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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2016년 6월] 뉴스 모교소식

지역주민도 즐겨 찾는 예술공간…창의적 복합문화의 장으로

개관 10돌 맞은 모교 미술관 97번째 전시 '지속가능을 묻는다' / 정영목 관장 인터뷰


지역주민도 즐겨 찾는 예술공간…창의적 복합문화의 장으로


개관 10돌 맞은 모교 미술관
총 96회 전시…교육 활동도



미술관 앞마당에 조혜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704-13호’가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 미술관>




모교 미술관(관장 정영목)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2006년 6월, 관악캠퍼스 정문에서 불과 몇 발짝 떨어진 자리에 커다랗게 잘린 조각 모양의 미술관 건물이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최초로 독립된 건물을 가진 대학 미술관의 탄생이었다. 설계를 맡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는 미술관을 캠퍼스와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의도대로 서울대 미술관은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관악산 등산객까지 누구나 허물없이 즐겨 찾는 예술 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대학 미술관으로서의 사명은 전시와 교육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이어진 내부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미술관은 지난 10년간 어린이·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쳐 왔다. 워크숍 등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교실 밖 다양한 미술적 체험을 제공하고, 일반 성인 대상으로는 2007년부터 매주 목요일 현대문화예술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창의적 리더를 위한 예술문화과정(ACP)은 미술뿐만 아니라 인문과학, 사회과학, 음악, 경영 등 다분야를 아우르는 화려한 강사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창의성과 예술적 소양을 갖춘 소프트파워 사회지도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은 그밖에 미술 전시와 연극, 무용, 음악, 인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접목을 시도하며 작가에게는 창의적 실험의 공간이자, 관람객들에게는 총체적 예술체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0년간 모교 미술관에서는 96회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그중 주요 전시회의 포스터로 계단 벽면을 장식한 모습.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에서는 7월 24일까지 특별전 ‘지속가능을 묻는다’를 개최한다. 개관전 ‘현대미술로의 초대’부터 시작해 미술관의 97번째 전시다.


10년의 세월을 자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관이 고민하는 화두 ‘지속가능성’을 일상과 환경,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켰다. 정영목 관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00년 이후를 그려보기 위해 지금 우리가 생각할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고자 기획한 전시”라며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회고, 한편 불안하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단 인터뷰 참고>


모교 미술관은 개방된 구조와 다양한 형태의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이렇듯 독특한 공간 구조를 활용해 8명의 작가들이 회화·사진·설치미술 등의 작품으로 미래 지속가능성을 논의한다. 일반인 입장료는 3,000원, 관악구민은 2,000원. 문의 : 02-880-9504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 인터뷰


“대학 미술관의 정체성 지키겠다”




서울대 미술관 관장을 맡은 정영목 모교 서양화과 교수는 미술관이 거쳐온 시간을 돌아보며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정 관장과 만나 미술관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었다.



-지난 10년을 돌아본다면.
“대학 미술관으로서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살리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한국 근현대미술을 학술적이고 체계적으로 적립하는 전시, 연구, 교육 활동에 집중했다. 외부적으로는 지역 주민과도 돈독한 유대감을 쌓아왔다. 관악구청과 협동으로 매주 현대미술문화 강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미술관이 가진 차별점은.
“우선 공간적으로 기존 미술관과 다르다. 닫히는 문이 없고 전시실과 복도, 강당 등 모든 공간이 연속적으로 연결돼 있다. 대단히 어려운 공간이어서 참여 작가들도 고민을 거듭한다. 전시는 아무래도 학술적인 성격이 강하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블록버스터형 전시로 일회적인 효과를 누리기보다 대학 미술관답게 제대로 연구해서 기획전을 내고 멀더라도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특별한 전시 계획이 있는지.
“내년 정도에 상설 전시를 준비 중이다. 상설 전시는 미술관의 얼굴과도 같다. 소장품이 얼마나 좋고 나쁜지, 소장품을 어느 정도 연구했는지를 보여준다. 소장작은 현재 600여 점으로 적지 않지만 있는 작품을 수장고에서 꺼내서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심도 깊은 연구와 기획, 선별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술관 구조상 공간적으로도 고려할 점이 많다.”


-수익 등 운영 방안이 궁금하다.
“미술관이 스스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멤버십 제도나 후원회 등을 통한 펀드레이징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게 일종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외국 대학 미술관의 경우 대부분 자체적으로 펀드레이징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창의적 리더를 위한 예술문화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11기로 제법 자리잡았다. 이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10년의 목표는.
“지난 10년간 외부에 미술관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내실을 다지고 대학 미술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신선한 프로그램들로 받쳐 주고, 세계적인 미술품을 비롯해 소장품을 확보하고 연구하는 세 가지 기능에 충실하려 한다. 건강한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