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45호 2023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문 유튜버: 과거의 나와 수학으로 나누는 대화

만만한 수학 TV 이상준 동문

동문 유튜버
  
이상준 (수학97-02) 경희대 수학과 교수 ‘만만한 수학TV’

과거의 나와 수학으로 나누는 대화



없는 게 없는 유튜브엔 대학 교수의 수학 강의도 있다. 미국 에모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경희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준 동문의 ‘만만한 수학TV’. 미적분학, 정수론 등 대학수학 키워드 검색 1위 채널을 달리는가 하면, 초등생 아들과 분수 문제를 풀며 ‘아빠표 수학’ 영상도 올린다. 수학만으로 1만6000 구독자를 모으는 일을 해낸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나의 수학에 대한 공부 비법을 녹여 놓은 곳'이라고 채널을 소개하셨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와 현재의 두 형사가 시간을 넘는 비현실적인 무전기로 연락하죠. 제 유튜브 채널은 ‘현재의 저’와 ‘과거의 저’ 사이의 <수학 시그널>이에요. 첫째로, 이 채널은 20여 년 전 ‘대학생 시절의 저’와의 수학 시그널이에요. 저는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전공을 선택했지만, 전공과목이 너무 어려워서 수학에 흥미를 잃고 심지어는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자책한 적이 많았어요. 나중에 좋은 공부 방법을 깨닫자 수학이 쉬워지기 시작했어요. 이 노하우를 가지고 과거의 저와 소통하듯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강의 영상을 올린 것이 제 유튜브 채널의 시작이었어요.
둘째로, 이 채널은 30여 년 전 ‘초등학생 시절의 저’와의 수학 시그널이에요. 저는 초등학생 때 수학을 잘하지 못했는데 제 아들이 벌써 그 나이가 되었더라고요. 그 당시 저와 소통하듯 아이와 대화하며 가르치고 있고, 모든 과정을 유튜브에 담고 있어요.”

-댓글에 공대생, 타 대학 학생 등의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대학생도 수학 강의에 목말랐구나 싶어요. 
“많은 대학생, 편입준비생, 교원 임용고시 준비생이 전공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수학 공부를 했죠. 그런데 대학에는 사교육이 별로 없거나 비싸고, 또한 많은 문제를 풀 시간도 없으니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그에 반해 대학수학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영상이 많지 않은데, 제 채널의 영상들은 대학 전공 수학을 고교수학과 연결해 설명하고, 쉽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여러 분들이 시청하고 있는 것 같아요.” 

-채널의 다른 한 축이 자녀와의 문제 풀이 영상이지요. 함께 수학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초등생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내고 있었는데 수학에 흥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가르쳐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모든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초등생이었던 저와 지금의 아들이 생각이 비슷해서 신기한 것 같아요. 때로는 아이가 촬영에 부담을 느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이 대견해요.”


이상준 동문의 '스튜어트 미분적분학2' 강의 영상 캡처. 


-내 아이 가르치기가 그리 힘들다고 하던데, 비법이 뭘까요. 
“자녀를 직접 가르치기가 정말 쉽지는 않아요.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원하는 만큼 잘하지 못할 때, 솔직히 울화가 치밀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시나브로 발전해가는 것을 보면 정말로 뿌듯해요.
아이를 잘 가르치는 비법은 아이가 자신의 풀이를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개념과 풀이 방법을 명확하게 깨닫는 것 같아요. 더 중요한 건 수학에 자신감도 생기고요. 아이가 수학이 만만해지고 재밌어졌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직접 가르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일 방법을 잘 모르시면 제 채널을 구독하시면 간단히 해결되겠죠.”

-댓글에서 '수학 금수저'라며 자녀분을 부러워 하더라고요. 의견이 분분한 수학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금수저 댓글을 봤어요. ㅎㅎ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 많이 보시지 않더라고요. 선행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의 선행은 도움이 되지만 무리한 선행은 오히려 수학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 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의 풀이를 직접 써보거나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학 제자들도 많이 구독할 것 같습니다.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모든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해 놓고 있어요. 결석하거나 수업 시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인강)에 익숙해서 좋아하는 것 같네요.”

-유튜버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전문적인 채널로 확장해서 여러 과목과 프로그램으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요. ‘실버 버튼’도 받고 싶구요! ‘수포자’의 반대개념으로 ‘수놀자’ 즉 ‘수학으로 놀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 채널을 통해 수놀자가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해요.”


▷이상준 동문의 '만만한 수학TV'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manmanmath


박수진 기자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