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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2023년 2월] 뉴스 모교소식

제28대 유홍림 총장 취임 “학과 칸막이 걷고 토론·논쟁하는 교육 구축할 것”



“학과 칸막이 걷고 토론·논쟁하는 교육 구축할 것”

제28대 유홍림 총장 취임



"유 총장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학자",
"사회공헌 인재 길러주길" 
김종섭 회장 등 참석자들 당부
학생 대표 첫 취임식 축사도



2월 8일 제28대 모교 총장에 유홍림(정치80-84)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취임했다. 이날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유홍림 총장은 “규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서울대를 국가와 인류 미래에 공헌하는 학문공동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울대는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앞서갈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 사회 공헌의 틀과 내용을 선제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운을 뗐다. 대전환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일대 혁신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다.

유 총장은 먼저 “대학 신입생이 1학년부터 소속학과의 칸막이에 갇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교문을 나서는 교육의 시효는 끝났다”며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의 학생들이 토론하고 논쟁하며 배우는 ‘서울대 교육’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면에서는 학제간을 넘어 현장과의 융합을 강조했다. “전공의 울타리를 넘는 통합적 연구만으로 부족하다. 서울대의 연구 결과는 현장과의 교류와 현실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며 “기업-정부-대학을 연결하는 산-관-학 연구혁신 플랫폼을 만들고, 기술 주도 창업과 벤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이렇게 혁신한 교육과 연구가 진정한 박애정신의 실천과 연계되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불신에서 비롯된 제도와 규제들이 서울대 구성원들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막고 있다”며 “규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대학 거버넌스를 구현해 열정을 이끌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이현재(경제48-53)·조완규(생물48-52)·이기준(화학공학57-61)·선우중호(토목공학59-63)·정운찬(경제66-70)·성낙인(행정69-73)·오세정(물리71-75) 전임 총장을 비롯해 김종섭 본회 회장, 이홍구(법학53-57) 전 총리, 송상현(법학59-63) 모교 명예교수, 민계식(조선항공61-65) 전 현대중공업 회장, 성기학(무역66-70) 영원무역 회장, 유기홍(국사77-90)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정경희(역사교육80졸)·정태호(사회복지82-89) 국회의원, 박준희(ACAD 87기) 관악구청장, 임병택 시흥시장 등 외빈과 보직교수, 교직원과 재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세정 전 총장이 유 총장에게 모교 상징열쇠를 전달하고 다양한 연사가 축사를 통해 신임 총장에 바라는 점을 전했다.

김종섭 본회 회장은 “유홍림 총장과는 총장님이 사회대 학장으로 계실 때 문리대동창회와 함께 4·19 민주평화상을 제정한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총장님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총동창회에서 무슨 선물을 드릴까 하다가, 마침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재앙이 닥쳤기에 총동창회에서 10만 달러를 구호 지원금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를 해 박수를 받았다. “이것이 유홍림 총장님의 취임 축하 겸 우리 서울대인의 가슴 속에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김 회장은 “총동창회장으로서 바라는 모교의 인재상은 바로 사회에 공헌하는 서울대인이다. 앞으로 동문들이 모교와 손잡고 인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월 8일 열린 유홍림 모교 총장 취임식에서, 김종섭 본회 회장이 취임 선물로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 지원금 1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찬 전 총장은 “유홍림 교수는 한마디로 ‘신사’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학자이며, 연구와 교육에 아주 출중하다”며 축하를 건넸다.

정 전 총장은 “지금보다 더 기초 교육을 강화하고, 누구를 어떻게 뽑아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확실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며 “전통적 학문과 새로운 학문 사이 균형과 조화 못지않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며,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이 실천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유기홍 국회의원(국회 교육위원장)은 “서울대와 관악구가 낙성대 벤처밸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가는 서울대가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재현(자유전공 20입) 총학생회장이 축사에 나섰다. 모교 총장 취임식에 학생 대표가 축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총장님의 비전에는 학생이 있다. 서울대의 교육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교육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에도 강한 의지를 보여주셨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규정이 학생의 위원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대학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또 지난해 가을 수해 복구를 위해 재학생과 교직원이 합심했듯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서울대의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홍림 총장은 미국 럿거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 모교 정치외교학부에 부임했다. 사회대 학장, 기록관장, 대학신문사 주간, 법인화준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월 1일,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박수진 기자





유홍림 총장 취임사 요약


“새로운 상상이 미래를 만듭니다”


서울대학교를 ‘겨레의 대학, 국민의 대학’이라 칭하는 말의 무게를 되새겨 봅니다. 서울대는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현장에는 항상 서울대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의 탁월한 역량과 비전이 있었습니다. 국가를 견인하는 주도적 역할을 해왔기에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총장의 임무는 이런 자랑스러운 전통을 오늘에 이어받고 내일로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의 전통을 다지고 후속세대에게 전달하는 일은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성해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였습니다. 연구에서의 도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학기술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연구기관들과 경쟁하며 탁월한 연구 성과를 산출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리더를 양성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대내외적 위기와 도전을 생각할 때, 우리 대학이 수행해야 할 책무는 크고 엄중합니다. 대전환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의 일대혁신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새로운 상상이 미래를 만듭니다. 서울대는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앞서 갈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 사회공헌의 틀과 내용을 선제적으로 다시 짜야 합니다.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 교육과 전공심화 교육을 새로운 형태로 결합하는 학사제도와 인류사회의 난제에 도전하는 창의적 융복합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경계와 차이를 넘어서는 진정한 박애의 정신을 실천해야 합니다.

저는 복합적인 도전에 담대히 응하여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헌신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고등교육의 질적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적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대학 혁신의 길로 과감하게 나아가겠습니다.

먼저 교육의 변화에서부터 전환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대학 신입생이 1학년부터 소속 학과의 칸막이에 갇혀 특정 분야만의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교문을 나서는 교육의 시효는 끝났습니다. 영역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고와 기성관념에 도전하는 비판적 사고를 갖춘 유연한 지성을 길러내는 일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어우러져 토론하고 논쟁하며 서로에게서 배우는 ‘서울대 교육’,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최고의 공통핵심 역량 교육을 위한 학사제도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서울대 인재’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서울대의 연구는 더 이상 대학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 내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전공의 울타리를 넘어서 통합적 연구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울대의 연구 결과는 대학의 울타리 너머로 확장되어야 하고, 현장과 꾸준히 교류하고 현실을 통하여 검증되어야 합니다. 기업-정부-대학을 연결하는 산-관-학 연구혁신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기술주도의 창업과 벤처를 적극 지원하여 문제해결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과 연구를 공유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동료들과 어우러져 토론하며, 영역을 초월하여 연대하고 기성관념을 성찰하는 교육과 연구의 경험은 서울대인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리더로 성장하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 이 경험이 국가와 인류 공헌의 글로벌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서울대학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제가 그리는 대전환은 반세기 전의 종합화와 10여 년 전의 법인화를 완성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통합을 발판으로 한 시너지 창출과, 자율과 창의를 북돋우기 위한 우리의 걸음이 더뎠습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인재를 키우고, 거침없는 창의적 연구가 꽃피는 자율적인 대학 환경을 만드는 일이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어야만 합니다.

저는 우리 구성원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그 힘이 결집될 때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능동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불신에서 비롯된 제도와 규제들이 우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결국 서울대를 바꾸는 힘은 우리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신뢰와 실천 의지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이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획일적 규제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대학 거버넌스를 구현하겠습니다. 서울대라는 터전에서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소명을 추구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학문공동체,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서울대의 모습입니다.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교육과 연구는 국민의 신뢰로 이어지고, 서울대는 미래를 여는 새로운 지식과 인류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여 국가와 사회에 보답하며 더 큰 신뢰를 받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가 그러한 ‘자유와 신뢰의 선순환’ 플랫폼이 되도록 여러분과 함께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