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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023년 12월] 뉴스 본회소식

“AI가 노동 대체, 자녀에 편하고 연봉 높은 일 권하지 말라”

수요특강 이수형 (국제경제94-98) 모교 국제대학원 교수



“AI
가 노동 대체, 자녀에 편하고 연봉 높은 일 권하지 말라

이수형 (국제경제94-98)

모교 국제대학원 교수

 

소통능력, 자발성 등 키워줘야
어느 직종이든 수리·통계는 기본


손주가 스카이(SKY) 대학, 좋은 과 가면 자녀 교육 끝난 걸까요? 전혀 끝난 게 아닙니다. 반대로 명문대 못 가고, 대기업도 못 갈 것 같아 도대체 얘를 어떻게 하나싶으신 분들도 계시죠? 세상이 바뀌었어요.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듣던 아버지, 어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말이었다. 1122일 마포구 본회 장학빌딩에서 열린 수요특강. ‘일자리 동향과 자녀 교육 전략을 주제로 이수형 모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강단에 섰다.

경제학자인 이 교수의 무기는 데이터 분석이다. 2021년 세계 최대 인공지능 분석 경진대회 캐글의 데이터 분석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많은 사회 경제적 현상을 데이터를 통해 바라본 그가 집중하는 것이 있다. 일자리, 그리고 그와 이어지는 교육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에서 어떤 직업이 AI에 대체될 것인지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런 보고서를 보실 때, 각각의 직업에 대해 집중하시면 안 돼요. 경제학에서 바라볼 때 AI는 인간의 노동을 자동화하는 기술 중 하나예요.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원리를 기억하셔야 자녀 지도에서 적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 분류에 따르면 인간의 노동은 육체노동 정신노동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 그때그때 변화하는 일의 네 종류로 분류된다. 과거 기계가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뺏어갔다면, AI반복적이고 정신적인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 조부모님 보시기에 좋은 직업은 업무 강도 대비 페이가 좋은 일이죠. 그것이야말로 회사가 AI로 대체하고 싶은 일입니다. 관습적인 생각으로 자녀를 지도하면 의도와 정반대 결과를 겪으실 수 있어요. AI가 신비해 보이실 테지만, 데이터를 만지는 사람 입장에선 좀 다르게 봐요. 학습할 수 있는, 경험치가 많이 쌓인 일은 기계가 잘할 수 있어요. 거꾸로 말하면 경험치가 잘 쌓이지 않는, 과거 정보가 쓸모 없는 경우가 인간이 기계보다 유리한 경우입니다. 클라이언트나 시간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바뀌는 창의적인 업무는 기계가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자녀교육을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자녀교육을 할 때, ‘인적자본을 어떻게 높일지를 고민하라고 말했다. “인적자본은 한 사람이 1시간의 노동을 투입했을 때 업무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개념화시킨 용어입니다. 우리 아이를 생산성, 즉 인적자본이 높은 인재로 키워내겠다고 마음먹으시면 편안해집니다. 아이들도 여유로워지고요.”

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인적자본에서 인지적 능력’, 즉 공부머리만큼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발성, 인내심, 사회성, 리더십 등의 비인지적 능력이다. 가령 자발성은 주어진 일만 하면 바로 AI로 대체되기 쉬운 시대에 자발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네트워킹하는 능력이다. 그는 한국 교육에서 비인지적 능력의 교육은 심각하게 결여됐다며 아쉬워했다. 한편으로 강조한 것은 건강이다. “요즘 젊은이들, 생각보다 멘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들께서 잘 봐주셔야 합니다.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닌데 2주 이상 아침에 계속 잘 못 일어난다, 빨간불입니다. 갑자기 살이 빠지거나 찌고, 전화를 잘 안 받는다, 역시 심각한 빨간불이에요.” 지난날 좋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직접 가르치기도 했던 인재들을 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그는 특히 공부 잘 하는 자녀일수록 그동안 문제가 없었기에 왜 안 되냐고 다그치기 쉬운데,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무대를 한국으로 국한할 필요도 없다. 우선 국가마다 유망하고 잘 나가는 분야가 다르다. 이 교수가 강연 초기 여러 나라의 출신 학과, 전공별 연봉 테이블을 보여준 것도 결국 유망한 전공이란 시기와 나라에 따라 다르니 시야를 넓히라는 취지에서였다.

이 교수 또한 모교 사회대 수석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지만 4년 만에 미국 유학을 떠났다.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메릴랜드주립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졌다. “미국 기업이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잘 준비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글로벌 수준의 에티켓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죠. 특히 영미권에선 질문이 중요해요. 유학 시절 왜 맨날 저런 걸 질문하지했던 친구가 학년이 지나니까 너무 잘하더라고요. 뒤늦게 깨달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생각한 걸 기준으로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재구성하느라 질문을 한 거예요. 전 선생님이 말씀하신 걸 받아적기만 했고요. 어떤 사람이 더 창의적이고 똑똑한 걸까요?”

이제는 한국에서 잘한다고 세계에서 뛰어난 게 아니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교과서에서 빠지는 부분이 많아졌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다는 경고다.

마지막으로 수리력, 통계력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샌 야구도 데이터로 하죠. 감독이 과거 세 번 기준 타율이 떨어지니 더그아웃에 있어라할 때, ‘제가 5주 평균은 좋다.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협상하는 것도 수리력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근세에 글을 읽을 줄 아는 리터러시(literacy)가 자유민의 기본조건이었다면, 지금 시대는 무슨 직종이든 통계적인 리터러시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이날 본회는 참석자 전원에게 이 교수의 책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를 증정했다. 강연에서 미처 못다한 말들이 가득한 책이다. “교육이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데, 한국 교육과 논의는 대학 입시에서 끝나버립니다. 아이들을 상담해봐도 부모님들은 스카이 갔으니 끝이라며 관심이 없으시더군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주의해야 하고, 한편으론 어느 쪽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지셔도 좋아요. 아이들을 도와주셔야 합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