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호 2018년 9월] 뉴스 모교소식
최형진 교수 “당뇨병 치료의 열쇠, 뇌에서 찾는다”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21>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21>
“당뇨병 치료의 열쇠, 뇌에서 찾는다”
최형진
의과학과 조교수
의학96-02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지.
“뇌를 타깃으로 한 당뇨병 치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의 당 대사 패러다임을 뇌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뇌 중추 기반의 당뇨병 치료 신약을 개발하려고 한다.”
-기존 당뇨병 연구와 어떻게 다른가.
“현재까지 당 대사와 당뇨병 발병원인의 패러다임에선 인슐린 분비 기능이 있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혈당조절의 중추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가 직접 혈당을 측정하면서 다양한 대사 신호를 감지하고 통합적으로 분석, 판단해서 신체 대사기관들을 조절한다는 기전들이 발표되고 있다.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췌장 중심의 당대사 패러다임으로는 긴밀하고 좁은 범위의 혈당 조절을 설명할 수 없다. 마치 천동설 이후 지동설이 나왔듯이, 기존 패러다임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는 대사질환 문제를 뇌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획한 연구다.”
-진료와 임상경험이 많다고 들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수련 과정과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3년간 근무하며 당뇨병과 비만 등 수많은 대사질환 환자들을 진료했다. 진료 과정에서 느낀 직관과 연구, 공부를 통해 나름대로 오래 전부터 결론지은 것이 있었다. 췌장, 간, 지방조직, 근육 같은 말초 기관보다는 뇌 중추가 더 중추적인 역할로 대사기관들을 종합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탁상공론만은 아니다. 대사 질환인 비만의 경우 현재 여러 가지 뇌 중추 작용 약제들이 판매중이다.”
-비만에서 이미 뇌 중추 기반 치료 효과가 있었나.
“최근 발표된 여러 가지 비만 치료약제들 중 췌장, 지방조직, 위장관, 간 등 말초기관에 작용하는 약제들이 과거 기대했던 것과 달리 개발 과정에서 임상적·실용적인 측면을 입증하지 못했다. 반면 뇌 중추에 작용하는 약제는 개발 과정에서 임상적이고 실용적인 효능을 입증했다. 이처럼 대사질환의 치료에서 뇌 중추의 가능성은 이미 진료현장에서 상당히 입증됐다. 당뇨병의 경우에도 이런 뇌 중추 치료를 통한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연구하면서 어려운 점은.
“본 연구처럼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초생물학적 관점을 지닌 연구자와 임상 경험이 있는 전문의 의사과학자가 함께 연구하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노력하고 있지만, 기초생물학자와 전문의 의사과학자를 함께 아우르는 행정적, 시스템적 지원 체계가 아쉽다.”
-‘중개연구자’로서 의과학자의 역할은.
“생명과학과 의학 지식을 겸한 의과학자는 기초과학자와 임상의학 연구자 사이에서 기초연구의 발견을 임상시험에 적용하도록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 뇌 중추의 대사조절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동물모델 연구와 피험자 임상시험을 융합하는 중개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물모델 연구와 피험자 임상시험 각각의 실험적 장점을 활용하려 한다.”
박수진 기자
*최 교수는 모교 의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교 병원 내과 전문의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 공중보건의를 거쳐 충북대병원에서 내분비내과 임상교수를 지내며 풍부한 기초와 임상 연구, 진료 경험을 쌓았다. 2015년 모교 의대에 부임해 대사조절 기능신경해부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