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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17년 8월] 뉴스 모교소식

총동창회 지원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10>

박성수 교수 “기후변화 정확히 내다보는 한국형 대기모델 만들 것”


“기후변화 정확히 내다보는 한국형 대기모델 만들 것”


박성수(대기과학91-95) 지구환경과학부 부교수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
“차세대 대기 수치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수치 모델은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수학, 물리, 화학, 컴퓨터공학 등 각종 과학을 집약해놓은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내일의 날씨와 100년 후의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수천만년, 수억년 전 지구의 기후를 계산할 수도 있다. 정확도 높고 대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후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독자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왜 독자적인 모델이 필요한가.
“수치 모델은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든 방정식과 물리 현상들이 담긴 소프트웨어다. 흔히들 말하는 슈퍼컴퓨터는 하드웨어고, 소프트웨어가 좋아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수치 모델이 우리나라에 전무해서 기상청에서도 영국에서 도입한 모델을 수정해서 쓰고 있다. 해외 기상 기술을 가져올 게 아니라 백지 상태에서 우리 것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 텐데.
“모교에 오기 전 세계 기상연구의 메카인 미국 대기과학연구센터에서 수치 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의외겠지만, 그 때 수치 모델을 개발하는 핵심 인력이 서너 명에 불과했다. 그 중 한 명으로서 만들었던 모델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외국인이 핵심 연구를 담당하니 당시엔 견제도 많이 받았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이런 개발자를 키울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학생들이 그 세 명의 핵심 연구자가 될 수 있겠다 싶었고, 일종의 소명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왔다. ‘무척 힘들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는데도 ‘해보겠다’는 학생들이 있어 연구실을 꾸릴 수 있었다. 어려워 하면서도 밤낮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 최대한 집중해서 수치 모델을 만들면 8~10년 정도 걸린다. 학생들이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몰입해서 진행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외국에서는 기관 차원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진행하는 연구다. 개인 연구자가, 기존의 모델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결과가 불투명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연구비 수주가 어렵다. 걱정이 크던 차에 ‘창의선도’ 프로그램이 절대적인 도움을 줬다. 동문님들의 지원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시험 운용해볼 하드웨어도 필요하다. 계속 펀딩을 찾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예측하는 데는 분명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학부 시절 대기과학을 공부하면서 절망을 맛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도전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박 교수는 모교 대기과학과 학사 수석졸업 후 워싱턴대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센터(NCAR)에서 박사후 과정과 핵심 연구원으로 기후 모델 ‘CAM5’ 등을 개발했다. 2015년 모교에 부임해 수치모델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