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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호 2023년 3월] 기고 에세이

복합 위기의 시대, 관악이 할 일


복합 위기의 시대, 관악이 할 일


주영섭
기계공학74-78
모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세계는 지금 초변화 대전환 시대이다. 세계 경제환경, 기술, 세대·사람, 자본주의와 정부정책, 경영 철학 등의 총체적 대변화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그리고 미중 패권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신냉전 시대 등 전대미문의 문명사적 대변화가 진전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과 그린 대전환, 코로나 팬데믹과 신냉전 시대에 따른 문명 대전환 등 3대 대전환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 각국은 단기적으로는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금리 상승,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과 원자재 가격 불안 등 수요 및 공급, 실물 및 금융 등 전체적 측면에 걸친 미증유의 복합위기 극복에 매진하면서 향후 세계 패권을 결정할 디지털·그린·문명 대전환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있다.

초변화 대전환과 함께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핵심에 있는 반도체 패권에 대만과 한국이 깊게 관여되어 있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북한의 핵무장과 도발 위협, 일본의 재무장 등 매우 예민하고 엄중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역시 정치, 외교, 안보, 경제, 과학기술, 군사 등 총체적인 사안으로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분야를 종합하는 복합적 해법이 필수적으로 요구 된다.

우리나라의 명운을 건 중차대한 당면 과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나 산학연관의 국가적 협력이 절실하다.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미중 패권 경쟁도 과학기술 중심의 기술패권 전쟁이다. 기술은 이제 경제, 정치, 외교, 안보, 군사 등 모든 분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자 생존 요건이 되고 있다. 기술 패권은 과학기술인들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 분야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서울대학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이다. 1971년 관악캠퍼스 기공식에 축시로 낭송된 이래 서울대인의 사명이 된 정희성 시인의 명구가 명실공히 이름값을 할 때가 온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2000여 교수진, 3만 학생만이 아니라 44만 동문이 모두 힘을 모아 국가적 당면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션 정의가 중요하다.

서울대가 TF팀을 만들어 디지털·그린·문명 대전환 등 국가적 미션을 세부적으로 정의하고 이의 범국가적 해법 마련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국가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미션을 설정하고 서울대가 중심이 되어 미션 중심의 실행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이 미션 중심 패러다임의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미국은 NASA를 통한 수천 가지 혁신 기술 개발로 우주 기술경쟁에서 앞서는 건 물론 일약 세계 최고의 기술패권 국가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를 벤치마킹한 유럽연합(EU)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구현, 치매 부담 반감, 해양 플라스틱 저감 계획도 대표적 미션 중심의 국가적 대응 사례이다. 이제 관악이 보여줄 때이다, 힘내라, 관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