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54호 2024년 5월] 뉴스 모교소식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⑧

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김장우 모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상범 (전기공학97-01) 모교 재료공학부 교수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소자는 구하기 쉽고 공정 비용이 저렴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 방식으로 제작됐다. 동시에, 같은 크기의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컴퓨터를 구성하는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공정 미세화(Scaling-Down)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소자를 작게 만들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구성할 수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며, 단일 반도체에서 전류가 흐르는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어 성능 고속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 발전의 궤적은 동일 면적의 반도체가 소비하는 전력이 동일하다는 가정이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이 가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소자 크기가 줄어드는 만큼 각 소자가 소비하는 전력도 크기에 비례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발전 패턴으로는 1)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계속 줄어들면서, 2)소자 당 계산/저장 성능을 향상시키고, 3)동시에 소자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위 세 가지 목표 사이의 상충관계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반도체 산업의 진보는 불가능할 것이다.

공정이 미세화(scaling-down) 될수록 누설 전류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신경망처리장치(NPU) 장치 등에 기존의 칩(chip)을 적용할 경우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게 된다. 구체적인 예로 Chat GPT를 한 번 돌릴 때 3,000~4,000만원 가량의 GPU 수만대가 필요한데, 서버당 4개 정도의 GPU를 장착한다고 가정해도 1만대 수준의 서버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차세대 GPU 1대는 현재 GPU 성능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성능을 갖춰야 하고, 동시에 현재 GPU 1대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모해야 하지만, 이는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목표이다.

기존의 반도체 제품 개발 및 양산 기술이 맞닥뜨린 주요 한계는 다음과 같다. 1)공정기술의 기술적 한계, 2)더 작은 두께에서 누설 전류를 감당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 그리고 3)반도체 소재의 한계이다. 지금까지는 공정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전체 공정 수 및 복잡도가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레이아웃 구성을 위한 가이드는 바꾸지 않고, 평면적으로 배치하던 과거와 달리, 수직적 적층(Stack up)만으로 집적도를 증가시키는 해결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물리적 한계뿐만 아니라 비용적으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력 소모가 낮고 효율이 높으며 유연성이 높은 새로운 디지털 반도체 소자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기반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Si MOSFET)를 대체하는 소자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 이유는 해당 기술의 완성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50년 넘게 Si MOSFET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개량되면서 소자 집적도 측면에서 무려 100만 배 이상의 개선이 이뤄질 정도로 소재 및 공정 기술 최적화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막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어 경로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소재나 소자를 개발하더라도 그 완성도를 Si MOSFET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 및 시간 투자가 필요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상적인 대안은 기존 디지털 반도체의 구조나 소프트웨어의 변경이 아닌, 반도체 소재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접근법으로는 MOSFET의 기본 동작 원리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리콘(Si)을 게르마늄(Ge) 또는 칼륨비소(GaAs) 등의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비용과 성능 모든 면에서 Si MOSFET을 능가하는 소자를 제작하는 것은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설사 성공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기존 소자 대비 100배 이상의 높은 성능 향상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접근법으로는 MOSFET과는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새로운 소자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다. 기존 디지털 반도체 구조 형태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 및 생물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상온이 아닌 절대온도에서 초고속 효율 100%로 동작하는 초전도 반도체 혹은 인간의 생체(특히 뇌) 정보를 이용하는 뉴럴 링크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소재를 이용하여 반도체 소자, 회로 및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는 단기적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특정 어플리케이션 혹은 환경에는 적용할 수 있겠지만 모든 컴퓨터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범용성의 제약이 있다.

궁극적인 대안으로 초미세 반도체와 초전도/초저온 반도체, 그리고 올 아날로그(All-Analog) 반도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초미세 반도체로는 물리적인 소자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방법뿐만 아니라 생체 DNA, 신경세포 등을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절대 온도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초저온/초전도 반도체 소자를 활용하는 기술도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모든 반도체 정보 연산 및 정보 저장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하여 반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들도 중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적 반도체 기술들은 모두 특정 환경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단계일 뿐이며, CPU GPU와 같은 일반적인 반도체의 개발과 활용에 이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본 연구자가 연구하고 있는 초저온/초전도 반도체 개발 경험에 따르면, 절대 온도(섭씨 영하 270) 근처에서 작동하는 반도체는 양자 물리학에 기반하기 때문에 전자전기공학, 물리학, 재료공학, 컴퓨터 전공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구 진행 자체가 어렵다.

또한, 초저온/초전도 반도체는 고성능과 저전력을 달성하지만, 초저온 환경 유지에 필요한 높은 냉각 비용과 해당 소자의 크기가 기존 반도체 소자보다 오히려 크다는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더불어 인간 두뇌 모사 반도체 개발 경험에 따르면, 이 분야도 마찬가지로 전자전기공학, 생명공학, 뇌과학, 재료공학 등을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연구 진행 자체가 어려우며, 인간의 두뇌, 뉴런, DNA의 작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실험이 어려운 것이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All 아날로그 반도체의 경우에는 디지털 방식의 계산 및 저장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변화시켜 계산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차세대 초저온/초전도, 생체, 아날로그 방식의 반도체들은 안정성 및 재현성이 매우 낮아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향후 연구자들이 극복해야 하는 난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