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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2016년 9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울대 시대정신과 KAIST 프로페셔널 펴낸 조호진 기자 인터뷰

“서울대 캠퍼스 세종시로 가면 학교도 살고 지방도 산다”
서울대 시대정신과 KAIST 프로페셔널 펴낸 조호진 기자

조호진 조선일보 과학담당 기자는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따고 카이스트에서 학사 학위를 땄다.



“서울대 캠퍼스 세종시로 가면 학교도 살고 지방도 산다”

대학 본질인 학문 연구에 전력… 교수식당, 교수·학생 有別 상징  


조호진(대학원95-05) 조선일보 과학담당 기자가 최근 서울대를 향한 묵직한 조언이 담긴 ‘서울대 시대정신과 KAIST 프로페셔널(좋은땅)’을 펴냈다. 

조 동문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두 대학의 장점을 극대화해 발전해 간다면 한국 대학 전체가 도약하는 모퉁이 돌이 될 것”이라며 “이는 곧 선진 한국을 건설하는 시금석인 동시에 부존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의 미래 고통을 경감할 대비책”이라는 믿음하에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련 내용으로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신입생 30%를 소득최하위 계층 30% 배정’ ‘교수식당 없애기’ 등의 파격적인 제안이 담겨있다. 국가가 갈림길에 섰을 때 앞길을 알려주는 현자가 서울대에 있어야 하는데, 해외 학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은 뼈아프다. 

조 동문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물리학 전공) 학위를 받았다. 기자로 서울대 출신 과학자를 수도 없이 만났다. 서울대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문이다. 책을 3시간 만에 독파하고 만남을 청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비교 분석한 게 흥미롭다. 제목의 의미는 뭔가. 
“두 학교를 관찰하면서 떠오른 단어다. 서울대는 시대정신(zeitgeist) 이었고, 카이스트는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 이다. 재학시절 경험과 한국 최고 과학자들을 두루 만나서 내린 결론이다. 서울대 시대정신을 표현한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라’는 시구는 현재, 미래세대에도 유효해야 한다.” 

-교수 사회를 향한 날선 비판이 곳곳에 나온다.
“BK21 사업에서 서울대 경제학과가 탈락했다. 논문이 없었다. 어떤 교수가 학내 교지에 낸 것을 인정해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서울대가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정체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문과 계열 교수들의 연구실적 저조 때문이다. 또 나라의 현안이 있을 때 서울대 문과 교수가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교수가 얼마나 계시는지 의문이다. 이과 교수들은 기자재, 학생 실력을 탓하기도 한다. 서울대 들어온 학생들이 하버드대생보다 우수하다고 본다. 그런 학생을 데리고 연구실적 안 나온다 탓하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한다.  

교수 연구실이 특정 공간에 몰려 있고 학생과는 강의실이나 실험실에서만 만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교수끼리만 만나는 문화와 구조는 대학에서 어울리지 않다. 특히 교수식당은 없애야 할 대표적인 시설이다. 한 외국인 학생은 교수만 가는 식당이 따로 있다는 말에 끔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과 교수의 유별은 단지 기본의 문제,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소통의 단절, 학문 진전의 최대 적이다.”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는데.
“결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두고 볼 사안이다. 서울대 출신이 될 가능성 높지 않나. 서울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종시 정부청사 이대로 두면 안 된다. 서울대가 내려가면 서울대도 살고 지방도 산다고 믿는다. 과거 이회창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서울대생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공부할 때는 외부 세계와 단절할 필요가 있다. 관악캠퍼스는 시대의 화두인 융합 통섭과는 시대착오적인 지형이다. 종합대학인 서울대 장점을 퇴색시키는 구조다. 공대에서 인문대까지 오려면 도보로 30분 이상 걸린다. 세종시 이전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카이스트와 서울대의 시너지 효과로 ‘21세기 집현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카이스트 졸업 후 서울대를 택한 이유는.
“카이스트 석사과정에서 떨어졌다. 서울대도 운이 좋아 붙었다. 서울대 떨어지고 카이스트 붙는 학생도 많아 우열의 문제는 아니다. 박사 후에 학자의 길을 걷지 않은 것은 연구 성과가 탁월하지 않아서다.”  

-책에서 못 담은 이야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대학교 학력에 편승해 사는 방식을 되돌아 봐야한다. 고등학교 실력도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어떻게 실력을 쌓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자 입장에서 광주과기원 연구자나 서울대, 카이스트 연구자의 차이를 못 느낀다. 실력없이 어디 나왔다는 걸 평생 우려먹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노벨상 수상자가 국내 어느 대학에서 먼저 나올까.
“노벨상을 받으려면 공부 기계로는 부족하고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 선행돼야 한다. 시대가 갈망하는 연구 주제를 알려면 사람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사람 차체를 알아야 한다. 그러면에서 서울대는 카이스트보다 유리하다. 포스텍 염한웅 교수, 하버드대 김필립 교수, 예일대 오 희 교수 등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개인적으로 노벨상 후보로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를 꼽는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