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49호 2023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문 유튜버: 작은 동네 병원이 구독자 11만, ‘양심 산부인과’의 일상



동문 유튜버

‘진오비산부인과’ 심상덕 (의학80-86) 동문

작은 동네 병원이 구독자 11만, ‘양심 산부인과’의 일상




마포구 동교동 진오비산부인과
휴일에도 병원서 1시간 거리에


마포구 동교동 진오비산부인과는 ‘양심 산부인과’로 불린다. 과잉진료가 없다는 이유지만 유일한 의사인 심상덕 원장의 소신과 철학 덕택이기도 하다. 집 없이 분만실 한쪽에 숙식하며 분만을 돕고, 큰 빚을 지고 경영난에 시달리는데도 수가 높은 제왕절개 대신 되도록 자연분만을 권하는 병원. 어려운 병원 살림에 홍보를 위해 시작한 유튜브조차 어딘가 좀 다르다. 임신·출산 정보와 함께 무덤덤한 듯 은은한 재치가 밴 병원 식구들의 일상이 나란히 흐르는 채널. 그 묘한 매력에 빠져, 험난한 길 걷는 그를 달리 응원할 길 없어 사람들은 ‘구독’과 ‘좋아요’를 누른다. 작은 동네 병원이 그렇게 11만 구독자를 모았다. 심 동문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채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단순 후원 의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독자 수와 인기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매력이 따로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의학 정보 채널도, 브이로그도 아니고, 그렇다고 먹방도 아니고요. 그저 채널을 만들고 유지하던 중 공중파 방송에서 저희 병원과 제가 소개되고 나서 응원 차원에서 구독해 주신 분들 덕분에 그런 구독자 분들이 생긴 것뿐입니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채널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은 채널의 성장에 상당히 마이너스가 됩니다. 왜냐하면 알고리즘 혹은 시청자분들에게 어필하려면, 이 채널은 어떤 채널이다 하는 것이 명확해야 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어느 식당에서 돼지갈비도 팔고 냉면도 팔고, 짜장면도 팔고, 돈가스도 팔고 하면 아마 유명해지긴 어려울 것입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한 가지를 잘 하기도 어려운데 그렇게 여러가지를 다루다 보면 어느 것도 높은 수준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이런 정체성의 문제를 조금 해결해 보고자 해서 아주 사적인 내용, 산부인과 채널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영상은 따로 '까칠의'라는 서브 채널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자주는 못 올리지만.”

-직원들과 함께하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같이 야식을 먹거나 한 명 한 명 캐릭터를 설명해 주기도 하지요. 부담스러워하진 않나요.
“아무래도 의사 혼자서 출연하는 영상은 소재의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무엇보다 그런 영상은 재미가 없지요. 더불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의 영상이라면 저 혼자서 나레이션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저희 채널은 제 개인 채널이라기보다 진오비 산부인과라는 이름에 걸맞게 저희 병원을 보여주는 채널입니다. 그러니 원장인 저뿐만 아니라 소속된 직원 모두가 참여해서 함께 가꾸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월급을 받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원장이 운영하는 채널에 등장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채널의 컨텐츠를 풍부하게 하는 차원에서 제가 이런 철학을 잘 설득해서라기보다...원장의 갑질로 참여 시키고 있습니다. ㅎㅎ”

-최근 출산 후 인터뷰가 올라오던데요.
“임신과 출산은 임신하지 않고 출산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매우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평소 제가 가진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을 제 목소리보다는 실제 출산하신 분들이 들려 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임신·출산에 부정적인 일부 인식이 좀 바뀔까요.
“제 개똥철학 중 하나가 '세상은 자신이 보는 대로 보인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세상이 살 만한 곳이 아니고 여럿이 (부부 둘 혹은 아이 포함 세명 이상) 함께 사는 세상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좋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보이고, 반대로 생각하면 또 정말 그렇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에 썼던 졸저 '낙태와 낙태'에 담기도 한 내용 중 하나를 말씀드려 봅니다.
상자 안에는 깨지기 쉬운 전구가 들어 있습니다. 안에는 깨져서 베기 쉬운 날카로운 유리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누군가 망치로 상자를 깨서 확인하면 정말 상자 안에서 그런 위험한 물건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상자 안에는 동그랗고 예쁜 것이 들어 있으며 소중하게 개봉해서 에너지를 연결하면 세상을 밝힐 무언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면 정말 그런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보고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집니다. 결혼 혹은 출산, 그리고 가족에 대하여 결혼하는 것이 정답이고 출산하는 것이 삶의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어느 것을 원하고 바라 보느냐에 따라 그런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것 뿐입니다. 저는 화려한 싱글 침대에서 혼자 자는 것보다 초라한 더블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이 긴 인생을 좀더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생아 10명 중 6명이 제왕절개로 태어난다는데, 진오비산부인과는 아직 자연분만을 최우선으로 권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택하고 개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추측한 두가지 예상이 있었는데 모두 틀렸습니다. 첫 번째 추측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출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니, 출산을 돕는 산부인과 의사의 필요성은 항상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낮은 초저출산이 되어 출산을 돕는 의사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추측은 자연적인 것이 인간이 만들어 낸 것보다 좋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분만을 최선을 다해 돕고자 노력하고, 그런 결과물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일선 현장에서 차별점이 되어 비록 큰 규모의 병원이 아니라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자연분만율은 신모분들께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규모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개업가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더라도 제가 병원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제가 가진 철학을 포기할 생각은 없고 하는 날까지는 지금처럼 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그런 철학을 인정 받아 후배들이 따라 하고 싶은 좋은 본보기의 병원이 되는 것은 틀리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옛 산모들이 개원기념일을 챙기는 병원은 처음 봤습니다. 좋아해주는 이유가 뭘까요.
“산부인과뿐 아니라 다른 과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출산을 도와 준,혹은 질병의 치료에 도움을 준 의사나 간호사등 의료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산모 혹은 환자분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호의와 감사의 마음 덕분입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제가 산부인과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만, 산부인과 병원이 출산만 하고 다시 방문하지 않는 그런 곳으로 끝나기보다 출산하고 나서도 나중에 놀러 오고 싶은 병원이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운영 초기에는 그런 산모들의 모임도 제가 적극 개입해서 만들곤 했는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고 저도 게을러지고 하여 지금은 산후맘 모임의 구성을 거의 돕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심 산부인과’란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잉진료라는 말이 지금도 널리 쓰이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의료라는 것은 특수성이 있어서 어디까지가 과잉이고 어디까지는 적정이며 어느 수준부터는 부족한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양심 산부인과로 보아 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양심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비양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의 대부분 의사는 모든 산모의 순산과 모든 환자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자신이 생각한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합니다. 다만 검사의 범위에 대해서 그리고 치료의 방법에 대하여 의사간에 호불호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소수이기는 하지만 누가보더라도 비양심이라고 할만한, 할 필요가 없는 검사나 해서는 안되는 치료를 하는 의사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떤 직종에서도 있는 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분만 연락이 올까봐 쉴 때도 병원과 1시간 거리 이상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요.
“의사 혼자 출산 산부인과를 운영하다 보니 운신의 범위가 좁습니다. 멀리 가긴 부담스럽고 두어 달에 한 번 부모님댁, 처가댁 가는 게 사회생활의 전부입니다. 원래도 불효자인데, 병원 하면서 좋은 구실까지 생겨 ‘찐 불효자’로 삽니다. 나쁜 남편, 도움 안 되는 아빠의 삶은 덤이지요.”

그래도 채널에는 병원 근처에서 했던 아내와의 주말 데이트, 가족 나들이 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여가 시간에는 직접 산모수첩을 만든다. 손제본한 책자에 초음파 사진과 설명을 붙여 산모에게 건넨다. 산모들이 입모아 감동했다는 선물이다. 이젠 유튜브 촬영과 편집도 여가를 채우는 일이 됐다. “유튜브는 병원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개인 취미로도 손색 없다”고 했다.

-기록을 워낙 좋아하시고, 미술을 좋아해선지 영상에 강점을 보이시는 것 같아요. 유튜브가 잘 맞아 보입니다. 
“유튜브는 병원의 홍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었지만 제 개인적인 취미로도 손색이 없어서 좋습니다. 그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러 난관 때문에 지금은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상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은 대단한 장비가 필요하거나 한번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 다른 취미가 없는 제게 안성 맞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 제작이라는 것을 모를 때에 비하여 훨씬 많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선 '진실한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수익이 병원에 보탬이 되나요. 
“병원 운영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경제적인 점보다도, 다들 어려우실 텐데 십시일반 도와주려 애쓰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이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됩니다.” 

-많이 듣는 말이겠지만, 힘들지 않으신가요. 
“힘듭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같은 의사 중에서는 출산을 돕는 산부인과 의사의 삶이 조금더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들 기피과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편한 길도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든 길을 택했냐고 누군가 물어 본다면 그렇게 말해 줄 겁니다. '나도 몰랐다.' 미리 알았다면 아마 다른 길을 갔을 지도 모르겠는데 가서 한 30년쯤 살아 보니 정말 만만치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막연한 느낌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미 거의 다 온 길이고 이제 돌아갈 시간도 힘도 없습니다. 그러니 비록 길지 않은 길이겠지만 남아 있는 길도 그냥 가는 수밖에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은퇴 후엔 다른 삶을 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여행 유튜버로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해 보지 못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해 볼 가능성이 매우 낮기도 하니까 그런 상상을 가끔 해 봅니다.”


심 동문은 매주 수요일 저녁 라이브 의료상담을 연다. 채널 멤버십에 가입해 그를 응원할 수 있다. "아직은 혜택이 없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멤버십에 가입하신 분들께 어떤 식으로 답례를 해야 하는 지 고민"이라고 했다. 서브 채널 ‘까칠의’에는 지극히 사적인 영상을 올리고 있다.


▷심상덕 동문의 '진오비 산부인과' 채널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gynob
▷심상덕 동문의 개인 채널 '까칠의'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ggachildr

박수진 기자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