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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2018년 10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다름과 틀림의 미학

최혜영 동문 기고
동문기고

다름과 틀림의 미학    


최혜영  
기악83-87
음악치료사

몇 해 전에 한 셰프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후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적이 있다. 요즘은 SNS를 통해 한 가지 사건이 일파만파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셰프의 예능 풍년시대라 채널을 돌리면 온갖 먹방 프로그램과 셰프의 출연을 너무나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강레오가 또다른 셰프 최현석을 디스했다, 해외파로 국내파에 대한 일종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 대중을 아래로 보는 오만한 의식이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가 대다수를 이루었다.

한 달 이상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어 의료진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고 2002년 ‘연평해전’의 참상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내려 영화관이 연일 눈물 바다를 이루고 있었던 시기의 관점에서 보면 사치스럽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논란이라 치부될 수 있다.

1989년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는 ‘이단아’가 탄생했다. 테너 박인수(전 서울대 음대 교수, 현 백석대 음대 교수)가 가수 이동원과 함께 ‘향수’를 부른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정지용의 시 ‘향수’를 읽고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불렀다는 그를 클래식 음악을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당시 국립 오페라단에서 제명한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고 대중음악은 저급하다는 배타적인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 준 대중이 있었기에 그는 당시 클래식 음악계에서 생각하는 ‘다름’에서 오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상 장애아들을 주로 접하게 된다. 그들은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나 특수 학교를 다니다가 공교육의 모순에 접하게 되면 대안학교로 옮긴다. 그러나 대안학교도 대안이 되지 못하면 학교를 떠나 홈스쿨링을 택하게 된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해외로의 이민도 어렵게 선택하게 된다.

그들이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부모가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에서 오는 갈등 때문이다. 학생이나 교사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가 버거워질 때 ‘다름’을 원망하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OECD 상위 나라라는 외적인 성장을 자랑하는 사회. ‘다름’을 ‘틀림’이 아니라 온전히 ‘다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 사회를 갈망해 본다. 한 셰프와 한 성악가의 ‘다름’과 ‘틀림’ 파문을 보면서 장애인의 ‘다름’과 ‘틀림’을 떠올리는 것은 과도한 논리의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