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모임은 치매 예방약



김인종
농업교육74-82
모교 미주재단 국장


만나서 수다를 떨어라. 수다는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부인들이 모여 신나게 수다를 떨 때 남자들은 할 말이 없어 멀건히 앉아 있다. 이 기운 떨어진 남편분들은 치매예방 ‘턱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수다는 대화와 사고 능력을 유지시킬 뿐 아니라, 얼굴 턱 근육을 움직여 주고 두뇌, 눈, 귀 등의 혈류를 개선하면서 뇌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준다. 이런 수다 뿐만 아니라, 각종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동창회’라는 ‘인지행동 개선 예방약’을 처방해 본다.

유명 제약회사 바이오젠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각광받으며 출시됐던 아두헬름(Aduhelm)의 효능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장밋빛 전망이던 이 회사의 주식은 두달 전까지는 고개를 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 약이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를 막는 효과가 27% 정도 있다는 데이터 수집자료가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쏠리고 이 회사 주식도 상승세를 탔다.

당초 FDA가 승인했던 약효만큼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의약계는 이 약이 치료의 첫 시발점이 될 수 있고, 다른 약이나 치료법과 함께 할 때 그 효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익할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이 약 사용자의 21%는 뇌가 붓는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데이터에서 아직 기다려 볼 시기라고도 주장한다.

치매는 환자는 물론 그 가족들도 함께힘들게 하는 질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직껏 획기적인 치료약이 없다. 우리는 치매, 노망으로 뭉뚱그려 부르지만 알츠하이머와 디멘시아(dementia)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노인 치매 증상이다.

확실한 것은 이 치매 증상이 외부적으로 발현되기까지 약 20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70세에 치매가 왔다면 50세부터 뇌의 저 구석에서 아주 조그맣게 천천히 시작됐다는 것이다. 즉 인지 행동기능의 저하가 20여 년에 걸쳐 진행되는 결과가 치매이다.

치매는 최소한 발병 예상 20년 전부터 예방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매예방에 대한 연방보건국의 8가지 원칙은 정상혈압유지, 혈당관리, 적절한 체중 유지, 운동, 금연, 과음 금지, 청각 상실 방지, 충분한 수면 등이다. 모두 당연히 지키고 싶은 원론적인 이슈이다. 다만 지키고 싶어도 유전, 환경 등으로 못지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그런 제약을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 예방약의 하나가 ‘동창회 참석’이라는 것이다(어려운 말로 인지행동치료에서 나온 학설이라면 신뢰를 더 할 분들이 계실 것이다). 동창회는 단순한 자리 채우기 뿐만 아니라 ‘봉사와 희생’이라는 행동양식을 첨가함으로써 인지기능의 숨은 부분을 활성화 하고 개발해 준다. 그 소득은 ‘보람과 깨달음’으로써 ‘웃음’이나 ‘기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엔도르핀이나 건강 촉진 호르몬을 신체에 제공하게 된다. 보람, 희생 등의 행동양식을 통해 개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큰 활력, 활성화를 느낄 수 있는 호르몬 분비를 경험하게 된다. 웃음과는 또다른 차원의 ‘의식 고양’이다. 동창회에 각종 사교 모임을 찾아 등산을 가고, 바둑을 두고, 함께 영화를 보고, 골프를 치고, 여행을 다니거나 에어로빅 모임에 참여하는 기회로 삼는다. 어떤 동창회에는 탱고 왈츠 춤 교실도 있는데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모임이다.

이같은 자기 만족 활동에 추가해서 봉사, 희생, 베풂의 활동에 나선다는 것이 동창회 참석을 통한 치매예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주기적으로, 계속적으로 이 같은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고 동창회는 이런 활발한 대인 관계와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커뮤니티로 ‘치매 예방약’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싫어!’ ‘안 할래!’를 많이 말할수록 치매에 가까이 가 있다는 증상이라고 의사들은 진단한다. 동창회 참석이 ‘좋아!’ ‘할래!’ 가 되도록 구성원들이 서로 노력하고 봉사와 희생을 한다면 동창회는 ‘인지능력 기능저하를 예방’하는 좋은 예방약이 될수 있다. 오피니언이라기 보다는 이론(theor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