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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호 2022년 10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책: 아, 문리대!① “자유와 토론, 낭만과 다양성”을 꽃 피웠던 시절


“자유와 토론, 낭만과 다양성”을 꽃 피웠던 시절


아, 문리대!①
송철원(정치61-65)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
도서출판 현기연


서울대 ‘문리과대학’이라는 이름은 소멸되었다. 하지만 과거 동숭동 문리대 캠퍼스에 차고 넘치던 ‘자유와 토론, 낭만과 다양성’의 세찬 기류는 관악캠퍼스의 어느 자락에서도 연면히 이어져 오고 있지 않을까?

최근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 송철원 동문은 ‘아, 문리대! ①’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1961~63년까지 문리대의 학생운동과 학창 에피소드를 사실적으로 엮어 제1권으로 내놓았다. 1961년부터 문리대가 서울대종합캠퍼스계획에 따라 1975년 관악캠퍼스로 옮겨 올 때까지의 문리대 시절 15년을 시리즈로 기술할 계획인데, 이번에 첫 권을 내놓은 것이다. 팔순을 넘긴 저자는 60여 년 전 문리대 학창 시절 직접 겪은 사실은 물론 김도현(정치61-11)과 같은 동료들이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던 각종 자료와 증언, 당시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여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1권에는 선배들의 회상과 기록을 통해 모교의 1950년대 부산 피난 시절과 환도 후 문리대의 모습까지도 담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선배들이 선도하는 침묵시위 행렬 뒤쪽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 침묵시위는 1년 전 (4·19민주혁명) 4월 19일 문리대 데모대가 아홉 군데의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여 경무대(현 청와대)입구에 도달해 경찰의 총격을 받을 때까지의 코스를 행진한 후 문리대로 복귀함으로써 끝났다.……” 문리대 800여 명의 학생들은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1년 전 이날을 상기하면서 저녁에는 강당에서 술과 노래와 가장무도 등으로 카니발을 열어 젊음을 구가했다.

당시 문리대는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관련 학과와 의예과·치의예과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야말로 학문적 다양성이 넘쳐났다.

문리대생들은 너나 할 것없이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나름대로 지적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숭동 문리대의 모습과 주변의 학림다방, 중국음식점 진아춘, 쌍과부집에 얽힌 사연과 ‘사고 친 얘기’들이 배꼽을 쥐게 한다. 친구 하숙집을 순회하는 ‘칫솔 부대’들, 교실 책상 위나 교정 벤치 등에서 ‘노숙’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책 말미 에필로그는 저자와 동기인 김승웅(외교61-67)의 글로 대신했다.

“문리대는 지금 없다. 문리대라는 건물도 없고, 문리대라는 이름 자체도 소멸되었다.… 내가 문리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소멸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 지금도 어쩌다 출신대학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저 문리대를 졸업했다고만 한다. 서울대 문리대라고는 웬만해서 말하지 않는다. 문리대라는 단어 자체에 취해 살았기 때문이었다. …”

이경형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