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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2019년 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치매·우울증은 ‘운동’을 무서워한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칼럼
명사칼럼

치매·우울증은 ‘운동’을 무서워한다


서유헌
의학67-73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뇌는 신체 장기의 하나로서 사고하고, 창조하고, 보고, 듣고, 행동하고, 감정을 느끼는 등의 고위 신경정신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근육 등의 모든 신체기관들을 조절하는 우리의 삶과 생사를 결정하는 인간생명 그 자체이다.

뇌가 운동화를 신고 읽고, 쓰고, 말하기 등의 뇌 운동을 하게 되면 뇌신경세포의 활발한 작동으로 신경전달기능이 증가되어 새로운 시냅스 회로가 만들어지거나 넓어져서 뇌가 더 발달된다.

이렇게 지적 자극에 의해 뇌가 활발히 움직이면 뇌가 행복해지고 뇌가 조절하는 신체의 모든 부위도 활력이 증진되어 나이보다 젊어져 건강해지나 운동화를 벗고 뇌 운동을 안하면 뇌에 적절한 자극이 없으므로 뇌와 신체의 활력도 떨어지게 되어 늙게 되고 불행하게 되며 정신적, 신체적 질병이 함께 증가된다.

또한 운동화를 신은 뇌가 신체적 운동을 지시하게 되면 신체가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뇌에 있는 운동중추와 감각중추도 덩달아 발달하게 된다. 뇌로 들어가는 혈류량과 뇌 유래신경 성장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증가되어 뇌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시켜 해마와 대뇌피질이 두터워진다. 또한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머레이즈(telomerase)조절을 통해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 세포가 늙게 되는데 운동은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억제함으로 해서 노화지연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고된다.

즉, 뇌에 신선한 자극이 없거나 신체운동을 하지 않는 운동화 벗은 뇌보다 뇌 운동과 신체 운동을 하는 운동화 신은 뇌가 뇌기능이 좋고 신체가 건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뇌가 운동하면 뇌 기능이 직간접적으로 활성화되어, 여러 신경전달물질들의 기능 부조로 인해 생긴다고 알려진 우울증, 뇌졸중, 불면증 등을 예방할 수도 있어 운동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며 가장 좋은 명약이다. 또한 뇌신경계, 면역계와 호르몬계에 미치는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막아 치매, 암, 성인병 등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게 해준다. 뇌의 성장을 관찰해보면 뇌 운동에 의해서 죽은 신경세포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지만 죽은 세포 주위에 있는 신경세포의 회로망이 새로 만들어져 죽은 세포의 기능을 대체한다.

세계 각국의 장수촌에서 살고 있는 장수자들을 조사해보면 대부분이 자연 속에서 열심히 낙관적으로 일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였으며 자연이 주는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즐겁고 긍정적으로 살았다.

최근 미국 국립 암센터에서 65만명을 상대로 조사 연구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간 빠른 걸음으로 매일 10분 정도 걸으면 1.8년, 매일 30분 정도 걸으면 3.4년, 매일 1시간 걸으면 4.5년 이상 수명이 증가한다고 한다.

80세 이상 고령자들의 팔다리 근력을 조사해보니 근력이 좋은 상위 10% 그룹이 하위 10% 그룹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60%정도 감소한다고 최근 미국에서 보고되었다. 최근 국제 역량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간의 학습전략 수준은 한국이 5점 만점에 2.9점으로 최하위를 차지하였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나이에 무엇을 배우냐면서 꺼린다.

뇌의 놀라운 점은 신체기관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지만 뇌는 노력에 따라 평생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운동화 신은 뇌로 열심히 노력하면 시냅스 회로의 연결은 넓어지거나 치밀해져서 더욱 강화되지만 별 자극 없이 방치하면 약해져 기능이 퇴화한다. 나이가 들어도 뇌를 적절히 잘 사용하면 젊었을 때의 지능을 상당수준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치매와 노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평소에 하던 일을 양은 줄이더라도 즐겁게 계속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샤갈은 98세, 카잘스는 97세, 버나드쇼는 94세, 시벨리우스는 93세에 사망할 때까지 끊임없는 예술혼으로 뇌 운동을 열심히 하며 창의력, 정신력을 잘 발휘하여 불후의 작품을 남겼다. 카잘스는 90이 넘어서도 매일 6시간 연습을 하면서 매일 발전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젊은 제자들에게 ‘나는 노인이지만 매우 젊은 사람이다. 젊게 살라는 말을 세상에 하고 싶다’고 하면서 노년을 운동화 신은 뇌로 적극적으로 즐겁게 보냈다. 세종대왕 밑에서 18년간 영의정으로 지냈던 황희 정승은 나이가 많아 세종대왕께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간청하였으나 죽기 3년 전 87세에 허락을 받았으며 그때까지 끊임없이 뇌 운동을 하며 90세까지 장수하였다. 사무엘 울만이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 열정, 동기, 목표를 가지고 노력할 때가 청춘”이라고 말했다. 80세라도 아름다움, 사랑, 즐거움, 영감을 붙잡고 긍정적으로 적절히 노력하면 청춘이지만 희망과 열정,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비탄에 잠겨 뇌를 잘 쓰지 않으면 20대도 노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고 운동화 신은 뇌로 생활하는 한 뇌는 활성화되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사람들은 ‘성장’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고 늙어가는 일만 남았다고 한탄한다. 성장이 멈춘 신체는 나이에 비례하여 노화하지만 뇌 운동과 신체운동으로 뇌와 신체의 활력을 키운다면 나이보다 젊고 행복하게 치매 없이 100살까지 살 수 있다. 하지만 중년의 뇌는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풀고, 운동화 벗은 뇌로 무분별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편중된 식습관으로 활력을 잃은 지 오래이다. 그 결과 치매, 우울증, 뇌졸중 등 여러 가지 뇌 질환들과 성인병을 소리 없이 키우고 있다. 그중 치매는 중년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으로, 100세시대의 재앙이라는 말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운동화 신은 뇌로 열정, 흥미를 가지고 일이나 봉사활동, 취미활동을 하면 뇌 시냅스 회로가 강화되어 잠자고 있는 정보의 통로를 강화시킬 수 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늦은 것은 없다. 노년기에도 운동화 신은 뇌로 뇌운동과 신체운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지적 자극이 있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노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뇌와 신체 활성을 유지시켜 뇌 기능의 쇠퇴나 치매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