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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호 2015년 7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관악극회 이순재 예술감독이 전하는 연극 '헤이그 1907'

광복 70주년 기념극 ‘헤이그 1907’ 예술감독·배우로 출연



광복 70주년 기념극 헤이그 1907’ 예술감독·배우로 출연

관악극회 정기공연, 동문 연례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기대


연극동문회 부설 관악극회가 서울대 개학 120주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헤이그 1907’을 광복절부터 96일까지 공연한다. 총동창회가 모교 개학 120주년 기념 행사로 후원하는 헤이그 1907’은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밀명으로 헤이그에 파견됐던 특사 이 준, 이상설, 이위종의 활약과 아픔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연극동문회 회장이면서 이번 작품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순재(철학54-58) 동문을 만나 작품에 대해 들어봤다. 이순재 동문은 배우로도 출연한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바쁜 가운데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으셨습니다.

지난 2년간 관악극회 대표까지 맡다보니 힘에 좀 부치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관악극회 대표는 실무적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이 많다 보니 대표직은 윤완석 수석부회장에게 넘기고, 저는 연극 단체의 방향을 정하는 예술감독을 맡게 됐어요.”


-작품 설명을 해주시죠.

“‘헤이그 1907’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세계만방에 폭로하고 우리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고종이 만국평화회의에 파견했던 세 특사 이준, 이상설, 이위종 세 분의 길지 않은 헤이그 체류기를 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특히 1895년 법관양성소를 1회로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검사로 임명됐던 평리원 검사 이준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급변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역사적 진실을 극화합니다. 근대법제도의 태동기에 국제법에 정통했던 한 법률가의 삶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정의와 법치를 향한 시대정신의 처절한 인간적 몸부림을 인상 깊게 표현하는 뜻깊은 작품이 될 겁니다.”


-국내 초연이라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작품을 올리기로 결정하고 대본을 구해봤으나 없었어요. 유일하게 찾은 게 북한에서 올린 만국분열기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김일성이 대본을 썼다고 합니다. 이 대본을 토대로 신상옥 씨가 제작한 돌아오지 않는 밀사란 작품도 있고요. 구해서 보긴 했지만 참고 정도만 하고 당시 이준 열사 관련 자료를 검토해 이수인(지리81-85) 극단 떼아뜨르봄날 상임연출가가 다시 집필을 했습니다. 이번에 연출을 맡았는데, 희곡까지 쓴 셈이죠. 영어, 일본어 자료까지 찾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할 텐데요.

그럼요. 물론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 세 명의 열사가 헤이그까지 가서 고군분투하다 끝내 목적을 이루지 못한, 해피엔딩이 아닌 작품이긴 하지만 감동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요즘 영화 연평해전이 많은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데 그 영화도 해피엔딩은 아니잖습니까. 암울했던 역사 속에서도 진한 감동을 끌어 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한 번도 공연예술로 다뤄지지 않은 작품을 한다는 의미도 크고요.”



-공연 준비 사항은 어떤가요.

배우 캐스팅은 6월 중순에 끝났고, 이번 작품을 올리는 동양예술극장에서 7주간 연습에 들어갑니다.”


-이번 작품에도 등장하시죠.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겠지만 적절한 배역을 맡아 함께 할 생각입니다. 함께 나호숙(가정관리74), 김인수(건축74-79), 박재민(체육교육02-10) 동문 등이 출연합니다.”


-그동안 관악극회에서 3개의 작품을 올렸는데 평가가 궁금합니다.

하얀중립국, 시련, 유민가 세 작품 모두가 대중적이지 않았음에도 관객동원 측면에서는 모두 성공적이었어요. 관악극회 하면 순수연극 단체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들의 연기력도 많이 향상됐고요. ‘헤이그 1907’은 대학로의 어느 연극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줄 겁니다.”


-어려운 점은 없나요.

재정적으로 충분치 않다 보니 공연을 올릴 때마다 어려움이 있어요. 연극 한 작품을 올리려면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합니다. 관악극회 회원들의 재능기부가 큰 도움이 되지만, 공연제작에는 초기 연습실 대관부터 극장 대관, 무대 설치, 소품, 의상, 포스터 등 홍보인쇄 등에 많은 제작비와 인건비가 소요되거든요.

이번 헤이그 1907’ 공연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습니다. 3천만원을 목표액으로 설정하고 88일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3만원부터 시작하니까 부담이 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펀딩해주신 분들에게는 금액에 맞게 초대권과 포스터, 팸플릿, DVD, 평생관극회원 등의 혜택이 돌아가고요. 공동제작가가 돼 기념포스터, 팸플릿, CD에 성명도 게재해 드립니다.”


-탤런트 활동을 많이 하시지만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총연극회도 창립할 정도로 애정이 깊죠. 1년에 한 편 정도는 연극 무대에 서려고 노력하고요. 방송 드라마도 좋지만 나의 뿌리는 연극이기 때문에 무대를 떠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체력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세요.

특별한 건 없어요. , 담배 안 하고 소식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취미로 골프를 즐기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한 말씀.

관악극회가 서울대 동문 모두에게 우리들의 극단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순수예술극단을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격려해 주시고 관악극회 정기공연이 동문들의 연례 문화행사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이순재 동문은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서울고를 졸업했다. 피난 시절 본 연극에 감명을 받아 모교 철학과 3년 때부터 연기에 몰두했다. 재학시절 단대별로 흩어진 연극부를 통합해 서울대연극회를 창설했고 1956지평선 너머로 정식 데뷔했다. 최근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 TVN 예능 꽃보다 할배를 비롯해 연극 황금연못등에 출연하며 팔순의 나이에도 청년 못지않은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기자협회 초대 회장, 14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가천대 석좌교수로 학생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