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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호 2017년 1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따뜻한 만남: 의사와 소아암 환자에서 부총장과 공대 교수로 만났어요

신희영 연구부총장, 서상우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의사와 소아암 환자에서 부총장과 공대 교수로 만났어요

신희영 연구부총장
서상우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지난 11월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본관 앞에서 신희영 연구부총장(사진 오른쪽)과 서상우 교수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어, 이게 누구야? 언제 우리 학교 교수로 왔어?”

지난해 8월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선정식에서 만난 신희영(의학74-80) 연구부총장과 서상우(포스텍 화학공학07졸)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가득했다. 이들은 환자와 의사로 1990년대 초 인연을 맺었다. 여섯 살 소아암 환자였던 서상우 교수는 포항공대를 졸업할 때까지 신희영 부총장에게 진료를 받았다. 완치 판정을 받고 10여 년이 흐른 이후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남이 이뤄진 것. 서 교수는 신 부총장이 서울대병원서 진료 중일 거라 생각했고 신 부총장은 진료 받던 아이가 서울대 교수가 될 거라 짐작도 못했다. 신희영 부총장은 소아암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해 모교 후배 교수로 온 서상우 교수가 대견했다. 지난 11월 24일 관악캠퍼스 연구부총장실에서 이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나한테 서 교수 술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는 교수들이 있어. 된다고 했어(웃음).”(신희영 연구부총장)
“네. 많이는 못 마시고 조금씩 하고 있어요.”(서상우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완치 판정을 받으신 거죠?
“네.”(서)
“상우를 수술해준 분은 안효섭·박귀언 교수님이세요. 소아암 중에 간에 생기는 종양이었는데, 수술을 잘 해 주셔서 예후가 좋았습니다. 저는 그 이후 완치판정을 내릴 때까지 진료를 했지요.”(신)

-작년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선정식장에서 만났을 때가 몇 년 만이었나요?
“상우를 포스텍 졸업하고 못 봤으니까 10년 이상이 넘었죠. 박사과정 밟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신)

-부총장님이 학교에 계신걸 알았을 텐데요.
“병원에 계실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행사장에 들어오시는데 낯이 익어요. 보직교수 소개될 때 연구부총장님이란 걸 알았어요. 어머님은 계속 인사드리러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뵙질 못했어요. 부총장님으로 오셔서 만났다고 하니까 굉장히 기뻐하시더라고요.”

-부총장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죠?
“그렇죠. 의대 재학생 중에도 한 명 있긴 한데 환자였던 아이가 후배 교수로 온 건 처음이죠.”

-서 교수님은 어떻게 서울대에 오게 됐죠.
“2015년 하반기에 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UC샌디에고에서 포스닥 3년 한 후에 자리를 알아보던 중이었죠. 서울대에 온 지 4학기가 됐네요.”

-서 교수님이 생각하는 신 부총장님은 어떤 분이세요.
“병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1년 뒤 날짜를 겨우 예약해서 그 시간에 잠깐 뵐 수 있는 상황이에요. 환자가 참 많아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굉장히 꼬치꼬치 물어보시는 스타일이세요. 걱정이 되니까 괜찮다 해도 하나하나 물어보세요. 선생님이 그럴 때마다 아주 친절하게 상세하게 답변해 주셨어요. 어머니가 그 말씀 듣고 나면 이제 다행이다 하셨죠. 늘 웃음 가득한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셨어요.”

-신 부총장님에게 서 교수님은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환자였던 아이들은 모두 기억해요. 백혈병 아이들의 경우 증상이 다 달라요. 어떤 아이들은 백혈구 수치가 20만이 돼서 오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뇌출혈로 와요. 팔, 다리가 아파 오는 아이도 있고요. 우리 방의 간호사는 아이들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엄마들의 특성까지 세세하게 알죠.”

신 부총장 “큰 병 극복하고 잘 커줘서 대견합니다”
서 교수 “웃음 가득한 친절한 의사선생님 이셨지요”

-그 많은 사람들을요?
“1년에 250명 정도의 환자가 옵니다. 대부분 기억을 해요. 상우의 경우는 어머니가 무척 똑똑하셨어요. 치료에 협조적이었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원칙대로 하신 분이세요. 치료하다 보면 말 안 듣는 분들도 있거든요. 상우처럼 잘 크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열심히 안 했으면 이렇게 될 수가 없지요. 사실 자식이 아프면 부모들이 ‘공부 필요 없다, 건강하기만 해라’면서 공부를 안 시키는 경우가 있거든요. 스트레스 받아 안 좋아질까봐. 공부 열심히 하도록 격려해 준 게 무척 고맙고 상우도 의지가 대단했던 것 같아요. 대견합니다.”

-서 교수님은 결혼 하셨나요?
“네. 캠퍼스 커플인데 스물여덟에 결혼했어요. 5살, 3살 아이가 있습니다.”

-일찍 하셨네요. 아이들은 건강하죠?
“네.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사실 저는 큰 걱정을 안 했어요. 집안에 유전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장인, 장모님은 걱정 하셨을 것 같아요.”(서)
“소아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우리 아이 결혼해도 되는지,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소아암 중에 유전되는 것은 망막모세포종 하나예요. 그 외 유전되는 병이 없어요. ‘결혼할 때 굳이 병이 있었다는 것도 말할 필요 없다. 1년에 감기 걸리는 거 다 이야기할 거면 이야기해라’ 그래요. 만에 하나 이야기 안 했다고 이혼한다? 절대로 이혼사유 안 돼요. 아이 가져도 아무 문제없고요. 부모가 소아암 병력이 있어도 자녀가 소아암 걸릴 확률은 일반인과 똑같아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여전히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내년에 상우 같은 부모들의 자녀들을 건강검진해서 데이터를 발표하려고요. 소아암 완치자들이 결혼해서 생활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신)

-부총장님은 소아암 전문의가 된 동기가 어떻게 되시는지.
“저 때는 교수님이 하라는 걸 했어요. 본과 2년 때 신장학 과목을 봤는데 저 혼자 A+를 받았어요. 소아과 과장님이 부르시더니 한 마디로 ‘자네는 소아과를 하게’ 그러셨어요. 고광욱 교수님이셨죠. 소아과에서도 소아신장을 공부했습니다. 군대를 갔는데 이제부터는 종양학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해서 소아종양 전공의가 됐죠(웃음). 만족스러웠어요.
제가 전공의 할 때까지만 해도 소아암이 치료가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도 꺼려했지요. 돈 버리고 애도 잃는다는 생각이 강해 그냥 데려가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어요. 패가망신한다고. 이건 아니다 싶었죠. 죽을 아이를 살리는 일에 인생을 걸어보자 마음먹었죠. 그때 백혈병 어린이 후원회를 조직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경제적 지원부터 교육까지 토탈케어를 제공하자고 비전을 세웠죠. 이 분야가 의사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많거든요. 죽을 아이를 살리면 80년 살잖아요. 드라마틱한 소아종양학으로 이끈 교수님께 감사하죠.”

-최근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기생충 이야기가 큰 화제가 됐어요. 부총장님이 북한 의학 관련해서 많은 걸 알고 계시잖아요?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여유 있을 때 기생충 한 마리 키우세요’ 그래요(웃음). 기생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 백신을 맞잖아요? 기생충 한 마리 있으면 그게 우리 몸을 계속 활성화 시켜 자가면역질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감염병을 잘 활용하면 노벨상 몇 개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류마티스열, 성홍열 등 한국에서는 없어진 병들이 많아요. 2008년 개성공단에서 우리 젊은 직원들 12명이 A형 감염으로 쓰러졌어요. 청장년에 감염되면 위험한 병입니다. 그런데 북한 청년들은 괜찮았죠. 북한에서는 어릴 때 감기처럼 A형 감염을 앓고 지나가거든요. 그 병과 다른 질병의 패턴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를 하면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서 교수님은 인공미생물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연구를 하시죠?
“화학공학을 전공하면서 기존의 석유 기반 석유화학산업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석유 고갈보다 환경 문제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법들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대사공학을 활용하면 생명시스템을 이용해 재생 가능한, 또는 폐기물 자원을 활용해서 동일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기에 계속 이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분야는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죠. 미생물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대장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하게 분포하는데 이들 미생물의 분포에 따라 우리는 건강하기도, 질병에 걸리기도 하죠.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인공 미생물을 개발하고, 치료제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즉 융합오믹스와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인공 미생물을 통한 세포치료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예요.”

- 함께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네. 이 자리가 그런 걸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 같네요.”(서)
“인공 미생물 연구로 북한 의학에 도움 줄 수 있는 분야가 분명 있겠지요.”(신)

-두 분에게 2017년은 어떤 해였나요?
“아직은 서울대에 적응 중이에요. 임용됐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 있어요. ‘학부생 교육에 충실하고 대학원생을 사회에 잘 내보내도록 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수강생들과 지도 대학원생들과 면담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던 한 해입니다. 학점보다 중요한 대학생활의 가치를 많이 알려주려고 했어요. 대학원생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고 했고요. 눈 코 뜰 새 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족에게 미안한 점도 있고요.”(서)
“학교에 사건사고가 많아 정신없는 한 해였죠. 그 와중에 상우같이 성인이 돼서 연락해 오는 친구들이 많아져 기쁜 한 해였습니다. 청첩장 내밀고, 자녀 사진 보내주고. 30년 열심히 산 보람을 올해 특히 많이 느꼈습니다. 그 동안 애 못 가져 고생하다 제가 소개해준 병원 통해 임신했다며 고맙다는 인사 전하는 친구도 있었고. 내년 보직이 끝나는데 병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또 행복합니다. 할 일이 남아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신)

-크리스마스 계획이 있으세요.
“평소에 잠이 부족해서 쉬는 날은 그냥 자는 날이에요(웃음).”(신)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아이들도 아직은 어려서… 연구하다 그냥 쉬는 날일 것 같아요. 제 연구 때문에 희생 중인 아내를 위해 열심히 봉사해야죠(웃음).”(서)

-부총장님, 마지막으로 동문들을 위한 건강팁 하나만 주세요.
“보통 70세 이상이 되면 남자 셋 중 한명이 암에 걸리고, 여자 넷 중 한 명이 암에 걸립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음식을 골고루 먹어 면역을 높여라. 두번째는 물을 자주 마셔라. 세번째는 땀나는 운동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해라. 암세포가 무척 똑똑한 놈들입니다. 큰 길에 나와 있지 않고 숨어 있어요. 우리 몸이 효율을 중요시해서 심장도 평소에는 적게 뛰고 혈관도 조금만 열려 있어요.
끝에 숨어 있는 암세포 놈들에게 T세포가 가서 죽이려면 밸브를 열어 T세포가 잘 전달되게 해야 하죠. 운동을 통해 혈관이 열리고 물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거죠. 면역, 물, 운동 이 세 가지를 꼭 실천하세요.”


신희영 연구부총장은

소아암 권위자이며 서울대 어린이병원 학교장을 2000년부터 17년째 맡고 있는 등 어린이 환자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 모교 통일의학센터장을 겸임하며 북한과의 의료교류에 관심이 많다. 서울대 의대 교무부학장, 의학교육실장,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가암관리사업단 국무총리 표창, 제17회 대한혈액학회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서상우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창의선도 신진연구자로 선정된 장래가 기대되는 공학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UCSD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지냈다. 2016년 모교에 부임해 미생물 기반의 합성생물학,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 생물공학회 최우수 논문상, 한국공업화학회 선정 미원상사 신진과학자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