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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2015년 10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송태호 문리대 65학번 입학5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장

동기회 행사위원장 맡아 풀뿌리 장학금 출연 앞장


송태호 문리대 65학번 입학5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장

동기회 행사위원장 맡아 풀뿌리 장학금 출연 앞장


동기회로는 처음 “친목 모임 넘어 후배 위한 일에 동참”





문리대 65학번 동기회(동숭클럽)가 입학 50주년을 맞아 본회에 1천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많은 동기회들이 입학, 졸업 10주기 행사를 열고 있지만, 모교와 동창회까지 챙기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단과대학동창회 차원에서도 드문 일이다. 문리대 65학번 초대 회장과 입학 50주년 행사 추진위원장을 맡은 송태호(사회65-72)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10월 2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10월 5∼7일 가을여행을 끝으로 50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 짓는 것으로 압니다. 몇 명이 참여하나요.
“60여 명이 갑니다. 강원도 일대를 돌아볼 계획입니다. 그 전에도 동기들과 봄, 가을 여행 행사를 해왔습니다만, 이번처럼 2박 3일로 가는 건 해외여행 빼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버스 두 대를 빌렸어요.”


많이 가네요.
“따로 회비를 걷지 않고 모은 기금으로 경비를 치르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올해 다양한 행사를 치렀죠.
“4백페이지 분량의 기념문집 발간, 인사동에서 미술작품 전시, 강남 메리어트 호텔서 기념만찬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죠. 문리대 65학번 동기가 2백38명입니다. 그 중 작고하고 해외 거주하는 동문을 빼면 1백60여 명 정도가 한국에 있어요. 그중 1백20명이 만찬에 참여했으니 대단한 거죠.”


동창회에 장학금까지 기부할 정도로 행사 기금을 많이 모았어요.
“1억원 조금 넘게 모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친목을 위해 모이긴 했지만 서울대 문리대 입학이란 인연으로 만나게 된 거니까 모교를 위해 뭔가 뜻깊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장학금 1천만원을 기부할 수 있었죠.”


총동창회에 출연에 거부감은 없었나요.
“동기 중에 학창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장학금 혜택을 받은 분들이 여럿 있어요. 저도 도움을 받았고요. 장학금으로 기부하자고 제안했을 때 다들 기쁜 마음으로 공감해줬어요.”



지난 98일 송태호 위원장(사진 왼쪽)이 서정화 회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동숭클럽이 잘 되는 비결이 뭘까요.
“처음에는 각 과별로, 친한 사람들끼리 소모임을 가져오다가 63?64학번 동문들이 전체로 모인다는 이야기에 자극받아 2002년 동숭클럽을 창립했어요. 초대 회장을 맡았지만 실제 잘 모이기 시작한 것은 2대 회장 때부터예요. 총무인 김용태(철학65-74) 동문도 그때부터 합류하기 시작했고요. 김 동문이 대학시절 모임 할 때도 굉장히 치밀하고 적극적이고 끈질기게 했어요. 김 동문이 여는 모임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회원들 경조사 다 챙기고, 시시때때로 문자로 안부 묻고…. 그래서 저는 사무총장이라고 부릅니다. 총무라 부르기 미안해서.

김 동문의 헌신에 동기들이 잘 따라와 준 것도 한 요인이죠. 어떤 친구는 물질을, 어떤 친구는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50주년 행사에서도 자발적으로 편집위원장, 행사위원장, 전시위원장 등을 맡아줘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자 동기 분들의 높은 참여율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만.
“당시 간호대, 가정대, 음대 등을 제외하고 문리대에 상대적으로 여자 동기들이 많았어요. 보통 우리 나이대의 모임이 남자 위주인 경우가 많은데, 큰 숫자는 아니지만 매 회 모임 때마다 여 동기들이 적극 참석해 줘서 모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동숭클럽 내 소모임도 꽤 많던데.
“문리대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보니, 취미활동이 다양합니다. 바둑, 등산, 골프 등의 일반적인 모임부터 영화연극 감상, 클래식음악 감상 모임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모임 외 분기별 동숭포럼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입니다. 동숭클럽 내 예술, 심리, 교육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어 정보교류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동기회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개인 질문을 좀 드릴게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동아시아미래재단에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나오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죠.”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손학규 동문 대선에 나왔을 때 싱크탱크 역할을 했죠. 손 동문이 고등학교 1년 후배죠? 1년 선배가 제일 어려운 법인데.
“편하게 지내요. 개인생활이나 사석에서는 깍듯이 해요. 대학 다닐 때부터 범상한 인물이 아니더라고. 학교 다닐 때부터 군계일학이었다고 농담을 하는데 뚜렷한 존재감이 있었어요.”


손학규 동문을 요즘에도 자주 보나요.
“강진에 칩거하니까 만나는 횟수는 뜸하지만, 물론 내가 가끔 가는 경우도 있고 이번 추석에도 여러 차례 만났죠.”


기자가 대선 이야기도 나누느냐 넌지시 물었더니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번 전화 드렸을 때 해외여행 중이시라고 하셨는데. 어딜 다녀오셨나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왔습니다. 보통 8백km가 정통코스라고 하는데 10일간 2백30km 약식으로 다녀왔어요. 오래전부터 생각만 해오다 갔다 오니까 좋네요.”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크리스천이니까 종교적 생각도 하고, 그동안의 삶도 뒤돌아 봤어요. 그동안 살아온 길이 반듯하게만 왔다고 할 수 없는데, 이렇게 반듯한 길이라도 걸어보자 하면서 걸었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합니다.
“가이드 분의 말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한국 사람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세 번째로 많이 찾는다는군요. 가톨릭 개신교 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의미있는 여행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도 한 이유 같습니다.”


행복의 중요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사회가 굉장히 치열한 사회죠. OECD 국가 중 자살률도 상당히 높은 나라이고, 복지 인프라도 많이 부족합니다. 행복하려면 먼저 자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체를 위해서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하고요. 가족 안에서도 그렇고, 작은 사회에서도 그렇고. 전체를 위해서 자기를 양보할 줄 알고 물러설 줄 알아야 행복하지 않을까. 결국 다른 이들과 잘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한 행복 요소같습니다.” <김남주 기자>






·송태호 동문은


경향신문 기자로 출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임


송 동문은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 후 1986년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발탁돼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거쳐 김영삼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송 동문은 공직생활 중 덕망이 높은 이홍구·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모실 수 있었던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또 우연찮게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산우회 회장을 맡아 등산을 생활화할 수 있었던 점도 인생에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장관시절 4천억원의 관광기금을 모은 것도 잊지 못할 일. 관광진흥을 위해 전임 장관시절 제정된 관광사업법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할 때 그들을 만나 설득하고 한편으론 과감히 밀어붙여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을 줬다. 공직 퇴임 이후 손학규(정치65-73) 동문과의 오랜 인연으로 동아시아미래재단을 맡아 10여 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