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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뉴스 기획

회비 의존 줄이고 수익 창출…동창회 새 모델 만들었다

지난 4년간 돌아보니…이상기 전 본지 논설위원이 바라본 변화

지난 4년간 돌아보니
회비 의존 줄이고 수익 창출…동창회 새 모델 만들었다

이상기 전 본지 논설위원이 바라본 변화


10개국 해외동창회 네트워크 구축
연간 1300명 35억원 장학금 지원
동창신문 판형·제호 혁신적 변화


서정화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서울대인의 가치를 지성, 봉사, 겸손에 두고 동창회 사회를 이끌어 왔다.




서울대총동창회 회장에 여성이 처음으로 취임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국내 주요대학에서도 최초 사례가 아닌가 싶다. 더욱이 새 회장은 음대학장 출신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난달 중순 서울대총동창회 회장추대위원회에서 신수정(기악59-63)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가 회장에 선출된 소식이 발표된 후 동문 안팎의 몇 사람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참신하다. 서울대동창회가 변화하는 것 같다.” “음대 출신이 서울대 총동창회장이 된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글쎄,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누가 되든 서울대동창회를 위해서 봉사하면 되는 게 아닌가?” “동창회 총회때 회장의 반주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서울대가 아니라 연고대에서 여성이 먼저 동창회장에 뽑혔으면 조금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서울대는 우리나라 선도대학이니까….”

이 글을 읽고 계신 동문들은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하다. 필자 생각으로 총동창회장은 총동창회의 상머슴이다. 마찬가지로 단대 동창회장이나 지역 동창회장 역시 각기 단위 조직의 상머슴이며 그래야 한다고 본다. 쉬운 말로 “대표직은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인 것이다.

내년 창립 50돌을 맞는 서울대총동창회는 어떤 모습으로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35만 동문이 각자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 시대별로, 세대별에 다른 해답을 낼 것이다. 서울대총동창회 사무처는 회장 취임 직후 동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총동창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회장에게 바라는 것 등을 물었다. 나는 이렇게 답신했다.


타 대학동창회, 본회 사무처 벤치마킹

“서울대는 어느 집단보다 한국사회에서 혜택받은 집단이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무겁다는 얘기다. 동창회가 늘 일깨우며 앞장서주기 바란다. 젊은 동창들(적어도 40대 이상, 그 이하는 다소 무리라 해도)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내주기 바란다. 노·장·청이 어우러져야 동창회 발전이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이같은 의견을 쓰면서 3월 16일 정기총회장에서 신수정 신임회장의 취임인사말을 새겨봤다. 그는 2분 갓 넘긴 짧은 연설에서 역대 회장들의 공로와 노고를 먼저 소개하고, 동문들의 도움을 간절히 청했다. 자기자랑이나 포부같은 것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묵직하게 다가오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렇다. 신 회장의 말처럼 전임 회장들의 수고 없이 서울대총동창회가 여기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필자가 2005년 동창회보 논설위원을 맡아 알게 된 임광수 회장의 경우 12년간 재임하며 서울대장학빌딩을 건립하고 일부 동문들과 학내 몇몇 교수들의 반발과 항의를 극복하고 서울대 개교원년을 앞당기는 일을 해냈다. 이 일에 당시 이태진 국사학과 교수와 조 국 법대 교수(청와대 민정수석)가 애쓰던 기억이 새롭다. 또 서울대 법인화에도 총동창회가 적극 나섰다. 임광수 회장은 누구보다 총동창회를 아꼈던 분으로 기억될 것이다. 4년 전 필자를 비롯한 일부 언론계 동문들이 “너무 장기집권 하는 것 아니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시라”며 퇴진을 권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용퇴를 결심하고 서정화 부회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2014~2018년 서정화 회장의 재임 기간에도 적지않은 일들이 동창회를 통해 이뤄졌다. 그가 지난 4년간 이뤄낸 공적을 여기 적는 것은 후임 회장이 참고하길 바라는 마음과 전임에 대한 평가 없이 신임에게만 쏠리는 시선과 기대, 나아가 찬양을 지양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총동창신문 김남주 편집장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그는 필자가 발행하는 온라인 국·영·아랍어 ‘아시아엔’과 월간 ‘매거진N’에서 기자로 3년간 일한 적이 있다. 그 사이 그가 쓴 기사들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그에게 자료를 요청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그에게 자료를 받은 후 필자는 관련 사항들을 총동창신문 사이트를 찾아 참고하고 필자의 기억들을 되살려 사실관계를 확인해갔다. 물론 그가 필자에게 준 자료는 이 글 전체의 맥락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또 원고가 작성되는 과정을 굳이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우선 지난 4년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회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하고 회장추대위원회(회추위)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취지는 이렇다. “서울대 출신 중에 동창회장을 할 만한 인재가 꽤 많다. 혼자서 오랫동안 회장직에 있으면 다른 동문들의 기회를 그만큼 빼앗는 셈이 된다.” “그동안 회장은 전임 회장이 정하는 대로 결정됐다. 공정한 선출과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에 선출된 신수정 새 회장이 세대별·단과대별·직능별 등 다소 제한적이나마 대표성을 지닌 회추위 제도에 의해 선출된 첫 사례가 된 셈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비서울대 출신전문경영인에게 사무총장을 맡겨 사무처를 총괄하도록 해 온 점이다. 육사 30기(70학번에 해당) 출신의 박승희(ACAD 50기· 경영학 박사)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전무가 바로 그다. 서정화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인 정리금융공사 사장이던 그의 업무자세를 기억했다가 사무총장을 맡겨 동창회 운영의 체계화에 주력하도록 했다.

서 회장 재임 동안 서울대총동창회가 ‘공익적 친목단체’로 자리매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익적 친목단체의 정의를 내린 이용식 관악언론인회 회장(문화일보 논설주간)의 동창회보 기고문(2018년 1월호)을 인용한다.

“서울대총동창회는 ‘공익적 친목단체’다. 총동창회 회장단 송년모임에 배포된 주요활동 자료에서 찾아낸 참신한 개념이다. 사무처에 문의해 보니 이번에 처음 사용한 표현이라고 한다. 회칙 제2조는 ‘본회는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모교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이 취지를 잘 압축하는 것을 넘어 기여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국립대학이든 국립대학법인이든, 모교 동문들은 사회와 국가에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재학 중에는 물론 졸업 후에도 유형무형의 혜택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중략) 동문들은 모교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재정과 재능 등 직접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책임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수평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있다. 다양한 레벨의 동문 모임은 좁은 의미의 동문회 활동을 뛰어넘어 전문지식 교류의 장 역할도 해야 한다. 이것이 공익적 친목일 것이다.”(하략)

공익적 친목모임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필요하다. 이것은 회장(단)이 주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2년마다 바뀌는 회장보다 사무처가 안정적·지속적·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당수 대학동창회가 운영난을 겪는 것도, 이들이 서울대총동창회 사무처를 벤치마킹하려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연고주의·나눠먹기식 사무국 운영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 4년간 서정화 회장의 서울대총동창회의 변화를 두 단어로 표현하면 ‘내실화’와 ‘체계화’로 모아질 것이다. 물론 35억원을 넘어선 장학금과 해외동창회가 10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양적인 발전도 있었다. 해외지부의 경우 작년말 영국과 미얀마에도 동창회가 결성됐다. 미국을 비롯해 2014년 일본·중국, 2015년 인도네시아·호주·싱가포르·태국·베트남동창회가 결성됐다. 또 일본 도쿄대와는 MOU를 맺어 매년 정기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베이징대, 하노이대 나아가 김일성대 등과도 활발한 교류가 기대된다.


서정화 회장 취임 이후 장학금 36억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의 장학금 지급액은 모두 35억원 규모로 재학생 1,300명이 학비 부담을 덜었다. 또 소득 2~5분위 가정의 장학생 115명과는 결연을 맺어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와 진로상담 등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특별전시회를 열고 행복기부콘서트를 여는 것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생긴 일들이다.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기념와인’ 판매수익금 역시 후배들의 학업에 보탬이 되고 있다.

회비납부는 말은 쉬워도 실천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연간 증가 규모가 2013년 630명에서 2017년 2,500명으로 늘었다. 이유는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다. 정기총회, 홈커밍데이 등에 참석한 동문들에게 일일이 감사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관심과 감사표시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사례도 체계화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최근 몇 년 새 정기총회와 신년회 등 동창회 행사는 100% 예약제가 정착되고 있다. 이전엔 ‘노쇼’도, 현장에 와서 생떼를 쓰는 경우도 많았다. 노쇼 동문들에게는 확인 후 문자를 보내거나 두 번 이상 노쇼를 할 경우 초청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조금 부끄러운 사례가 있다. 오랜 동안 홈커밍데이에서 한 동문이 여러 장의 경품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두 개 이상, 심지어 3년 전엔 최고상인 자동차 경품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다수의 경품권을 갖고 있던 것으로 밝혀져 반납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이같은 일들은 동창회 체계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앞서 공익적 친목단체를 언급한 바, ‘국가발전을 위한 서울대인 100인 위원회’가 바로 그 범주에 든다.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서울대인의 영향력을 한데 모으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이 위원회는 지금까지 두차례 회의에서 통일과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초기단계이지만 새 집행부가 이어가면 상당한 결과물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10여 년 전 동창신문 논설위원으로 참여하기 전에는 ‘동창회가 하는 일이 있긴 하나?’ ‘끼리끼리 모여서 파당이나 짓는 건 아닌가?’ 등등 부정적인 인식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서울대를 폐지하는 게 낫겠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생각은 내게서 모두 떠났다. 오히려 서울대와 서울대총동창회가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이고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실화와 체계화 모두 이뤄

필자가 논설위원으로 참여했던 동창신문의 변화도 눈에 띄게 확인된다. 먼저 ‘총동창신문’은 “서울대인의 가치가 무엇이고,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글을 받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하는 큰 그림 속에 제작되고 있다. 서울대인의 가치는 ‘지성·겸손·봉사’임을 졸업생들은 잘 알 터이다. 또 ‘총동창신문’에 오피니언면이 강화돼 언론사 기자는 물론 각계 전문가들의 수준 높은 칼럼이 매달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아울러 시대 추세에 맞춰 온라인서비스가 강화돼 동창회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더욱 편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동창회가 진행한 행복기부콘서트와 정기총회 공연 등을 유튜브로 시청해 보면 ‘아, 서울대동창회 달라지고 있는 것 맞네’ 하고 느끼실 수 있을 거다. 필자는 서 회장 재임 2년차 들어 현역기자 중심으로 개편된 논설위원단에서 빠졌기에 총동창신문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얘기한다.

아쉬운 것도 있다. 별세하신 동문들에 대한 추모글이나 간단한 약력이라도 게재했으면 한다. 종이신문의 경우 지면의 제약이 있을 것이니, 온라인 총동창신문을 활용하 면 충분히 커버가 될 것으로 본다.
서울대 출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사람들 중에 앞자리에 들 것이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는 얘기다. 총동창회가 바로 이 책임을 직시하고 앞장서 이끌어 갈 때 서울대와 총동창회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빛날 것이다. 또 동문들의 자부심은 날로 높아갈 것이다. 신수정 회장이 상머슴으로 선두를 잘 이끌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 지난 4년간 사심 없이 동창회를 발전시킨 서정화 전 회장과 박승희 사무총장과 김경태 팀장, 이승욱 팀장, 김장영 부장 등 사무처 직원들께 심심한 감사말씀을 전한다.


이상기(서양사81-87) 아시아엔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