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호 2016년 5월] 오피니언 학생기자의 소리
의사 80% 사라질까
의사와 의대생 변화 두려워 말아야
의사 80% 사라질까
최세진(의학전문대학원14입) 학생기자
지난 3월 대한민국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에도 ‘기계학습’, ‘딥러닝’이란 단어가 오르내린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에 사회 각계각층이 위기의식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 4월 11일 의대 캠퍼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강의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달라진 관심을 반영했다. 과연 전설적인 벤처투자가 비노드 코슬라가 말했듯이 의사의 80%는 없어질 것인가. IBM의 왓슨보다 환자를 더 많이 살리는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시점에서 개인적인 소고를 몇 자 적고자 한다.
정말 의사의 80%가 없어질지는 그 누구도 속단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이미 첨단 기기를 다루는 병원 내의 특정 과들처럼 의사의 역할이 최종 결정을 내리거나, 그러한 기기들의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로 변할 가능성이다. 현재 의사가 하고 있는 일의 많은 부분이 기계나 컴퓨터로 대체된다면 필요한 의사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과 같아서, 이를 부인, 또는 방관하거나 어떻게든 의사의 현재 권리와 수를 보장받으려고 발버둥치기보단, 유비무환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와 의대생들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가 가질 새로운 역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거나 무관심의 태도로 임한다면 그건 스스로의 입지를 줄이는 행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다학제적 의학교육과 의학연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롭게 바뀌는 서울대 의대 의학교육과정이 이런 시대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길 바란다. 의대생이 공대 연구실에, 공대생이 병원에서 함께 연구하는 모습이 생소하지 않게 될때, 큰 용기와 희생을 감수해야 되는 일이 아니게 될 때를 꿈꾼다.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인 김철중 기자의 말을 빌린다면, 의사 중 “상당수는 크리에이터(creator), 인벤터(inventor), 이노베이터(innovator)로 커야 한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본다면 이건 의료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알파고의 세상에 살아남는 것은 알파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30년 뒤, 2046년의 세상은 의사들이 또는 다른 전문가들이 갈 곳 잃은 비관적인 곳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제까지 급변하는 기술에 발맞춰 살아왔듯이,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 인벤터, 이노베이터로의 변신에 성공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