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호 2024년 8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AI의 무한 확장과 한계, 그리고 미래
AI의 무한 확장과 한계, 그리고 미래
이교구 (전기공학92-96)
모교 지능정보융합학과 교수
AI 연구원 응용기술연구부장
AI 연구원 응용기술연구부장
전기처럼 모든 분야에 혁신 예고
신중하고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IMO) 대회는 1959년 1회를 시작으로 얼마 전에 65회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팀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입상하며 이 대회에서 전통적인 강호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대수, 조합, 기하, 정수의 4가지 분야에서 총 6문제가 출제되며 각 문제당 7점 만점으로 개인 최고 점수는 42점이다. 이번 대회에는 108개국에서 총 609명이 참가해 단 한 명의 만점자가 나왔으며 29점 이상을 획득한 58명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지난 7월 25일 구글 딥마인드 홈페이지에 글이 하나 게시되었는데 자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인 AlphaProof와 AlphaGeometry 2가 2024년 IMO 대회의 문제 6개 중 4개를 풀어 28점을 획득했다고 한다. 이는 은메달에 해당하는 성적이고 금메달의 하한선인 29점에 불과 1점 못 미치는 점수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운 수학 문제들을 증명까지 포함하여 풀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스탠퍼드대 앤드류 Ng 교수는 인공지능을 가리켜 ‘새로운 전기(new electricity)’라고 표현했다. 100여 년 전에 발명된 전기가 인류의 생활 전반에 걸쳐 혁신과 변혁을 가져온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특별한 소수의 영역이 아닌 전 분야에 걸쳐 혁신을 가져올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2024년 현재 인공지능은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등 전통적으로 인간의 감각을 모사하던 분야뿐만이 아니라 의료·교통·물류·교육·보안·금융·법률·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단과 개인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RI나 CT 등의 의료 이미지에서 패턴을 식별하여 암과 같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화합물이 인간 세포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예측함으로써 새로운 약물의 발견을 앞당길 수 있다.
교통 산업에서도 AI의 중요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변 환경을 감지해야 하는 센싱부터 이를 근거로 하는 판단 시스템, 그리고 이를 주행에 반영하는 제어 역량까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활용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Waymo에서는 시범 운행 기간을 거쳐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인 로보택시를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몇 개의 도시에서 누구에게나 제공하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발달한 생성형 AI는 인공지능이 글쓰기·그림 그리기·작곡·연주 등 창작의 영역까지 깊이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 고유의 직업으로 남을 후보군에 화가·작곡가·작가·가수 등 창작과 관련된 직업군이 상위에 다수 포진되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제는 섣불리 AI의 능력과 범위의 한계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무한에 가까운 AI의 능력과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한계 또한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AI 시스템의 편향성이다. 기계 학습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개발된 현재의 AI 모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훈련 데이터에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편향을 학습하고 추론하게 된다. 이는 채용·대출·법 집행 등 분야에서 차별적 관행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한계는 AI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 부족, 흔히 ‘블랙박스’ 문제라고 불리는 것이다. 특히 딥 러닝 알고리즘과 같이 모델의 크기가 커질수록 많은 AI 시스템은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의료, 교통 및 사법과 같은 매우 중요한 응용 분야에서 책임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훈련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및 인격권의 침해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인 ChatGPT의 개발사 Open AI와 뉴욕타임스 간의 싸움이 대표적인 예다. 2023년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여파를 남겼던 할리우드 배우 조합의 파업 또한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가 그 중심에 있었다.
AI가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변혁적 힘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AI의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탐구함과 동시에 이것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한계와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책임 있고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AI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그 혜택을 널리 공유하되 위험은 완화되도록 정부·산업·학계·시민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한 AI의 여정은 무한한 확장과 고유한 한계를 신중하게 탐색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