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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2021년 6월] 기고 에세이

동문기고: 사라지는 동전들이 남기고 가는 것들

김승구 동문


사라지는 동전들이 남기고 가는 것들



김승구
경영전문대학원14-16
자영업


‘21년 5월 1일부로 당 지점에서는 동전 교환 및 입금 업무가 불가능합니다.’ ‘동전 계수기가 설치된 영업점은 홈 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전 교환·입금 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은행 영업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경영상, 업무상의 이유만으로 동전 취급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은행들의 동전 취급 업무 중단으로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물가의 앙등이다. 은행에서 동전을 취급하지 않으면 동전의 순환은 결국 끊어지게 된다. 그리고 동전의 유통이 원활히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생활에서 화폐의 기본 단위는 최소 지폐인 1,000원 단위가 되고 만다. 결국 100원 단위 거래가 매우 힘들어지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단위와 가격 상승 단위가 기존 100원 단위에서 1,000원 단위로 변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실생활에서 소비는 위축되었지만,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비 정상적인 인플레이션을 만들게 된다.

화폐는 법적으로 유통과 교환을 보장받은 가치의 매개수단이다. 은행들이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또는 취급 업무가 번잡하다는 이유로 동전을 취급하지 않게 되면 발행 화폐의 유통이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는 중앙 은행의 통화 정책의 실효성을 감소시키거나 교란시키는 것으로 제도적,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정당성을 가지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시중 은행들 자산의 많은 부분이 국민들의 예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중 은행들에 지금까지 여러차례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은행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경영상의 어려운 고비를 넘겼던 적도 많았다. 즉, 은행들이 내리는 결정의 근거에는 은행이라는 기업의 경영 측면과 함께 금융기관이라는 공적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단지 업무가 번거롭다거나 수익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동전 취급 업무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은행의 역사적, 경제적 책무와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동전이 얼마나 된다고’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은행의 동전 취급 중단 결정에는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파급이 존재하고 이와 같은 파급의 결과가 서민 생활에 미칠 적지 않은 영향이 고려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의 은행일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으로서의 은행인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