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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2016년 5월] 뉴스 기획

스승의 날 특집 : 오정주 제자동문회

후배에게 장학금 주며 故 오 교수 기려


오정주제자동문회

후배에게 장학금 주며 故 오 교수 기려



1983년 9월. 오정주(사진) 모교 기악과 교수는 당시 유학중이던 자제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 제자의 콩쿠르 준비를 위해 일정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가 소련의 KAL기 피격사건으로 별세했다. 오 교수는 당대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존경을 받던 인물이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제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오 교수의 1회 제자였던 이남주(기악57-62) 전 가톨릭대 교수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며칠 동안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3학년 때인 1960년 초에 부임하셨을 때, 당시 흔치않던 줄리어드 음악원 출신에 뛰어난 실력으로 학생들의 기대가 굉장했다. 공사구분이 명확하고 피아노 교육에 대해 열정이 넘쳐났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혜전(기악79-83) 숙명여대 교수는 “겉으로는 매우 엄격하셔서 전화할 때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게 될 정도였지만 속으로는 따뜻하고 깊은 정이 느껴지는 스승이었다”며 “사건 며칠 전 보스턴에 오셨기에 너무 반갑게 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김대진(기악81입)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해외에서 전문 연주가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은사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접하고 그분에게 받은 것을 후배에게 돌려줘야 겠다는 결심이 들어 귀국하게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남주 동문은 오 교수가 별세한 지 2주 후 바로 제자동문회를 결성했다. 막 해외 유학을 다녀온 직후였다. 오 교수를 기억하는 10여 명의 제자들이 모여 2,500여 만원의 기금도 모았다. 고인을 추모하는 제자들의 모임은 그 뒤 30년째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2003년 오 교수의 20주기에는 이대진·이혜전·엄의경·나해진·김명서·박현선·현재희·김은희·전미영·이경순·박인미·이혜은 제자 등이 모여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그날 수익금은 오정주 교수가 생전에 후원했던 자선 의료기관에 기부했다. 제자동문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정주 교수 가족과 함께 장학기금을 조성해 매년 모교 음대 학생에게 3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제자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정(기악65-69) 동문은 “선생님의 제자가 됐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면서 “오 교수님의 정신이 후배 재학생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