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51호 2015년 10월] 기고 에세이

주객이 전도돼버린 상담자격증

이혜성(국어교육58-62)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


주객이 전도돼버린 상담자격증













이혜성(국어교육58-62)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



상담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60년이 조금 넘은 비교적 젊은 학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는 용어의 하나다.


1962년에 서울대에 학생가이던스센타, 이화여대에 학생지도연구소가 설립되는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는 각급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하는 상담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급격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변동과 발전을 겪으면서 학교 현장에서 실시되어오던 상담활동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사회적으로도 상담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상담관련 교육 기관과 학회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서 상담을 공부한 사람과 공부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놀랍도록 증가해 가고 있다.


상담관련 자격증의 수가 8백여 종에 달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한 검증되지 않은 교육 프로그램과 연수 과정이 난무하고 있다. 그 결과로 상담은 그 표면적인 팽창에 눌려 상담이 목표로 하고 있는 개인의 자기성찰을 통한 성장의 핵심적인 내용이 희석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지금 현재 상담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예비 상담자들은 상담의 근본을 공부하는 것보다 상담사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두고 그에 필요한 과정을 따라가는 데에 더 적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상담의 근본 철학과 상담자의 윤리강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러한 시대에 상담의 근본 철학을 되새겨보고 그 근본철학에 기초를 둔 상담의 목표와 내용과 과정을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상담자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라는 심각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상담자 교육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상담학계의 1세대에 속하는 나는 이 심각한 물음에 대한 해답의 하나로 상담에 인문학의 기본가치를 융합하는 인문상담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상담과 관계되는 다양한 일들을 해오면서 나는 내담자들은 ‘자기의 주체성’을 찾아 ‘되고 싶은 자기’가 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여 ‘자기의 일을 제대로’ 하는 ‘자기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구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오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상담은 의미있는 삶을 찾으려는 인간의 가치지향적인 목적에서 출발하여 인문적 자기성찰 과정을 통해 그 목적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나아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자기의 언어와 잃어버리고 있었던 자신의 본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다. 


그런 깊이 있는 상담을 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나는 과거에 어떻게 살아 왔으며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미래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라는 인문적 자기성찰을 하도록 이끄는 안내자이며 격려자이며 동행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전문가여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간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다루는 인문학은 곧 상담의 근본이다. 나는 상담에 인문학을 융합하여 실행하는 상담을 인문상담, 인문상담의 과정에 철학적인 사유와 질문을 활용하는 상담을 철학상담, 문학적인 통찰력과 표현력을 활용하는 상담을 문학상담이라 정의한다. 인문상담, 철학상담, 문학상담이 우리나라 상담의 근본철학을 구축하고 상담의 목표와 과정을 더 넓게 펼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