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호 2023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NYT는 ‘가짜 뉴스’ 대신 ‘잘못된 정보’란 용어 쓴다
설즈버거 NYT 회장 특강
NYT는 ‘가짜 뉴스’ 대신 ‘잘못된 정보’란 용어 쓴다
설즈버거 NYT 회장 특강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A.G. Sulzberger) 뉴욕타임스 회장이 10월 19일 모교를 찾았다. 1896년 뉴욕타임스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의 4대 후손인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현재 발행인을 맡고 있다. 이날 관악캠퍼스 체육문화교육연구동에서 국제협력본부 주관으로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the Free Press)’이라는 제목의 초청 강연을 열었다.
이날 설즈버거 회장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 요소로 저널리즘 산업의 침체, 빅테크의 정보 전파 생태계, 사회 양극화 등을 들었다.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에 언론이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 그는 “소셜 미디어로 인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묶어서 분류하고,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게 쉬워졌다. 언론은 그런 흐름에 따르기를 거부해야 한다”며 “설령 진실이 대중적이지 않고, 곤란하게 만들더라도 언론인은 진실이 이끄는 대로 따라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활용되면서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언론인은 어려운 질문을 하고, 크로스체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인의 책무도 강조했다. 동석한 캐롤라인 라이언 편집국장은 “언론인들은 우리가 저널리즘을 어떻게 실현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2016년 트럼프의 납세 논란을 파헤친 뉴욕타임스의 특종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해당 보도는 충격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치열했던 취재 뒷이야기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우편함으로 문건을 제보받고,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을 기자의 시점에서 상세히 밝힌 기사는 이례적이었지만 저널리즘의 정수를 대중에 알렸다는 자평이다.
‘가짜 뉴스’에 대한 생각을 묻자 설즈버거 회장은 “뉴욕타임스는 ‘가짜 뉴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정말 음흉한(insidious) 말”이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가짜 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표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추악한 순간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치 독일, 스탈린주의 소련 등이 나라를 장악하고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기 위해 쓴 것이다.”그는 “뉴욕타임스에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disinformation)’라는 말을 쓴다”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환경을 통제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 또한 책임감을 갖고 올바른 정보를 인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이다. 뉴욕타임스의 유료 디지털 구독자 수는 지난해 2월 기준 1000만명에 달한다. 그는 “아직도 디지털 전환은 진행 중이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계속 변화하는 저널리즘과 다른 미디어들을 찾아내고 참여하는 인류 역사의 파괴적인 시기에 살고 있다. 그동안 잘해온 만큼 만족할 수도 있었고 더 어려웠지만 우리는 변화하려는 자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자들의 목표는 신문 1면에 실리는 것이었지만, 오늘날엔 뉴욕타임스의 팟캐스트 ‘The Daily’에 기사를 올리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구독 비즈니스의 핵심은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가졌는가의 여부다.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틱톡(쇼츠 위주의 SNS)이든, 전통적인 수단이든 뉴욕타임스만의 특별한 무언가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I 또한 “탐사보도를 위한 도구로서 가치 있다”는 한편, AI 사용으로 인해 언론이 신뢰를 잃는 것에 대해선 “저널리즘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우리에겐 밖에 나가 사람들과 대화하며 취재하는 동료 기자들이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사를 보장하는 편집자들이 있다. 인터넷에 인공지능 기사가 넘쳐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저널리즘은 다르다는 걸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언젠가 뉴욕타임스도 종이 신문 발행을 멈출까”란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사뭇 낙관적이었다. “20년 전부터 신문의 종료를 예측해왔고, 젊은이들이 신문과 멀어지고 있지만, 신문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정말로 신문에 충성도가 높다. 우리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신문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