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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2019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묵묵히 헌신하는 평범한 동문 이야기 더 많았으면”

지령 500호 동문 설문조사


“묵묵히 헌신하는 평범한 동문 이야기 더 많았으면”

지령 500호 동문 설문조사

‘더 많은 사회공헌’ 주문 38%
‘사회기여도 지수’ 도입 건의

고학번일수록 적극적인 응답
회비납부·홈커밍 참여율 높아

본회 편집팀에서는 총동창회 창립 50주년, 총동창신문 지령 500호를 맞아 지난 10월 23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6일 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동창회의 여러 사업 및 서비스에 대한 동문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개선점 또는 건의사항을 듣고자 기획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으며, 총 674명의 동문이 응답했다.

총동창회 사업 중 강화했으면 하는 분야를 묻는 설문 결과 ‘더 많은 사회공헌’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38.0%로 가장 높았다. 천인국(자연과학96-03) 동문은 “사회공헌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을 강화해 국민의 세금으로 키워진 서울대와 그 졸업생이 결국 사회에 혜택을 주는 조직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사회공헌의 한 방법으로서 문진희(의용생체공학03-10) 동문은 본회 기금을 활용한 스타트업 엔젤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서 발생한 투자수익을 동문 기업에 재투자해 지속 가능한 선순환구조를 구축, 청년 일자리 창출에 공헌한다면 미래 사회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 중 하나로 서울대, 서울대 재학생 및 서울대 동문들에 대한 인식 제고의 방법을 묻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조재협(경영89-96) 동문은 모교 출신의 사회 활약상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이를 공개하는 ‘서울대 졸업생 사회 기여도 지수’ 도입을 건의했고, 무기명의 50대 남성 동문은 “토론을 통해 모교 출신으로서 기대되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도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모교와 모교 출신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복거성(기계공학68-72) 동문은 “평준화 시대에 엘리트의식을 주장하는 것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의식하고 실천한다면 사회는 그만큼 더 좋아질 수 있다”며 “엘리트에게 수반되는 책임도 명심하여 나라와 인류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희(미생물77-81) 동문도 “자기 이익만 챙기는 동문들이 많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한 만큼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심 문화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진(수학58-62) 동문은 “서울대 동문이라면 언제나 겸손하고 정의와 규범에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최근의 사태는 부끄럽기 그지없다”며 “왜 이렇게 됐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고, 하상욱(IFP 6기) 동문도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국가의 혜택으로 공부한 동문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지 않고 제 배를 위한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인진(법학72-78) 동문은 “특권의식이나 우월감이 있다면 없애야 한다”며 “서울대인이 된 것이 나 혼자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능력의 일부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생하는 길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자훈(미생물95-99) 동문은 “남보다 자기 자신에게 10배, 100배 이상으로 엄정한 잣대로 판단하고 반성할 것”을 주문했고, 이지호(경제03-08) 동문은 더 나아가 “(모교 출신은) 노인·여성·장애인·외국인·동성애자·청소년·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류기락(농업교육81-88) 동문은 “진영논리를 떠나 공정과 정의를 말하자”면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발전과 희망을 함께 공유하는 장을 총동창회에서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으며, 윤옥영(수학58-61) 동문은 “최고 지성인의 대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총동창회가 모교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감시·감독·조정의 역할도 맡아달라”고 말했다.

김관형(토목79-83) 동문은 “과욕을 부리는 동문에게 총동창회 차원의 의견을 직접 전달해달라”고 요구했고, 최종모(공법83-87) 동문도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일을 해 사회적 파장이 큰 경우, 동창회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임 철(경제75-78) 동문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정의에 입각한 언행을, 심항섭(경제65-69) 동문은 국가적 중요 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반면 이순국(경제60-68) 동문은 “총동창회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반문하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교와 모교 출신에 대한 비판은 사회에서 거는 기대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김유경(공법82-86) 동문은 “대부분의 동문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경우 (되레) 실망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정주(경영84-89) 동문도 “서울대인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거나 (기대에) 벗어나도 심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성숙된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광민(건설환경04-11) 동문 또한 “서울대 출신의 행동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법을 어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물의를 일으킨 일부 동문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동문들과 서울대가 함께 묶여 비판받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백진기(무역74-79) 동문은 “일부 교수들의 현실정치 참여로 서울대 이미지의 손상이 초래된 것 같다”고 짚었고, 조현정(대학원98-00) 동문도 “사회적 비판을 받는 일부 케이스에 대한 인식이 확대 강조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철(조선해양공학95-99) 동문은 더 나아가 “사회적 비판이 정당한 것인지 내부적으로 협의 후 대응할 것”을 주문하면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 사과하고 그렇지 않다면 학교·학생·동문 각각의 입장에서 정당한 입장을 표명하면 될 일”이라고 전해왔다.

한편 동문들이 느끼기에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일 거란 답변(44.9%)이 부정 의견(25.5%)보다 많았다.

서울대인의 인식 제고를 위해 자신의 영역에서 묵묵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문들을 본지가 나서서 적극 발굴, 홍보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문병기(정치82-86) 동문은 “서울대 출신들이 한국 사회에서 하고 있는 좋은 일들을 더 많이 더 널리 더 자주 더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 기사를 더욱 많이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명의 30대 여성 동문도 “외국 명문 대학에서도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보도됐었다”며 “매스 미디어(mass media)보다 위 미디어(we media) 측면에서 긍정적인 보도를 많이 노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명의 40대 여성 동문은 더 나아가 “동문들이 낮은 곳을 살펴야 함을 중요하게 여길 수 있도록 사회에 기여하는 동문들에 대한 기사가 (본지의) 앞면에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세화(전기84-88) 동문은 모교와 모교 출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일부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처럼 보도되고 악용되고 있다”면서 “동창회 임원 등 책임 있는 분이 나서서 사후에라도 내용을 들여다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요약 정리해 동창신문에 실어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서울대 및 서울대인에 대한 인식 제고의 방법으로 재학생 인성교육이 꼽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동문과 재학생 간 접촉면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이상기(서양사81-87) 동문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모교 출신 인사들과 후배 재학생들이 접촉·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임인호(언어84-88) 동문도 “재학생을 대상으로 TED 형식의 동문 강연을 제공하는 등 만남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 많은 사회공헌에 이어 ‘동문 혜택 확대’가 33.7%로 총동창회 사업 중 강화했으면 하는 분야 2위에 올랐다. 70대 이상 남성 동문 한 명은 “모교 병원을 이용할 때 작게나마 혜택이 있으면 자존감과 애교심이 더욱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동문 참여 행사의 강화 및 추가 개최’ 요구가 25.1%, ‘장학금·연구비 등 모교 지원 확대’ 요구가 15.0%였으며,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13.1%였다.

본회 행사나 사업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32.9%가 만족 의견을 나타내 불만족 의견 17.5%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응답 동문이 가장 많이 참여한 본회 행사나 사업은 동창회비 납부로 49.1%에 달했으며 이어 홈커밍데이 25.4%, 신년인사회 16.0%, 정기총회 14.1%, 연극·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가 13.8%로 나타났다.

본지에 대한 동문들의 만족도는 매우 만족한다 8.3%, 만족한다 38.7%로 만족하지 않는다 8.2%,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3.6%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 유지·동문 참여의 폭 확대·온라인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응답 동문의 성비는 남성이 80.1%, 여성이 17.8%였으며 연령 비중은 70대 이상이 24.5%, 60대가 23.3%, 50대 22.4%, 40대 15.1%, 30대 9.3%, 20대 3.7% 순이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