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50호 2024년 1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끈질긴 관심과 사랑이 유기동물 상처 아물게 하죠”

동아리 탐방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꼬리’


동아리 탐방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꼬리’
“끈질긴 관심과 사랑이 유기동물 상처 아물게 하죠”



꼬리 회원들은 매주 왕복 4시간 거리 일산의 유기동물 보호소로 봉사를 다녀온다. 사진=꼬리 제공 


매주 왕복 4시간 보호소 봉사
자체제작 상품 판매해 후원


모교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꼬리’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새벽 왕복 4시간의 여정에 나선다. 목적지는 일산의 유기동물 보호소 ‘천사들의 보금자리’. 한때 유기됐던 강아지 180마리와 고양이 40마리를 구조해 돌보는 곳이다. 부원들의 일은 보호소 곳곳을 청소하고 밥과 물을 주는 것. 동물들과 놀아주고, 예쁘게 털을 깎아주기도 한다. 유기동물을 돕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이메일로 만난 구현준(간호20입) 꼬리 회장은 “4년 전 처음 보호소를 찾았던 때, 여느 봉사자들처럼 이동거리에 놀라고, 익숙지 않은 대소변 냄새에 코를 찡그렸다”고 돌아봤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키워본 적 없던 그를 봉사에 푹 빠지게 한 건 ‘반달이’라는 한 강아지. “사람을 많이 경계했어요. 가까이 오지도 않고, 우연히 곁에 가면 바로 왈왈 짖으며 도망갔죠. 남자 봉사자를 유별나게 무서워했는데, 입소 전에 나쁜 기억이 있었나 추측할 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반달이가 구 회장에게 다가왔다. 애교는 여전히 없었지만, 슬쩍 냄새를 맡고, 예전과 달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날 보여준 녀석의 용기가 제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이나 예능, 영화 영상으로 가득하던 저의 유튜브는 강아지, 고양이 영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죠. 그 녀석의 용기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강아지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강아지의 습성, 행동을 하나둘 다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알아본 것들을 다음 봉사활동 때 써먹어보며 그 녀석의 용기에 저도 제 나름의 용기로 보답하게 됐어요. 시간이 지난 후 모두에게 애교 하나 없는 녀석은 저에게만은 애교 넘치는 녀석이 됐습니다.”

많은 꼬리 회원이 비슷한 일을 겪는다. 상처 입은 유기동물과, 아직은 그런 동물이 낯설던 사람들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경험이다. “꼬리엔 ‘2번만 봉사활동을 다닌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어요. 1번 온 분들은 장시간 이동을 견디고 보호소에 도착해도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힘들어 다신 봉사에 오지 않는 분들이죠. 여름은 무척 더운데,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 특유의 대소변 냄새가 더욱 심하게 나서 힘들고, 겨울 같은 경우에는 보호소 주변이 허허벌판이다보니 표면상의 온도보다 체감상 더욱 추워 힘들거든요. 그 고단함을 이기고 2번 오신 분들은 유기견, 유기묘들이 힘차게 반겨주는 모습에 사랑을 느끼고 서너 번, 그 이상 참여하게 돼요. 인력이 늘 부족한 보호소 사정을 알아서 시험기간에도 쉬지 않고, 때론 공휴일에도 사람을 모으죠.”

1년에 서너 차례 부원을 모집하고, 지원자는 전원 조건 없이 받아들여 늘 150~200명대 부원을 유지한다. 덕분에 봉사 참여자 수는 물론 참여율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부원이 많다 보니 시험기간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봉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이다. 구 회장은 "입부에 있어 엄격한 제한을 두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다채로운 생각을 나누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제한 없는 신입부원 선발에 있어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되었지만, 유기동물에 대해 별 관심 없이 동기따라 입부한 후, 보호소 봉사활동을 다니며 강아지,고양이 아이들과 만나며 유기동물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신입부원들이 다수 존재하더라"고 말했다.




꼬리 부원들은 보호소 시설 청소와 급여 등의 봉사를 마치고 동물들과 놀아주기도 한다. 사진 왼쪽 강아지가 본문 속 반달이.  사진=꼬리 제공 


보호소 바깥에서도 활동은 이어진다. 6개월에 한 번씩 온·오프라인으로 ‘꼬리마켓’을 열고 보호소 동물을 모델로 디자인한 달력, 포스트잇, 에코백 등을 제작해 판매한다. 꼬리에 몸을 담았던 부원들, 동물에 관심있는 사람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꼬리를 만난 봉사자들이 관심을 갖고 구매해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매출액 전액을 포함해 매년 100여 만원의 후원금을 보호소에 전달한다. 회비로 방진복,목장갑,고무장화 등 봉사물품을 구매하고 남은 예산도 후원금에 보탠다.

‘스토리 리그램’ 이벤트는 후원에 사람들의 관심과 염원까지 보태려 시작한 일. 입원이 급하거나 응급수술이 필요한 보호소 동물의 사연을 SNS에 올리고, 사람들이 ‘리그램’(타인의 게시물을 내 SNS에 올리는 것)할 때마다 1건당 1000원씩 꼬리가 부담해 병원비를 마련한다. 기관지협착증으로 긴급 입원한 강아지 ‘노랑이’는 160번 리그램되면서 수월하게 기부금을 마련해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천수를 누렸다. 구 회장은 “병원에서도 살릴 수 있다고 단언하지 못한 상황에 작은 희망이라도 찾으려 시도한 것인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회원 중 이성진(법전원) 학우가 이러한 활동을 좋게 보셔서 2년 연속 거액의 기부금을 보내 주셨고, 오서현(의학과) 학우는 봉사 후 의예과 일일호프 수익금을 보호소에 전해왔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부원들 덕에 꼬리가 이어져온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물론 동물에게 마음을 주고 연을 맺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돌보던 동물들이 세상을 떠나는 슬픔도 감내해야 한다. 구 회장은 “부고를 들으면 그 아이가 있던 구역 입구에 멈춰서서 발걸음을 떼기가 싫어진다”고 했다. “언젠가 너무 피곤해서 놀아달라는 아이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맡은 구역의 청소만 끝낸 뒤에 귀가한 적이 있어요. 봉사활동이라는 의무감에 매몰되어, 그 속의 본질을 놓친 바보가 되었던 때죠. 그 다음 주 평일 중에, 그 아이들 중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제 스스로가 무척이나 싫어졌습니다. 항상 아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이 친구에게 최선을 다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해요. 매번 답변은 '그러지 못했다'입니다. 그렇게 후회한 후 다음 주 봉사활동에 임합니다. 어쩌면 그러한 후회의 되풀이 속에, 조금씩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에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아요."

동물들이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 속에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 지 반성하게 될 때, 무척이나 힘이 든다'는 구 회장. "그럼에도 그러한 후회 속에서, 조금은 의무감만으로 인한 봉사활동이나 아이들에게 무신경하게 다가가는 나를 더욱 더 경계하며, 무의식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남은 아이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달이는 구 회장을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꼬리 회원들도 반달이를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시간과 관심을 쏟으면 어떤 것도 동물들에겐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블식시켜줄 말을 부탁하자 구 회장은 먼저 "항간에 '동물을 유기한 사람은 동물을 싫어한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좋아해서, 입양해 키우다가 유기한 사람이다. 오히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입양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유기동물은 사람을 무서워하고, 다친 아이들이 대다수다, 깨끗하지 않을 것이란 편견이 있는데 그러한 선입견들은,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을 다니며 많이 무뎌지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은 어쩌면 일부 사실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걸지 몰라요. 보호소에도 건강하지 않고, 사람을 무서워하고,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선입견을 지우게 된 건 그런 동물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기동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보고, 저 또한 그 일부가 되면서였어요. 포기하지 않고 관심과 사랑을 주다 보면 또 다른 반달이가 다가올 겁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또 사람들로 인해 치유된다는 말을 믿습니다.”





늘 인력이 부족한 보호소이기에 시험기간에도 봉사를 빼놓지 않는다. 사진=꼬리 제공

박수진 기자

▷꼬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ail_s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