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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뉴스 기획

신수정 신임회장에게 바란다

'도서관 학외서 접속하고 싶다…세계 10위권 대학 힘써주길' 등 동문 400여 명 목소리

신수정 신임회장에게 바란다

도서관 학외서 접속하고 싶어요




세계 10위권 대학 될 수 있게 힘써주시길
2019년 동창회 창립 50주년 미리 준비를
해외·지방 동문 모임에도 관심 가져주길


신수정 모교 음대 명예교수가 지난 3월 16일 정기총회에서 제27대 총동창회장에 선출됐다. 최초의 여성 총동창회장이자 예술계 단과대학 출신인 그는 4년 만에 새로 탄생한 회장이라는 점에서 열렬한 축하와 함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기대가 크면 바라는 것도 많을 터. 이에 본회 편집부는 지난 3월 21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이메일로 설문조사를 진행, 동문들이 신 신임회장에게 바라는 점을 묻고 들었다. 이번 설문에는 총 434명의 동문들이 응답했다.

설문결과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여성’으로 약 282차례 언급됐다. 그런 만큼 신수정 신임회장의 선출소식을 접하고 느낀 점이나 신 회장에게 바라는 점 또한 그가 여성이라는 점과 관련된 반응이 많았다. 총동창회가 창립되고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역대 동창회장은 총 8명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따라서 이번 여성 총동창회장의 탄생은 기존 관행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신선·참신’하다는 응답이 약 72차례, ‘놀랍다’는 응답도 약 26차례에 달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치의학과 99학번 여성 동문은 “이제까지 여성 총동창회장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성별과 관련 없이 동등한 기회를 갖고 대접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자(영어교육65-69) 동문도 “경직된 관료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생동감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같은 해 모교에 입학한 신미자(의학59-65) 동문은 “서울대의 ‘남사벽’을 넘었다”며 “신수정 동문의 깊고 한결같은 인성이 첫 여성 총동창회장으로 이룩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동문들은 신 회장의 여성성과 관련해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최장희(조경02-06) 동문은 “남성·여성 구분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다운 섬세하고 따뜻한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답했고, 김정후(ACAD 85기) 동문도 “맑고 온화한 풍모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며 “조화롭고 참신한 리더십으로 동창회와 대학 발전에 크게 기여해달라”고 말했다.

신 회장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데는 그의 전공 및 직업과도 관련이 깊다. 지금까지의 총동창회장이 주로 정재계 거목이었던 데 비해 신 회장은 모교 음대 교수를 지낸 교육자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김찬주(AIP 30기) 동문은 “예술분야에서 쌓은 오랜 경력이 정상의 예지력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며 “보듬고 밀어주는 감성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여훈(조소06-10) 동문 또한 “예술 감각처럼 독특한 관점의 동창회 활동을 바란다”고 말했고, 최일옥(미학65-69) 동문은 “신 회장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같이 아름다운 동창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답했다.

400여 명의 동문들이 설문에 응답한 만큼 신수정 신임회장에게 바라는 점도 다양했다. 정병순(사회58-62) 동문은 모교를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대학으로 만드는 데 동창회가 기반을 조성해달라고 했고, 배종훈(전자공학89-93) 동문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상을 선도하는 동창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신 회장이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할 만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너무 많은 일을 하려 들지 마시라”는 조언도 있었다. 염혜정(영문72-76) 동문은 “(신 회장의) 긴 커리어 중 거의 마지막 봉사인 만큼 너무 많은 일을 하실 생각 마시고 전체 동문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게 청렴·봉사·후배들에 대한 배려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기대와 요구가 있었지만 동창회 단합과 모교 발전은 공통분모였다. 동창회 운영과 관련해선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양자(역사교육59-63) 동문은 “지방에 사는 동문들은 총동창회 모임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기총회나 신년인사회 등 큰 행사를 지역별로 돌아가며 개최해달라고 말했다, 허종덕(중문63-70) 동문은 “인재를 편협하게 주변에서만 찾지 말고 전체 동문을 대상으로 찾아줄 것”을 건의했다.

박명윤(보대원74-76) 동문은 회장추대위원회 구성과 관련 “각 단대 및 대학원 동창회장들이 총동창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기(서양사81-87) 동문도 “이번 회장 교체기에 등장했던 선출방식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 공론화시켜 제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한 “내년 총동창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날을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건의했다.

우인성(기계58-62) 동문은 “회장 임기가 2년 단임으로 줄어 소신 있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2년 임기 후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동창회 상임이사회를 유능하고 견식 있는 동문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로 상반되는 건의도 있었다. 어떤 동문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을 너무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서울대 배지 같은 것은 만들지 말아달라”고 한 반면, 다른 동문은 회원들이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회원증 같은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 리더로서 고민이 깊어질 대목이다.

모교 발전과 관련해선 ‘서울대의 오늘’에 대한 동문들의 우려가 깔려 있었다. 이상주(토목공학58-63) 동문은 “국내에서 서울대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교수와 학생의 질을 높이는 데 동창회가 학교와 잘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우근(법학67-71) 동문 또한 “서울대를 졸업한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동창회를 실용적으로, 동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해달라”고 당부했다.

모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동문들이 장학금 지급을 꼽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치학과 56학번 남성 동문은 현재 시행 중인 등록금·생활비 지원을 넘어 유학비용 지원을 주문하기도 했다.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요구들도 있었다. 안호원(HPM 6기) 동문은 “매년 기념품이 똑같다”며 “손목시계나 볼펜처럼 실용적인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기룡(경대원71-74) 동문도 “신년인사회나 정기총회 모임 때 회비를 5만원 정도 걷더라도 좀 더 고급스러운 선물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영기(체육교육72-78) 동문은 동문들이 자주 만나는 기회의 장도 되고 평생교육의 기회도 부여될 것이라며 졸업생을 위한 ‘무료 교우아카데미’ 설립을 건의했다. 박승모(인류14-17) 동문은 저렴한 가격에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으며, 어느 20대 여성 동문은 동창회비를 내면 도서관 학외 접속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설문결과에선 수도권 외 지역모임 및 해외지부 모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김지훈(동양화99-03) 동문은 “지방에도 소규모 동문모임이 있다”며 자신이 속한 ‘서울대 미대 광주전남 동문회’를 소개했다. “명맥이 끊겼던 모임을 다시 시작해 1년에 한 번씩 스물한명의 동문들이 꾸준히 만나 우애를 다지고 있다”며 지역 모임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 중인 이민성(화학공학93-97) 동문은 “40명 이상의 회원이 한 달에 한 번 모인다”며 “해외 동문회에도 신경을 써달라”라고 말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유준호(조선공학62-69) 동문은 서울대 캐나다 동창회에 동문 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며 “회원들의 연락처 등을 정정·기록함으로써 모교와 총동창회의 중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또 모국의 청년실업문제를 걱정하면서 “대학을 졸업했으나 일터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동문들이 있다면 총동창회가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인으로서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타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홍순희(비교문학전공02-15) 동문은 “서울대인으로서 확실한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감의 약화는 비단 대학원이나 특별과정 출신 회원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학부 출신인 송태섭(국사81-85) 동문 또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모교 동문들의 결속력이 타 대학보다 현저히 약하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동문 개개인의 자세가 문제겠지만 동창회 차원에서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 조기웅(화학66-73) 동문은 “최근 신입 동문회원들의 모교 및 모교 동창회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이 예전 동문들에 비해 확실히 다르다”면서도 모교에 대한 소속감 약화는 서울대 출신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라며 시대 변화에 따른 추세로 짚기도 했다.

그 밖에 이재연(가정관리70-74), 조경운(응용화학98-05), 변우현(정치01-04) 동문 등이 소속감 고취 방안 마련을 요구해 이는 세대·성별·단과대학의 구분 없이 모든 동문들에게서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동문은 남성이 77%, 여성이 20%였으며 연령층은 70대 이상이 31%, 60대가 20%, 50대가 22%, 40대 11%, 30대 8%, 20대 3%로 나타나 고령층으로 갈수록 응답률이 높았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