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59호 2016년 6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법인화, 자율성, 발전기금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본지 논설위원

올해는 개학 121년, 통합개교 70년이다. 서울대는 그 동안 크게 발전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대학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근대화에, 민주화에 선배 동문들의 헌신적 기여는 뚜렷하게 남았다. 그러나 아직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서울대에 기대를 거는 국민들의 시선도 간절하다. 국가 발전의 기반이라 할 기초학문 부실을 지적할 때마다 우리 책임이라는 자괴감을 피할 수 없다.


법인화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그렇게 2012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과거 어떤 정부는 서울대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서열화와 학벌주의를 비난했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몰이해도 있었지만 순혈주의와 도덕성은 우리가 반성할 점이기도 했다. 같은 행동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더 큰 위기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온다. 국제적인 대학평가는 많이 좋아졌다. 영국의 QS World University Rankings는 2010년 50위에서 2015년 36위로, 영국의 THE World University Rankings는 2010~11년 109위에서 2015~16년 85위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한국인 학자 70%가 미국에 남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국내 대기업과 스카우트 경쟁을 벌여도 서울대가 밀린다고 한다.


세계적 석학을 모셔올 예산이 몇 년째 불용 처리됐다. 말만 법인화지 자율성이 없다. 파격적인 대우도, 시설 확충도 그림의 떡이다. 정부 예산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2015년에만 정부 출연금이 4,373억원, 본예산의 63.2%다.


세계적 대학의 명성은 재정에서 나온다. 하버드대는 기금이 380억달러(약45조원)이다. 국내 유명 사립대학의 서열이 모금활동의 성과에 따라 부침(浮沈)한다. 그렇다고 서울대의 명성을 팔아 영리활동에 매진할 건가? 아니라면 동문들의 모금뿐이다. 서울대는 ‘만×만한 기부’도 시작했다. ‘매월 1만원을 기부하는 1만명의 정기 후원자를 발굴하자’는 소액모금캠페인이다. 매월 3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하는 ‘선한 인재 장학금’,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데 쓸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의 자율적 도약은 선배 동문들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