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호 2024년 10월] 뉴스 모교소식
출생률 0.72명…‘인구 전담 부처’가 전환점 될까
국가미래전략원 포럼
출생률 0.72명…‘인구 전담 부처’가 전환점 될까
국가미래전략원 포럼
9월 24일 열린 제3차 미래인구포럼에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석연(왼쪽 다섯 번째) 전 법제처장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구체적 설계 부재, 당위성 따져야
저출생대응특별회계 신설 주장도
‘0.72명’(2023년 한국 합계출생률)의 위기에 구원투수가 될까. 정부가 신설 예정인 인구 전담 부처의 쟁점을 논하는 포럼이 모교에서 열렸다. 모교 국가미래전략원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9월 24일 관악캠퍼스 우석경제관에서 ‘제3차 미래인구포럼’을 개최했다.
인구 전담 부처 신설은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가진 한계에서 출발했다. 2005년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출범한 저고위는 자문위원회 중심의 범부처 협력 체계의 성격을 띤다. 개별 인구 정책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다수의 부처가 집행하고 저고위는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정책 심의 권한은 있지만 집행권과 예산권은 없어, 새로운 인구 정책을 개발하고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적극 개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에 올해 7월 정부는 인구 전담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이하 인구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이 발표한 신설안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는 인구부 장관이 겸임하게 되고, 인구부엔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여된다. 인구부는 예산에 대한 사전 심의 권한을 갖고, 타 부처에서 저출생 사업을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인구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복지부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및 법령 등과 기재부의 인구 관련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도 인구부로 이관된다.
인구부를 둘러싸고 당위성부터 예산 권한까지 다양한 이견이 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고영준(지리09-17) 충남대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먼저 “기존 인구 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인구부의 구체적인 조직설계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과연 독임제 형태의 인구전략기획부 모델이 실효성과 당위성이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인구 전담 부처의 역할이 인구정책 수립, 총괄, 조정 기능만인지, 개별 정책 집행도 부여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국가 차원의 추진 정책이나 특정 분야는 인구 전담 부처가 집행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부처 신설이 또 다른 생색내기식 업적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인구 정책엔 출생률 제고뿐만 아니라 현재 법무부 소관인 이민 정책도 중요하다. 인구부가 신설된다면 기존 조직의 고유 업무를 파격적으로 가져오고, 기획뿐만 아니라 집행 기능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구부의 모델은 과거 예산을 관장하고 관련 부처를 강력하게 컨트롤했던 경제기획원이다. 경제기획원 출신 최종찬(무역68-72)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전 건설교통부 장관)는 “인구 정책의 국가 우선순위를 높이는 면에서 인구부 신설은 일리 있다”고 말했다. “예산과 세금을 관장하는 경제부총리가 인구 정책에서 강력한 권한은 가질 수 있겠지만, 업무 범위량이 방대해 인구 문제에 집중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뜻에서다. 한편 “인구부에 예산권과 집행권이 생기더라도, 예산의 우선순위는 정하되 규모까지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태일(경제83-87)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무부로 분리하고, 인구 기능을 가진 기획예산처인 ‘인구기획예산원’ 신설을 제안하고 싶을 정도로 인구 담당 부처는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전자정부특별위원회 회의에 청와대 비서관이 매주 참여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전자 정부 구축에 성공했다. 인구 문제도 대통령을 위시해 온 나라가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그에 걸맞게 부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고위 상임위원 출신 홍석철(경제92-00) 모교 경제학부 교수는 “저고위의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평가 과정이 매우 형식적이었고, 예산 권한이 없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거나 혁신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인구 정책엔 경제정책만 아니라 사회정책의 수많은 분야가 얽혀 있기 때문에 기재부도 부적합할 것”이라며 인구부 신설을 지지했다.
“원인을 몰라서 인구 정책이 실패한 게 아니라, 과감한 지원을 못 해서 실패한 것”이라며 “저고위가 예산을 허비했다고 비난받지만, 예산의 절반은 주거지원에 쓰여 허수에 가까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인구부에 예산 심의권을 부여한다고 해도 예산에 반영되는 데는 많은 벽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며 “제대로 된 예산 권한을 가지고 사업과 인구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나 기금을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구 정책을 뒷받침할 전담 연구기관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태일 교수는 “과거 경제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KDI가 이젠 가장 큰 국가 과제인 인구 문제를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석철 교수도 “인구위기 대응 기본법에 근거 조항을 만들어 국가 인구연구원을 신설하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좋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 인구부 장관 인선에 대해서도 제언이 나왔다. 최종찬 전 장관은 “초대 인구부 장관은 중량감 있고, 사명감 있는 인물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초기 장관들은 예산 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역대 기재부 장관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