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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018년 7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서울대가 평화·통일·인권 연구 메카되길”

성낙인 모교 총장 ‘한반도 평화체제와 서울대의 역할’ 심포지엄 기조강연 중


“서울대가 평화·통일·인권 연구 메카되길”



성낙인
행정69-73
모교 총장


서울대학교는 12년 전 통일평화연구원을 총장 직속 연구원으로 설립했다. 그간 박명규 원장이 10년 동안 재임하면서 연구원의 기반을 다잡아왔다. 서울대학교에서 그 어떠한 보직도 10년에 이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연구원의 안착을 위한 본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원의 능동적인 대응으로 남북에 이르는 통일평화의 창구를 활성화해왔다. 통일부에서 통일교육 우수 시범학교로 지정한 것도 그러한 역량 발휘의 결과물 중 하나다.

통일평화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종합적 학문 영역을 이끌고 있는 대학(the most comprehensive university) 중의 하나인 국립서울대학교의 특성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다양한 학제연구를 진행해왔다. 또 연변대학과 김일성종합대학과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남북관계가 가장 경색돼 있던 시점에도 이와 같은 학문적 교류는 계속돼 왔다. 필자는 2016년 연변대학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서울대학교 총장은 언제라도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 다만 유일한 조건은 본인의 방북 후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 서울대학교를 답방한다’는 점을 적시했었다.

필자는 2018년 5월에 베이징대학교 개교 1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때 중화인민공화국 부총리를 접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기에는 전 세계 20개 대학 총장만 초대받았다. 여기에 필자를 한 자리 건너뛰어 김일성종합대학 총장(태형철)이 자리했다. 이에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에게 다시금 서로 교류와 협력을 위한 모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접견했기 때문에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서 관계기관에 이 사실을 사후에 통보했다. 이는 국가보안법에 따른 법적 책무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도 김일성종합대학 학생과의 교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반도 평화 물결이 진행되면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다. 대학과 학문 영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비록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이지만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통일에 더 나아가서 평화와 인권을 논할 수 있는 지구촌의 사싱살 유일한 국가라고 자부하여도 좋을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세계 경략에 나섰던 국가들은 소위 선진국 대열에 서 있지만, 기실 그들 국가는 다들 식민지 경영과 착취에 몰두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평화와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전 세계 식민지화에 앞장선 국가들이다. 미국은 서부개척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들을 살육한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러시아, 중국, 일본도 주변 국가들을 침략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북한인권 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어젠다이다. 하지만 북한인권문제에 매몰되어 통일의 위대한 여정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에서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아니한 유일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대학교는 통일시대 이후에도 평화와 인권을 연구하는 메카가 되어야 할 당위가 있다.

총장 취임 이후 줄기차게 통일평화인권대학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학내외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우선 대학원 협동과정으로 출발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통일평화연구원과 통일평화인권대학원은 앞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북쪽 인재들의 소중한 교육의 장도 마련하여야 한다. 이 경우 북쪽 인재들의 교육은 관악캠퍼스와 시흥캠퍼스가 그 역할을 충분히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서울대학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연구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일평화연구원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통일기반구축사업은 거의 대부분의 전공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더욱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은 반드시 장밋빛 청사진만 펼쳐보이지는 아니할 것이다. 70년이 넘는 분단 과정에서 야기된 이질성의 극복 못지않게 통일 비용 부담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칠천만 겨레의 함성이 울려 퍼질 통일은 결코 현실적 장벽과 장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다만 통일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 당장 시작돼야 한다. 미래를 향한 통일 전진은 한민족이 위대하게 웅비하는 현장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위 글은 지난 7월 3일 모교 평화통일연구원이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체제와 서울대의 역할’ 심포지엄에서 성낙인 총장이 기조 강연한 내용 중 서울대 관련 부분을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