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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2023년 2월] 뉴스 모교소식

“2040년까지 3조3000억원 재정 목표”

서울대 부문별 중장기 발전계획 ⑥ 재정
“2040년까지 3조3000억원 재정 목표”
 
서울대 부문별 중장기 발전계획 ⑥ 재정
 
학내벤처투자 적극 나서고
1조원 규모 학교채 발행 검토 


모교는 지난해 QS 세계대학 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인 29위에 올랐다. 얼마나 더 상승할 수 있을까? “표면적으로 논문 피인용도, 학생당 교직원 수, 국제화 지수 등을 평가하지만 실제로 대학 순위는 재정의 건전성과 정비례한다. 재정적 측면에서 서울대의 미래는 밝지 않다.” 모교 중장기발전계획의 재정 부문은 다소 걱정 어린 전망으로 시작한다. 2040년 재정 규모를 현재의 2배 가량인 3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학교의 수입원을 조목조목 짚어 곳간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2020년 기준 모교 재정은 1조6000억원. 골간은 △정부출연금 △등록금 수입 △수주 연구비 △기부금 및 모금 △사업수익이다. 이 중 정부출연금과 등록금 수입은 큰 증대를 기대하기 힘든 항목이다. 최근 4년간 정부 출연금은 꾸준히 증가해 2023년 5775억원을 확보했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 없이 산정되는 탓에 향후 예측이 힘들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모교 등록금은 15년째 인상 없이 인하하거나 동결해 오고 있다. 

이 가운데 발전계획에서 밝힌 2040년 모교의 재정 규모 목표는 3조3000억원. QS 세계대학 평가에서 모교의 목표 순위에 가까운 싱가포르국립대(11위, 4조1000억원), 홍콩대(22위, 3조4000억원), 도쿄대(24위, 2조5000억원)의 2040년 예상 재정 규모를 고려해 설정했다. 2020년 기준 재정 규모(1조6000억원)의 약 2배로, 총 재정 규모가 연평균 증가율 3.8%를 유지해야 달성할 수 있다. 

발전계획은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며 학내 벤처 창업, 발전기금 확충 등으로 자체 수익을 늘리고 재정·회계관리 역량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적극적으로 자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조했다. 

발전계획은 2021년 설립한 SNU홀딩스가 장기적으로는 수익사업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SNU홀딩스 산하에 SNU 창업벤처를 설립, 교내 창업 활성화와 지분 투자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안을 제시했다. 유망한 기업의 경우 모교가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이 재직 중 개발한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기업을 창업하고, SNU 벤처스가 투자하면 모교는 투자수익과 산학협력단의 기술료, 매출에 비례해 받는 경상기술료를 수익으로 확보하게 된다. 동문 네트워크를 연계할 수 있는 SNU 창업벤처는 창업 초기기업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발전계획은 “라이선스 계약 체결과 함께 창업 교원에게 겸직을 자동 승인해 주는 등 걸림돌을 없애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썼다. 대학의 기존 조직 내에서 과감한 수익사업이 가능할까.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제한”하고,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겐 “외부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등에서 통용되는 보상 구조를 도입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발전기금에 대해선 기부금수입 외 안정 재원인 재산운용수입과 수익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입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부금이 전체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기부연구소 설립과 부동산·유증 기부 유치 등의 모금계획을 제시했다. 2035년부터는 총동창회 및 단과대학(원) 동창회와 협력한 모금 상품, 법인 및 비동문 기부를 위한 모금 상품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발전계획은 “카이스트는 총 재정 규모의 15.7%를 비동문의 기부금으로 확보한다”고도 언급했다. 

어쩌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처럼 기부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그러나 현 공익법인 제도와 발전기금 자산규모를 고려할 때, 모교 발전기금에 해외 대학처럼 공격적인 방식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외부위탁 운용관리로 자산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학교채 발행도 꾸준히 제기돼 온 아이디어다. 채권 발행은 기숙형 대학(RC) 도입을 위한 관악학생생활관 재건축 사업, 경전철 연장 등 모교가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발전계획은 서울대의 높은 인지도와 무차입 경영, 안정적인 정부출연금 구조 등의 특성으로 높은 신용등급(AAA)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채는 AAA 특수채와 회사채 사이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6개월 AAA 회사채 발행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1.4)을 감안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서울대 법인의 최대 채권 발행한도는 약 1조20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발전계획은 재원 배분 및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거 국립대학 시절 구축한 운영시스템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오세정 총장 임기 내 도입을 서둘렀던 ERP(전사적 자원 관리시스템)는 2025년까지 전략정보시스템, 의사결정지원시스템 등 다양한 재정 회계 솔루션과 연계해 정착시킬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자원의 전략적 배분 단계로 학내 사업에 대한 실시간 평가와 단과대학별 성과 파악이 가능해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질적인 성과 평가 없이 사업이 반복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모교가 도입하려는 증거 기반 의사결정시스템(EBPM)은 공공부문에서 정책 결정과 평가를 할 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과관계에 기반해 성과평가를 하며, 그에 의거한 환류(피드백)를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예산이 투입되는 학내 사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대로 성과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 본부의 재정전략실장이 재무전략 총괄인 CFO 기능을 맡고 있으나, 거버넌스 측면에서 한계가 상존한다. 발전계획은 “학교 재정과 재무에 전문성을 지닌 별도의 CFO 직책을 신설해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재정 거버넌스를 달성해야 한다”고 썼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