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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호 2017년 7월] 뉴스 모교소식

총동창회 지원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9>

서상우 “인공 미생물로 우울증 등 치료” 정의철 “행동을 바꾸는 감성디자인 개발”

모교는 지난해 8월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31명을 선정하고 최대 9년간 매년 1억원의 연구비 지원을 시작했다.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신진연구자들을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총동창회가 본 사업의 재정 일부를 지원한다. 본지는 신진연구자들의 포부를 들어보는 시리즈를 통해 이두갑 서양사학과 교수(본지 464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5명의 교수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편집자


“병 고치는 인공 미생물 만들어 우울증 등 치료”


서상우(포스텍 화학공학07졸)

화학생물공학부 조교수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
“미생물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대장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하게 분포한다. 이들 미생물의 분포에 따라 우리는 건강하기도,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생물을 활용해서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인공 미생물을 개발하고, 치료제로 활용하고자 한다. 즉 융합오믹스와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인공 미생물을 통한 세포치료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다.”

-연구 분야를 좀더 설명해준다면.
“인간게놈지도 완성으로 생체 내 생명현상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생물정보학 등의 ‘오믹스’ 분야가 발달했다. ‘융합오믹스’는 이러한 오믹스 분석을 통합해서 바라보는 것으로, 잘 모르는 미생물에 대해 정확한 정보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인공 합성하는 분야로, ‘융합오믹스’를 통해 인위적으로 디자인한 인공 미생물이 원하는 대로 작동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떻게 활용될까.
“우선 장내미생물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식중독,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생물을 직접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더욱 직접적, 원천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존의 연구에서 다루던 미생물이 아니라 새로운 미생물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다소 걸릴 것이다. 인공 미생물을 개발한 후에 결국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므로 검증과 규제 절차를 극복하는 데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공 분야가 ‘공학적인 생물학’으로도 불리는 대사공학이다.
“원래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기존의 석유 기반 석유화학산업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석유 고갈보다 환경 문제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법들에 관심이 있었다. 대사공학을 활용하면 생명시스템을 이용해 재생 가능한, 또는 폐기물 자원을 활용해서 동일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기에 계속 이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연구가 발전하려면.
“과정이 있는 실패를 문책하지 않고, 성과가 있는 주제는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국내에 자리 잡도록 서울대에서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또 대학원생 인건비를 학교에서 직접 관리하고, 연구책임자가 직접 관여하지 않게 함으로써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연구비 관리 시스템 개선과 대학원생 인권 증진에도 힘써줄 것을 제안한다.” 박수진 기자




*서 교수는 포스텍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UCSD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지냈다. 2016년 모교에 부임해 미생물 기반의 합성생물학,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 생물공학회 최우수 논문상, 한국공업화학회 선정 미원상사 신진과학자상 등을 수상했다.



“남자 소변기 ‘파리’ 그림 같은 감성디자인 개발”


정의철(산업디자인88-95) 디자인학부 부교수



-연구 주제와 배경은.
“즐거운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적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감성디자인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연구다. 연구 목표는 디자인을 통해 우리 일상의 행동이 즐겁고 자발적으로 좋은 습관이 되도록 연결시키고,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원 고갈과 다양한 환경 문제는 이미 일상의 문제가 됐다. 공학에서 제품 성능 향상을 통한 에너지 절약 연구가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가 없으면 그 효과는 미비하다. 가령 에너지 절약 에어컨을 쓸 때 에너지가 적게 든다고 더 오래 가동해 실제로 에너지를 더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질적 풍요를 경험한 세대에게 법적, 도덕적 규제로 해법을 찾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사용 가치와 이에 상응하는 감성적인 심리 변수를 고려한 디자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성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는.
“남자 화장실에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장실 청결 유지를 위한 꽤 센스 있는 문구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넣음으로써 좀더 디자인적으로 해결했다. 실제 80%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실천하면 좋지만 당장 다급한 일이 아니어서 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디자인의 사용을 통해 새로운 행동 양식을 만들고, 지속적 사용을 통한 습관과 가치관, 생활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실내 온도 1도차의 변화를 못 느끼는 실내디자인, 적은 물을 사용하면서 샤워의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 자발적으로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감성 디자인은 미래 인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예상되는 어려움과 극복 방안은.
“디자인이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을 자발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연구 초기 1~3년간 새로운 습관이나 행동이 형성된 경우에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이 스스로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 넛지(Nudge), 인지부조화 같은 연구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인지는 완벽하지 않고,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계기를 디자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상에서 인간 행태의 불합리함을 파악하고 즐거운 디자인을 통해 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 교수는 모교 산업디자인과 학사와 석사 졸업 후 일리노이공대 디자인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인그룹 에이블 대표와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학과장, 생활환경대학원 부원장 등을 거쳐 2016년 모교에 부임해 제품디자인과 HCI(인간-컴퓨터 상호작용)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산업디자인상,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최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