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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2023년 6월] 뉴스 모교소식

“관악캠퍼스, 평생 달린 곳 중 가장 힘든 코스였다”

안철수 동문 건강콘서트 참석   

“관악캠퍼스, 평생 달린 곳 중 가장 힘든 코스였다”



5월 24일 안철수 의원(왼쪽 첫째)과 김병지 강원FC 대표(가운데)가 건강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안철수 동문 건강콘서트 참석   
김병지 선수 등과 마라톤 예찬


“정치 10년 정도 하면 온갖 사진이 다 찍혀요. 조는 사진 안 찍힌 정치인이 없죠. 전 한 번도 없습니다. 체력이 좋아지니 공식 석상에서 잠을 안 자요.” 

5월 24일 관악캠퍼스 중강당에서 열린 건강 토크콘서트 ‘운동에 꽂히면 그대는 꽃이 되리’에서 국회의원 안철수(의학80-86) 동문이 마라톤을 시작하고 달라진 점을 묻자 답한 내용이다. 안 동문은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김병지 강원FC 대표, 김유겸(체육교육94-98) 체육교육과 교수와 함께 이날 강연에 참여해 원없이 ‘달리기 예찬’을 펼쳤다. 

안 동문은 50대에 달리기를 시작해 풀코스 마라톤을 3번 완주했다. 마라톤 이야기만 모아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책도 냈다. 그는 먼저 두 개의 마라톤 완주 메달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2019년 베를린 마라톤을 3시간 46분대에 완주하고 받은 메달과 뉴욕 시티 마라톤 풀코스 완주 메달이다. “다른 종목은 가장 빠른 순대로 1, 2, 3등을 주고 나머진 탈락이잖아요. 마라톤은 속도와 상관없이 완주한 전원에게 메달을 줍니다. 사실  32km쯤 넘어가면 그 다음부턴 아무리 뛰어도 숫자 33이 안 보여요. 꾹 참고 33km을 지나 결국 42km까지 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주는 메달이라 의미가 크죠.”

학창 시절 운동을 즐기지 않았지만, “참는 것 하나는 잘해서 단거리 달리기는 중간 이하여도 1000m 넘어가면 무조건 1등이었다”는 그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초빙연구원으로 체류하며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가 만 56세. 마라톤 앱을 켜고 시키는 대로 무작정 따라 뛰었다. 1년 만에 풀코스를 완주 하고 “인생에 늦은 때는 없음을 절감했다”고 했다. 

달리기는 정계에 입문하고 받은 상처를 치유해 주기도 했다. “정직하게 사실을 비판하면 받아들이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할 텐데, 거짓말로 날조된 것엔 마음의 상처를 받거든요. 그러다가 한번 뛰기 시작했고,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마음이 아픈 걸 잊어버릴 수가 있더라고요. 뛰다 보면 힘들어서 우선 살아야겠단 생각이 드니까 현재를 살아가는 힘도 얻었죠.” 뇌를 포함해 신체가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안 동문은 일주일에 200km씩 뛰던 시절 30년 전 체중을 회복했다. “정신력이 체력을, 체력이 정신력을 기르는 것”, 그가 발견한 운동의 본질이다.

안 동문은 해박한 마라톤 지식을 뽐냈다. SBS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여자 축구팀을 지도 중인 김병지 대표가 “축구 하는 여성이 늘어났다. 여성분들도 할 수 있고, 하면 된다”고 말하자 이어 덧붙였다. “마라톤은 남녀 차별이 가장 심한 스포츠였어요. 1970년 이전까지 자궁이 흔들린다는 비과학적인 이유로 여성의 참여를 금지했거든요. 196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캐서린 스위처라는 선수가 남장을 하고 뛰자 주최측은 방해하고, 같이 뛰던 남성들은 그걸 막으려 몸싸움을 벌였죠. 결국 완주했지만 실격 당했습니다. 1970년부터 규정이 바뀌었고, 2017년 캐서린 스위처는 다시 완주했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죠.” 

귀가 솔깃한 세계의 이색적인 마라톤도 소개했다. 하루 종일 걷기만 해도 완주 메달을 주는 호놀룰루 마라톤이 올해 열린다. “시간 있으면 꼭 해보고 싶은 건 보르도 마라톤이에요. 저렴한 와이너리에서 시작해 30km를 넘어가면 세계 최고급 와이너리를 통과하게 돼요. 통과할 때마다 와인을 주고요. 참고 꼭 달리면 최고급 와인을 마실 수 있는데 처음부터 취해버리니 세계 마라톤 대회 중 완주 비율이 꼴찌랍니다(웃음).”

그가 구상하는 정책에도 달리기가 빠지지 않는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꼭 하고 싶은 것중 하나인데, 기록과 상관 없이 5km 완주하는 사람은 매달 건강보험을 대폭 깎아주는 겁니다. 5km를 정기적으로 뛸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해서) 병원에 잘 안 가죠. 건강보험료도 절약하고, 국민 건강에도 좋을 겁니다.” 이상적인 리더십으로는 남의 완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페이스 메이커’ 리더십을 꼽았다.

“만 19세부터 달리기를 시작한다 치면 보통 27세쯤에 속도가 가장 빨라요. 그 다음부터 천천히 떨어져 65세가 되면 19세와 속도가 같아집니다. 세상에 그런 운동이 없죠. 꾸준히 하기 힘들면 여러 기제를 만들어 두세요. 가족과 함께하거나 러닝 크루에 드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좋은 운동복과 신발을 사면 아까워서라도 뛰게 돼요(웃음).” 몇 해 전 모교 재학생과 관악 주민들이 결성한 러닝 크루와 함께 관악캠퍼스 5.5km 코스를 달렸던 그는 “평생 뛰어본 것 중 제일 힘든 코스였다. 후반부에 쉴 틈도 안 주고 경사가 높아지더라”며 “꼭 한 번 시도해 보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가도 가도 목표에 가까워지지 않을 땐 제 발을 봐요. 한 걸음 한 걸음 제 힘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달해 있더라고요. 삶에서도 작은 승리감을 얻으면서 나아가다 보면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