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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호 2022년 4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재창조 과정

신수정 KT Enterprise 부문장·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회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재창조 과정


신수정
기계설계83-87
KT Enterprise 부문장·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회장



단순 적용으론 큰 효과 없어
완전히 다른 업무 방식 짜야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메타버스는 기업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같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거나 비즈니스 모델, 일하는 방식, 시스템을 재정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 정의된다.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필요가 가속화된 가장 큰 원인은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첫째, 경쟁의 변화이다. 과거 기업들은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비교적 명확히 정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쟁은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들이 해당 산업 영역에 들어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존의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혁신적이고 속도가 빠르고 규제에 자유롭다. 이에 기존 기업들이 자신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경쟁에 적응하기 위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필수적이다. 둘째, 코로나 영향이다. 코로나가 고객의 행태와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마지막으로, 노동환경의 변화이다. 이에 기업들에게 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큰 오해가 있다. 어떤 CEO도 말씀하셨지만 과거 온라인화의 붐이 불 때 온라인화라는 것은 오프라인의 것을 그대로 웹이나 앱으로 옮겨놓는 것이라 생각한 경영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상거래의 온라인화라는 것은 오프라인 물건을 온라인에 그대로 놓은 것이 아니다. 고객유치, 탐색, 구매, 조달, 배송, 고객분석 등 모든 활동들을 온라인에 최적화된 상태로 완전히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많은 대기업들이 엄청난 돈과 자원을 투입한 후에 이를 깨닫고는 망연자실했다.

마찬가지의 오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나타난다. 많은 경영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IT시스템을 유행하는 클라우드에 올리거나 AI기술을 적용해 보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업무 프로세스나 UI/UX를 개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클라우드화란 기존 IT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옮기는 것이 아니다. 이는 돈과 노력이 엄청나게 들지만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클라우드화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와 개발, 운영 방식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값을 내고 싸구려 햄버거를 시켜 먹는 것과 같다. 스마트워크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이슈 이후 많은 기업들이 재택 근무나 화상회의를 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업무방식을 그대로 원격으로 옮겨놓고 있다. 그러면서 큰 효과가 없다고 불평한다. 스마트워크란 오프라인 방식을 원격으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고,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두꺼운 백과사전을 디지털화하여 온라인 백과사전 ‘엔카르타’라는 것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위키가 나타나면서 이 온라인 백과사전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위키는 고정된 형태의 지식 백과사전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수정되고 최신화되는 플랫폼과 같이 움직였다.

많은 경영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엔카르타를 만드는 것 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단순한 디지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위키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비즈니스가 동작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회사가 아닌 전통 회사가 한다. 두 발을 마른 땅 위에 놓고 걷는 것이 제일 쉽다. 두 발을 진흙 위에 놓고 걷는 것은 어렵지만 걸을 만하다. 그러나 한 발은 마른 땅 위에 또 한 발은 진흙 위에 두고 걷는 것은 어렵다. 전통 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이션이란 이와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혼자 하려 하지 말고 파트너를 찾아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경험이 많은 파트너 기업을 찾아서 함께 시범 사업들을 하라. 필요시 책임자를 영입하라. 단, 초기 책임자는 네이티브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익숙한 사람이 좋다.

둘째, 처음에는 작게 실험하여 성공 경험을 쌓는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여정으로 여기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간을 정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는 프로젝트로 달성하기 어렵다. 계속 실행하면서 역량을 쌓고,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하나의 여정(journey)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