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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호 2017년 7월] 뉴스 본회소식

서정화 본회 회장 특별기고 : 감성정부의 필요성과 효과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완화, 대학의 창의적 인재 육성


감성정부의 필요성과 효과

서정화 총동창회장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샐로비와 메이어(Salovey & Mayer)에 의하면 “감성지능은 전통적으로 논의되어 온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의 한 요소로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그것들의 차이를 변별하며, 생각하고 행동할 때 정서적인 정보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감성지능에서 ‘지능’의 의미는 정서에 대한 추론능력이며, 이 과정의 사고가 개입되어 ‘감성’이라는 말에 ‘지능’이라는 용어를 같이 사용하고 감성지능이란 정서를 정확히 평가하며 표현하는 능력이 복합적으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인공지능정보사회는 물리공간과 사이버공간이 결합되며 생성되는 빅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변 사물과 자원의 분석, 활용 자동 제어가 가능하게 국제적이면서도 즉각적인 연결을 통하여 공유경제, 온디맨드 경제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이 창출돼 나가는 정보기술사회이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 발전하는 미래지향적인 인간 중심사회이다. ‘초실감’, ‘초연결’, ‘초지능’의 융합체인 디지털 지능이 새로운 경제와 새로운 시장생태계의 엔진으로 등장했으며 이러한 시장구조에 대응한 플랫폼 구축이 정부의 몫이 된다.


인공지능 시대엔 인간의 감성 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AI와 자동화, 로봇이 시장과 일터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져 오면서 자율주행차로 인해 3,000명의 트럭운전사들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것이고 테슬라와 같이 로봇 생산라인이 계속해서 제조업일자리를 망가지게 할 것이라고 하면서 AI가 빠르게 일을 ‘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에 훨씬 더 넓게 영향을 받을 것 등 대안 없는 소리만 듣기에 바쁘다.


인공지능이 사회 깊숙이 파고드는 정보기술사회에 있어서 감성지능적 정부의 필요성 측면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공공관리론을 바탕으로 참여정부가 대대적인 정부혁신을 시도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행정이 그에 비례하여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수요자인 국민의 요구에 제대로 공감하고 그들의 감성적 만족을 높이려면 e정부정책(e-Government Policy)에도 감성지능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사이버민주주의와 e-거버넌스가 구현되면서 네트워크화하고 있는 현대 행정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 정책결정과 집행 방식은 정책대상자의 순응을 확보하기조차 곤란할 것이다.


감성지능적 정부의 개념 측면은 물리적 편리성을 추구하던 ‘Hi-tech’에서 정서적 충족을 추구하는 ‘Human-tech’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인간의 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과학적으로 분석, 평가하여 인간의 삶을 쾌적하게 하는 공학적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행정관리 패러다임 차원의 감성정부(Emotional government)란 국민들의 감성을 고려하고 감성적 지성을 갖춘 정책 관리를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이 인공지능 기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며, 일하면서 보다 나은 능력을 습득해 왔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런 능력을 함양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감성정부의 대응방안으로는 먼저 정부기능의 규제완화와 대학의 창의적 인재육성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 예컨대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중장기 종합계획’을 조속히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


감성지능적 정부는 예술가와 같은 천재적 직관과 창조성을 함양해야 하는데 이것을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성지능적 정부에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gestalt), 숨겨진 질서(fractal)와 같은 순환적 해석, 단기적 효율성보다 대상자의 만족과 장기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감성지능적 정부는 정책대상자와 외떨어진 존재가 아닌 동질화된 상태에서 평가대상자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서비스제공자가 고객의 만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는 학문간 융합구조가 중요하고 창조성은 과학, 공학과 결합된 인문학에서 출발할 것이 요청된다.


교육 내용적 측면은 융합력, 창업 마인드, 산학협동 구조의 제도화이며 타협과 배려, 공감과 조화의 리더십을 육성해나가야 한다. 특히 인문소양과 창의성 고양을 위한 융합학문의 접근이 필요하다. 창의적 인간들의 특성은 상상, 놀이, 열정, 공상, 고독, 민감성 등과 마음의 방랑, 명상(mind wandering&mindfulness) 등에서 나온다.


개인과 조직의 창의, 혁신의 문화는 다양성, 자율성, 개방성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의 문제, 욕구를 고민하고 감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창조는 땀, 몰입, 열정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창의성 고양을 위하여 ‘허치슨 플랜(Hutchison Plan)’을 참조한다. 단일대학 최대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시카고대학의 ‘허치슨 플랜’(고전 100권 읽기)은 서양고전 독서 프로그램이다. 시카고대학은 1890년 록펠러기금으로 설립, 노벨상 수상자가 89명이다. 인문고전 속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역사와 지식과 철학과 과학과 자연의 위대함이 산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창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전 읽기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과학자나 예술가를 기억한다. 시대를 바꾸는 생각은 고전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마크 트웨인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라고 했으며,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고 역설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양은 전통적으로 사물을 보는 관점이 미시적, 분석적, 이성적인 면에 치중해 인공기술 측면을 발전시켜 왔다면 동양은 통합적, 통찰적, 감성적 측면의 접근을 중시해 왔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아놀드 토인비(1889~1975)는 세상을 떠나기 전 학술회의에서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은 “아놀드 경, 당신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역사학자로 존경받고 있다. 만약 미래에 그러니까 200, 300년 뒤 역사가들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 것인가?” 그러자 토인비는 “동양의 불교(禪)가 서양으로 건너온 일”이라고 했다. 근래 ‘구글의 수도원장’ 노만 피셔는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감성치유를 위하여 ‘구글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효과를 입증했다.


우리도 전통적인 삼교(三敎·유불도) 사상의 토대가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며 인격을 수양해 왔던 점을 재조명하여 인공지능 시대 감성정부의 감성 치유책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