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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17년 8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뇌 연구로 4차 산업혁명 주도하자

서유헌 모교 의학과 명예교수·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명사칼럼

뇌 연구로 4차 산업혁명 주도하자




서유헌(의학67-73) 모교 의학과 명예교수·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미래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은 뇌의 작동원리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뇌 중심산업혁명이다. 뇌가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사람을 동물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치매는 인류의 오랜 꿈인 100세 시대 도래에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뇌와 연관된 두 가지 문제, 즉 4차 산업혁명과 치매는 미래 인류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뇌 연구는 우리 인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프런티어 과학(Final Frontier Science)이 되고 있다.


2013년 4월에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수 십 광년 떨어져 있는 우주속의 많은 별들을 잘 알고 있고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를 잘 이해하고 있으나 두 귀 사이에 있는 1.4kg의 뇌의 신비는 잘 모르고 있다. 뇌 연구를 통해 자세한 뇌지도를 작성하여 뇌의 신비를 밝히게 되면 치매나 자폐증과 같은 뇌질환의 진단 및 치료법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 작동방식모사를 목표로 하는 미래 AI시대 새로운 직업들이 창조되어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45억 달러 이상의 뇌 연구비(Brain Initiative)를 지원하여 뇌 연구를 촉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도 황폐화시키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한 암과 달리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지금까지 회복된 사람이 없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동안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수십조가 넘는 연구비를 투여하여 100개가 넘는 치매 후보약들을 임상 시험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나 치료기술개발이 우리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치료제 개발의 실패 원인을 연구비의 부족으로 진단하고 ‘국가 알츠하이머 치매법(NAPA, National Alzheimer Project Act)’을 제정하고 치매연구비를 4배 증액시켜 매년 20억 달러를, 영국은 2배인 1억5,000만 파운드를 투여하기로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치매연구비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적지만 얼마 전 국가가 책임지는 병으로 선포되어 앞으로 크게 증가하리라 예측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AI)은 알파고를 통해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CPU 1,202개, GPU 176개를 이용해 16만개 이상의 기보를 익히고 딥러닝에 의해 합리적 수를 도출하여 이세돌 기사를 이겼다. 나아가 기존 CPU-GPU 조합 대비 20~30배 빠른 속도의 머신러닝이 가능한 환경을 지원하는 칩셋인 TPU(Tensor Processing Unit)가 탑재된 알파고 2.0은 기존 기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여 가장 적합한 수를 찾아내어 세계 1위 커제에 완승했다.


앞으로 뇌 작동방식모사 AI가 나온다면 사전지식 없이도 스스로 다양한 지식을 익히고 학습하여 보다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현재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IBM의 ‘AI 왓슨·암’처럼 IT강국인 우리나라가 뇌과학자와 AI 연구를 통해 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고 치매환자를 옆에서 도와주는 뇌를 닮은 AI 개발에 노력한다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IBM은 현재의 컴퓨터칩과 다른 인간의 뇌를 닮은 100만개의 디지털 뉴런과 2억5,600만개의 디지털 시냅스로 이루어진 54억개의 트랜지스터와 코어 4,086개가 탑재된 뉴로모픽(neuromorphic)칩인 트루노스를 개발하여 미래 AI 연구를 밝게 해주고 있다.


최근 영화 ‘에이리언:커버넌트’에서 인조인간이 인간에게 ‘당신이 나를 만들었는데 당신은 누가 창조했는가?’라는 질문처럼 정체성과 가치관 문제는 중요하다. 언젠가는 인간이 만든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인조인간이 우리와 같이 살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며 그때는 인조인간과의 갈등, 폭력, 살인, 성, 결혼 문제 등에서 우리사회에 큰 윤리적 이슈를 야기할 것이다. 지금부터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뇌과학은 인간의 정체성, 마음, 윤리, 인식, 판단, 결정 등의 여러 문제에 영향을 미쳐 신경철학, 신경심리학, 신경윤리학, 신경법학, 신경인지과학, 뇌신경교육학, 신경경제학 등의 학문이 태동되어 발전하고 있다.
또한 AI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교육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기억, 계산, 연산, 비교, 노동기능, 분석 능력 등은 이미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었기 때문에 AI가 강한 이런 분야는 AI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이용, 제어하기 위한 IT교육과 뇌과학 교육을 통해서 우리의 지능을 더욱 확장시키고(Augmented Intelligence) 인간만이 가진 강점기능인 인간성, 창의성, 도덕성, 감정조절, 정서 공감, 대화와 설득 기능 등의 뇌기능은 철학 등 인문학과 뇌과학 교육을 효율적으로 시행하여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아교육부터 대학입시준비교육으로 전락한 교육을 혁신적으로 개혁해서 과학과 인문학을 함께 폭 넓게 교육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과학자, 과학적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자들이 같이 공동 연구하여 사회적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 신경과학, IT, 인문학을 융합해서 교육하는 학과(예를 들면 뇌신경인지과학과)가 개설되어 적극 운영된다면 100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건강한 신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교육에 의해 배출된 창의적인 융합 뇌과학자와 IT 등 전문가, 인문학자들이 같이 연구하면 인간의 뇌를 닮은 AI인 신경로봇이 탄생되어 우리와 같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인류문화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