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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2015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우리 민족성에 대한 견해

서정화 회장 특별기고


우리 민족성에 대한 견해


특별기고



서정화 회장



"개인이 이익에 따라 선택하는 길은 자신의 불이익에 부딪치면 힘을 잃고 소멸되어 버립니다. 반면 국가와 민족을 향한 순수한 애정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역량을 결집하여 위기를 돌파하고 위대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게 만듭니다."


민족성, 國難 극복 원동력


언젠가부터 민족이나 국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식자연하는 사람들의 자격인 듯 되어버렸습니다. 민족성에 대해서는 아예 무지의 소치라고 비웃는 지경입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무질서하게 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런 모습을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라고 상찬하는 이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힘을 함께 모아 현금(現今)의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야 할 이 시점에서 무질서한 다양성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어려움에 직면한 집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의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와 경험을 밝혀 대안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국통일 이래 15백년 가까이 동일한 언어와 문화공동체를 형성하고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온 세계사 속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단일민족국가입니다. 그 결과 우리 민족이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온 경험들은 단순한 기억의 집합체가 아니라 민족 집단 전체의 성품, 즉 민족성으로 승화되어 구성원들의 정신세계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고비 때마다 우리 민족의 살길을 찾아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민족성 중 오늘날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는 민족애입니다. 뛰어난 민주적 국가일수록 국민을 결속시켜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결과를 이뤄내는 토대는 그 나름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정입니다.


나라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국민적, 민족적 정체성도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좇아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보편적인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며 가치를 부여하는 관계, 우리에게 고난을 이겨낼 영감과 용기를 주는 소속은 우리가 선택할 것이 아니라 어느 국민보다도 강한 혈연과 정의 속에서 우리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것입니다.


아직 민족이란 개념조차 세계적으로 확립되지 않았던 16세기에 왜란의 위기를 맞아 칠백의총 의병의 기치를 세우고 행주대첩으로 목숨을 던져 낸 우리 선조들을 움직인 것은 어느 거명이나 보상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식민지배에 순응했던 제국주의 시대에 우리 독립지사들이 만주와 상해에서 순국을 마다 않는 이유는 민족을 위한 가족 같은 애정과 순수한 자부심 외에는 달리 없습니다.


개인이 이익에 따라 선택하는 길은 자신의 불이익에 부딪치면 힘을 잃고 소멸되어 버립니다. 반면 국가와 민족을 향한 순수한 애정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역량을 결집하여 위기를 돌파하고 위대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게 만듭니다.


民族愛가치 다시 새겨야


한편 북한의 도발과 남북대립, 일부 집단의 이념논쟁으로 국가역량이 무익하게 소모되고 경제 산업적 경색으로 후퇴되어가는 나라 살림의 더할 나위 없는 아쉬움이나 태부족한 직장문제 등이 새로운 세대들에게 좌절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훨씬 더 오래전부터 역사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며 가난을 몰아내고 이제는 당당한 국가를 만들어왔던 선조와 선배들의 모든 경험들을 여러분은 더 깊이 더 잘 알고 계십니다.


국가나 민족에 대한 어떤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건한 국가는 개인행복의 필수조건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그러한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을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입증해 왔습니다. 그 저력이란 다름 아닌 민족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 새로운 힘이 필요 있는 위기에 봉착한 지금인데도 국론은 전례 없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세대와 이념에 의한 극심한 갈등은 그 승패결과에 상관없이 우리 민족을 공멸의 길로 내몹니다.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강중국(强中國)으로 자랑스럽게 일으키며 우리 개개인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우리 민족성에 깊이 새겨져있는 민족애라는 가치를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크게 되살려야 합니다.


우리 안의 창의성 재확인


나아가 오늘날 재확인해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적 품성은 바로 창의성입니다. 방대한 영토와 인구로 중국이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패권을 과시했을 때에도 우리 민족은 제한된 자원을 갖고서도 그에 뒤지지 않는 문명을 건설해냈습니다. 국가가 자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는 군사력입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세련된 금속기술을 개발하고 철제무기를 제작하여 아시아의 강국으로 일찍부터 발돋움했습니다.


그 결과 고구려나 발해의 경우처럼 광대한 영토를 직접 지배했으며 그렇지 못한 시대에도 군사강국들 사이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 말 이후로는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전수방어를 위한 우수한 화학무기를 개발해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개발은 군사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정교한 금속기술을 이용해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제작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던 고려불교, 그리고 유럽 지성계를 수백년 앞섰던 조선의 유교철학, 나아가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우수한 인쇄기술이 끼쳤던 영향은 참으로 지대합니다. 그리고 그 문화유산들은 오늘날까지 민족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정신적 자원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창의성은 경제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발휘되었습니다. 중국산 도자기는 19세기까지 세계 최고의 부가가치를 자랑하는 상품 중 하나였으나 고려는 이에 못지않은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기술개발에 힘입어 고려는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과 활발히 교역하면서 국부를 축적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로 그 조선조 이후에는 근대산업경제를 선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실패하고 군비를 갖추지 못해 결국 국망과 분단의 치욕을 겪기에 이르렀지만 해방 이후 경제부흥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세계인을 놀라게 할 정도로 신속하게 고도산업화를 축적하고 선진기술을 개발하여 그 민족적 창의력을 증명해냈습니다.


지식기반경제시대가 도래하고 첨단지식의 개발 여부가 국가의 위상을 결정하게 된 지금이야말로 한 민족의 역사적인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혁신의 능력이 더욱 발휘되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훨씬 더 발전될 수 있습니다. 국론을 통합하고 국력을 모아 더 힘든 일에 도전하여 더 위대한 일을 이뤄낼 것입니다. 민족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을 존중하여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갖춥시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세계전략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합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역사를 통해 만들어낸 위대한 민족성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