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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18년 3월] 뉴스 단대 및 기과 소식

성낙인 총장, 서정화 회장, 정진석 추기경 축사

"개인의 위대함은 공동체를 통해서 성취"
제72회 전기 학위수여식 축사

성낙인 총장

“사회적 갈등 치유하는 리더 되라”


서울대인으로 졸업하면서 여러분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리더로서의 기대감 속에 사회에 편입됩니다. 이런 기대감은 출발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일 수 있습니다. 반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큰 실망감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습니다. 현대사를 이끌어 온 서울대의 족적을 이어갈 여러분은 지금까지 이룬 것에 만족하지 말 것을, 서울대인의 이름을 입신양명의 훈장으로 남기지 말 것을, 전환점에 선 국가의 요구를 담대히 감당해 낼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지적 수월성을 갖추어 국가와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수월성은 서울대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이룹니다. 여러분은 지난한 학위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수월성의 잠재력을 입증했습니다. 이제부터 절차탁마의 자세로 저마다의 잠재력을 꽃피워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모교의 위상을 드높이리라 굳게 믿고 응원합니다. 

오늘의 리더는 수월성에 더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덕성을 겸비해야 합니다. 공동체적 가치와 개인적 이해가 부딪칠 때, 공동체의 깃발을 들 수 있는 큰 인물로 성장해 나가기 바랍니다. 철학자 제임스는 “행복은 그것을 직접적 목적으로 삼지 아니하고, 다른 목표에 집중할 때에 얻어진다”고 말합니다. 쾌락과 물질이 보편적 종교가 되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시대에 맞서 탐욕으로부터 고개를 들어 이웃을 바라보기 바랍니다. 내가 갈구하는 것보다 내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기를 바랍니다. 그럴 때 진정한 행복은 여러분을 반길 것이며, 시대가 원하는 지성과 덕성을 겸비한 리더로 성장할 것입니다. 


서정화 회장

“개인의 위대함은 공동체를 통해서 성취”


대한민국 최고의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이제 장도(壯途)를 목전에 둔 후배 졸업생 여러분. 서울대총동창회는 후배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여 조국과 모교를 빛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5년부터는 매년 30억원 이상의 장학기금을 마련해서 1,300명 이상의 후배들에게 지급해 왔습니다. 이는 국내 최고 수준의 동창회 장학금으로서, 많은 동문 선배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입니다. 선배의 지원으로 후배가 성장하고, 성장한 후배들이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어 또 그 후배의 버팀목이 되는 장학의 선순환 체제는 서울대총동창회의 핵심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 동창회는 동문들의 총의를 모아 매년 10억원씩 15년간 150억원을 연구 및 교육기금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계기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으로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우정과 실력을 연마해왔습니다. 우리 선배들 또한 여러분들의 안내역이자 후견인의 역할을 기쁘게 맡으며 함께 나아갈 날을 즐겁게 기다려왔습니다. 개인의 위대함은 공동체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습니다. 지성과 겸손, 봉사의 가치를 체득하고 민족과 함께 발전하는 선한 인재를 양성하는 지성인 공동체로서 견고히 서고자 서울대총동창회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인의 위대한 역사에 합류하게 된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뜨거운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들을 통해 조국과 모교가 더욱 빛나기를 믿고 바랍니다.


정진석 추기경 

6·25 전쟁 터져 학교 다 못 마쳤는데…


이렇게 명예 졸업장을 60여 년 만에 받아 드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예전에 서울대 공대가 태릉에 있었을 때, 그 근처에는 육군사관학교가 있었습니다. 1950년 6월 24일 토요일 오후, 시내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서울대생들과 휴가를 나가는 사관생들이 들떠 큰 소리로 웃고 떠들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것이 제가 서울대를 왔다 가는 마지막 날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음 날 새벽 6·25 전쟁이 터져 북한군이 남한을 공격해 왔고, 서울은 3일 만에 함락됐습니다. 그날 기차에 같이 탔던 많은 젊은이들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했습니다. 근 70년 전 일이지만 마치 어제와 같이 생생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누구나 많은 어려움을 지닌 채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희망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피어납니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존감을 갖고 사는 것 이외에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가치 있는 존재는 부귀와 명성을 가진 자가 아니라 나눔과 섬김의 삶을 실천하는 자입니다. 나눔과 섬김은 이웃을 사랑함으로써만이 가능합니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은 상대방을 올바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배려함으로써 비롯되는 것이고,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는 것은 나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 땅의 모든 젊은이가 자신의 존귀한 가치를 깨닫고 부지런히 스스로의 재능과 능력을 연마하여 이를 이웃의 선익을 위하여 함께 나누고 이웃에게 베푼다면 우리 사회는 따뜻하고 행복이 넘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생애는 찬란히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