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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2016년 5월] 뉴스 모교소식

학생 주거난 ‘셰어하우스’로 푼다

학생회 앞장… 56명 셰어하우스 입주

셰어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는 신림동 인근 오피스텔 내부 모습.



학생 주거난 ‘셰어하우스’로 푼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생의 주거비용은 자취 월세 기준 월 66만원에 달한다. 한 학기 동안의 주거비용이 등록금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주거는 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문제다. 

제34대 총학생회 ‘디테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복지 프로그램 ‘모두의 하우스’를 기획했다. 이는 4~8명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운영진에서 마련한 집에 살며 주거비용을 분담하는 셰어하우스로, 최근 화두인 공유경제의 한 형태이다. 운영은 안혜린(환대원13입) 동문이 설립한 소셜 벤처 ‘코티에이블’이 맡았다.

학생회 앞장… 56명 셰어하우스 입주 

‘모두의 하우스’는 지난 1월 첫 입주자를 선발하고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56명의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근처 12곳의 주택·오피스텔·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이들은 보증금 500만원을 각자 부담하고, 거주 유형에 따라 20~50만원의 월세를 낸다. 

예를 들어 네 명이 함께 살고 있는 서울대입구역의 한 오피스텔의 경우 1인실을 쓰는 학생 두 명이 50만원씩, 2인실을 쓰는 나머지 두 명이 35만원씩을 내고 있다. 이렇게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구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코티에이블’은 한 번에 여러 채의 집을 계약하며 협상력을 높였고, 대학생의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대의로 임대인을 설득해 가격을 낮췄다. 여기서 발생한 잉여금으로 중개 수수료, 매니저 인건비, 가구 구입비를 충당해 거주자의 부담을 덜었다.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은 아니다. 선정된 하우스들은 수요조사에서 파악한 학생들의 요구사항대로 쾌적한 공간과 편리한 교통을 갖추고 있다.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빠지지 않는다. 운영을 총괄하는 안혜린 동문은 “싸고 넓은 집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대학시절을 떠올렸을 때 정말 좋은 사람들과 그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운영진의 주도로 거주자끼리 영화 감상, 등산, 요리 등 취미를 공유하며 여가를 보내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셰어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는 신림동 인근 오피스텔 외부.



싸고 깨끗해 거주자 만족도 높아 

거주자들은 ‘모두의 하우스’가 주거비용 경감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했다. 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최다연(약학대학원16입)씨는 “학교에서 가깝고 시설도 좋은 집을 이 정도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최 씨는 “2월 6일이 입주 예정일이었지만 가구 설치와 도배가 늦어지면서 2월 말에야 입주할 수 있었다. 불만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것도 문제이다. 담당자에게 연락해도 답이 오지 않거나, 여러 번 요구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원활하지 못한 일처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운영진은 전원 학생으로 이뤄진 기업과 총학생회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적·경험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현재 운영진들은 학업과 ‘모두의 하우스’ 업무를 병행 중이다. 임대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을 확충하려 해도 금전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코티에이블’은 수익보다 서울대 학생들의 주거 복지 실현을 우선순위로 삼았기 때문에 월세로 이윤을 전혀 남기지 않았고, 오히려 운영비 등을 전적으로 부담하며 적자를 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금이나 물품 후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안 동문은 “연세대는 주거 복지 사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학생회가 근로장학금의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모두의 하우스’도 서울대의 지원을 기대하며, 곧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지원을 받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의 하우스’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입주자 선발 방식부터 변화한다. 이번에는 공동체 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우선 선발했지만, 다음부터는 부모의 지원을 받지 않고 주거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학부모의 지나친 개입을 막고, 대학생의 주거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사업의 취지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김예원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