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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2018년 10월] 뉴스 모교소식

‘두 얼굴’의 비구조단백질, 연구법 개발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22> 이정호 화학부 조교수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22>

‘두 얼굴’의 비구조단백질, 연구법 개발   


이정호 
기계항공공학97-02
화학부 조교수

-연구 주제가 무엇인지.
“유용한 기능과 질병의 경계에 있는 ‘비구조 단백질’의 연구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비구조 단백질이란.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은 인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각 단백질의 고유한 아미노산 서열은 특정 3차 구조를 갖는 단백질로 번역된다. 이러한 3차 구조는 고유한 단백질의 기능으로 연결된다. 반면 상당수의 단백질은 구조를 갖지 않는다. 이를 비구조 단백질이라고 한다.” 

-왜 ‘경계에 있는 단백질’인가.  
“비구조 단백질은 인체 내에서 상황에 맞게 변하면서 유연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구조 단백질이 주목받게 된 것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응집된 상태로 발견되면서였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베타 비구조 단백질의 응집 물질이 킬로그램 단위로 축적된다. 이렇듯 질병과 관련될 수도 있고, 유용하게 기능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인데 심도 있는 분석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가 어려운 분야인가. 
“비구조 단백질이 많이 연구되지 않은 이유는 연구방법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핵자기공명 분광학은 정해진 구조가 없는 단백질을 원자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도구다. 다만 원자 해상도로 얻은 분광학 신호를 분석하여 비구조 단백질의 새로운 특성을 도출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연구는 연구방법이 잘 정립된 방향으로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발굴보다 기존의 학문을 깊이 있게 추구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연구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들을 푸는 데 적합한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다.”  

-연구 결과가 어떻게 활용될까.  
“본 연구에서 새로운 측정과 분석 방법을 개발해서 비구조 단백질의 형상과 동역학적 특성을 파악할 것이다. 이를 단백질 응집 현상 과정과 연결해서 다양한 퇴행성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장비 구축과 연구비 마련이 쉽지 않지만, 모교와 총동창회의 꾸준한 지원에 힘입어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기계항공공학과 물리학을 함께 전공했는데. 
“호기심 덕에 학부 때부터 다양한 분야를 접했다. 전공 분야를 바꿀 땐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꾸고 나서는 제법 고생을 했다.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게 여기는 핵자기공명 분광학 전공에 이르게 됐다. 여러 분야와 진로를 직접 경험해보기 전엔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용기 있게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길 당부하곤 한다.”박수진 기자



*이 교수는 모교에서 기계항공공학과 물리학을 복수전공했다. 모교 자연대에서 협동과정 유전공학 전공으로 석사학위,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생물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내고 2016년 모교에 부임했다. 단백질 응집과 인식 핵자기공명(NMR)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