 오리나 고양이를 보는 사람들을 찾아요.”(신정현)

-특이한 질문이 많던데요. ‘내 장례식에서 대접하고 싶은 음식’도 묻고요.
“‘키워드 질문’이라고, 매주 수요일 정기회의에서 랜덤한 질문을 모아요. ‘비오는 날 어떤 일을 하나요’, ‘당신의 삶이 물그릇이라면 얼마나 차 있는 것 같나요’ 등등. 일반적인 대화 순서로는 바로 묻기 어려운 질문을 갑자기 물을 때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신정현)
“질문에 의외성이 있어서 호기심에 답변을 잘 해주시는 것 같아요.”(김승교)

-거절도 많이 당하겠어요.
“정말 많아요. 열 번 정도 거절만 당하고 끝난 적도 있어요.”(권수민)
“그래서 다양한 안이 나왔어요. 명함을 만들자거나, 같은 옷을 입고 다니자거나.”(신정현)
“그럼 더 수상해 보일 텐데.”(일동 웃음)

-살면서 거절당해본 적이 별로 없을 텐데 힘들진 않나요.
“처음엔 힘들어요. 전엔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 일이 없었으니까요.”(김승교)
“인터뷰가 잡히면 스트레스를 받긴 해요. ‘또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말을 걸어야 하는구나’ 아직도 너무 떨려서 거의 랩 하듯이 물어봐요. 근데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과 유대감이 생기는 것 같고 너무 기분이 좋아요. 인류애가 충전되는 느낌?”(권수민)
“맞아.”(일동)
“우리끼리 휴스누 활동을 한 이후에 길거리 전단지를 더 잘 받게 됐다고 얘기해요. 거절을 못 하겠다고(웃음).”(신정현)


평범한 서울대인 생각 기록
사진·번역 함께 SNS에 공유


-SNS엔 인터뷰의 일부만 올리죠. 회의를 통해서 선택한다고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매주 정기회의에서 어떤 내용을 선택해 올릴지 투표를 해요. 왜 올리고 싶은지 의견을 정말 오래 나눠요. 때로는 설득도 하고요.”(신정현)

-휴스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요.
“1학년 때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휴스누를 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도 있고 조금씩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볼 수 있어 관심이 갔어요.”(김승교)
“휴스누를 보면서 학교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세계와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소중하겠다고 생각했죠.”(김승민)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나요.
“경영대 앞에서 노래 연습을 하던 외국인 교환학생 분들이요. 그리스와 멕시코에서 왔는데 여기 오는 게 자신의 꿈이었고,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어요.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김승민)
“그때 멕시코 분이 ‘사람이 꼭 한 나라에 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이 퍼즐조각처럼 마음에 남고 자신은 그 조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얘길 해주셨는데 정말 감탄했어요.”(신정현)

“처음 따라갔던 인터뷰에서 공대 건물의 한 산학기업에 무작정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대화했어요. 이 동아리는 이런 게 가능하구나 싶었죠.”(김승교)
“‘졸터뷰’라는, 동아리를 졸업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전통이 있어요. ‘졸터뷰’를 진행하면서 잘 알던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권수민)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인터뷰는요.
“‘요즘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잘 하고 있어’라고 답한 분이 있어요. 흔하지만 꼭 필요한 말이라고요. 인터뷰를 올렸는데 ‘좋아요’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뿌듯했죠. 그때가 시험기간이라 그런 말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권수민)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 하나봐요.
“음… 지쳐 있어도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신정현)
“전 오히려 고등학생 때 경쟁이 더 치열했기 때문에 지금은 자유로워서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권수민)

-인터뷰를 묶어서 책도 만든다면서요.
“저희 숙원사업이에요. 인터뷰이들에게 허락도 받았고, 여름방학 동안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지금도 회의하고 오는 길이에요. 후배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으시다면 오픈 예정인 크라우드 펀딩 링크(www.tumblbug.com/humansofSNU)를 찾아 주시거나 이메일(thehumansofsnu@gmail.com)로 문의해 주세요.”(김승교)

-활동비는 어떻게 마련하나요.
“중앙동아리는 아니어서 학교의 고정적인 지원을 받진 않아요. 동방(동아리방)도 없고요. 지난 학기엔 교내 지원금을 받아오기도 했어요.”

-휴스누에게 중요한 건 뭔가요.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불공평하게 들릴 수 있는 내용은 올리지 않거든요. 알록달록한 서울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신정현)


휴먼스 오브 스누(휴스누) 페이스북: www.facebook.com/humansSNU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