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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뉴스 기획

모교 총장 후보 5인…재정위기 타개, 소통의 묘책은?

정책평가 후 5월 16일 윤곽 잡힐 듯


교 총장 후보 5인…재정위기 타개, 소통의 묘책은?

공대 출신 두 명, 80년대 학번 두 명
기숙형 학부대학 설립 공통 공약




모교가 총장예비후보자 5명을 확정하면서 제27대 총장 선거가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섰다.

모교 총장추천위원회(위원장 이철수)는 지난 4월 6일 제5차 회의 및 후보대상자 소견발표회를 열고 △이우일(기계공학72-76)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건우(기계공학74-78)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정근식(사회76-80)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강대희(의학81-87)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남익현(경영81-85)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를 총장예비후보자로 선출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발표회에서는 10명의 총장후보대상자가 소견을 발표했다. 총추위 위원 30명은 1인당 5인의 후보대상자를 선택하는 투표를 실시해 다수 득표순으로 예비후보자 다섯 명을 가렸다. 교육· 연구 비전과 실현가능성·국제적 안목·운영 능력과 리더십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번 예비후보자 명단에 공대는 역대 학장인 이우일·이건우 교수 2명의 이름을 올렸다. 강대희 교수의 출마로 간선제 도입 후 처음 후보자를 낸 의대에서도 15대 권이혁 총장 이후 근 40년 만에 의대 출신 총장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의대와 공대는 각각 전임교원 수 1, 2위 단과대학인 만큼 무작위로 선출되는 교원 정책평가단 인원도 단과대학 중 최대인 40명씩 배정돼 일각에선 두 단과대의 2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학생 수로는 공대가 의대의 약 4배 인원이어서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이번 선출 과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을 모은다. 25대, 26대 연속으로 인문사회계열에서 총장이 나온 데 이어 이공계열 출신 총장이 선출될지 학내외의 주목도가 높다.

80년대 학번의 첫 총장직 도전도 눈에 띈다. 강대희·남익현 교수가 80년대 학번이다. 당선될 경우 60년대 후반 학번인 성낙인 총장에서 10학번을 훌쩍 뛰어넘는다. 5명 가운데 유일한 비(非)유학파 후보로 모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정통 서울대파’ 정근식 교수의 약진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예비후보자들은 모두 학내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모교의 현안에 밝다. 공약 전면에는 기숙형 학부대학(RC·Residential College) 설립 등을 통한 신입생 교육과 기초·전인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우일 교수는 연구부총장과 공대 25대 학장을 지냈다. 기존 관악사 구관을 두 배 확충한 거주형 대학 관악 RC를 통해 “공부도 잘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며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입시위원회를 신설, 입시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건우 교수는 공대 26·27대 학장을 역임했다. 서울대의 공공성 복원을 가장 큰 기치로 내세우며 그 일환으로 관악캠퍼스 RC를 통한 책임감 있는 리더 양성, 입시연구소 설립, 미세먼지와 고령화 등 사회 문제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근식 교수는 평의원회 의장과 통일평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리더십·글로벌 교육, 과학적 방법론 교육을 위해 외국인 기숙사를 활용한 글로벌 RC를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대학 협력모델과 동아시아 평화 연구 등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 강화도 강조했다.

강대희 교수는 의대 30~33대 학장을 지냈다. ‘창의·포용 미래인재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단위로 재편성된 신입생들에게 체계적인 기초교육과 예술, 사회봉사 교육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 도전적인 연구를 중점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남익현 교수는 기획처장과 경영대학장을 지냈다. 행정문화 혁신을 내세우며 교원이 연구와 교육에만 전념하도록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학과와 전공 간 장벽을 축소하고 글쓰기와 말하기, 토론 교육을 확산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학내 구성원들은 차기 총장에게 ‘소통의 리더십’과 정부지원금 축소 등으로 인한 재정 위기 해결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3월 26일 모교에서 열린 총장 선출 좌담회에서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이전 총장들은 학내 구성원과 소통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갑질 교수 논란이나 본부 점거 학생 징계 논란도 소통 부족 문제”라며 총장의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모교가 당면한 재정 위기와 관련해 류영민 서울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차기 총장이 예산 정책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바탕으로 더 많은 국고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임정묵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국가보조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면 삭감 폭을 줄이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신규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외부에 영리기업을 세워 대학에 투자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바뀐 총장선출제도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12월 개정된 총장선출제도는 정책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정책평가에 재학생과 더 많은 교직원이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선출 제도·일정은 하단 기사 참고>

교원 평가단의 경우 기존에 전체 전임교원의 10% 비율로 선정하던 것을 16%로 확대했으며, 직원 평가단 인원수는 교원 평가단의 10%에서 14%로 확대됐다. 한 모교 관계자는 “예비후보자들 각자가 학내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어서 교원들의 표는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결속력이 강한 직원들의 투표가 중요할 수 있다. 역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도 교수 득표는 적었지만 직원 득표가 많아 유리했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 참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령 일부 후보자의 핵심 공약인 기숙형 학부대학의 경우 지난 시흥캠퍼스 구상 단계에서 학생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사안이다. 후보자들은 ‘선택형 RC’를 공약하고 있다. 총추위의 경우 내부 인사 20명과 외부 인사 10명을 합해 총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중 이사회 추천 위원 수는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27명은 모교 평의원회가 추천했다. 




박수진 기자




총장 선거 일정
5월 16일 윤곽 잡힐 듯

총장예비후보자 5인은 4월 18일과 20일 각각 연건캠퍼스와 관악캠퍼스를 찾아 공개 소견발표회를 열고 본격적인 선거 여정에 들어선다. 이번 선거는 2014년 총장 선거와 절차상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5월 3일에는 총장추천위원회가 총장예비후보자 5인에 대해 평가를 실시한다. 개정된 총장선출제도에 따라 이날 총추위 평가 결과는 25%, 이후 실시하는 정책평가 결과는 75% 비율로 합산된다. 제26대 총장 선출에서 총추위 60%, 정책평가단 40% 비율로 평가 결과를 반영한 것에 비하면 정책평가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5월 10일 실시하는 정책평가에는 교직원뿐만 아니라 부설학교 교원과 재학생도 참여한다.

교직원 정책평가단은 △교원 336명(전체 전임교원의 16%) △직원 47명(교원 평가단의 14%) △부설학교 교원 4명이며 당일 무작위로 선정한다. 평가회는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진행되며 연건캠퍼스는 의과대학 대강당에 정책평가소를 설치해 화상중계한다. 후보자들은 소견발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같은 날 학생 정책평가단 평가도 모바일 투표로 진행된다. 전체 학생(재학 중인 학부·대학원생, 연구생)이 참여 대상이며 교원 정책평가단 인원의 9.5%(약 31표)로 환산해서 결과를 반영한다. 정책평가 결과를 먼저 공표한 뒤 총추위 평가 결과를 공표한다.

5명의 총장후보자는 5월 16일 3명으로 압축된다. 정책평가단 평가와 총추위 평가를 합산해 이사회에 총장후보자 3명을 추천한다. 이때 후보자별 순위를 명기한다. 6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투표로 뽑힌 최종 후보자 1인은 교육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7월 20일부터 제27대 총장 임기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