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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2023년 1월] 뉴스 기획

‘캉캉’에서 ‘도레미송’까지 노장들의 1시간 30분 열연

모교 명예교수 취미 동아리 MAHA
‘캉캉’에서 ‘도레미송’까지 노장들의 1시간 30분 열연
 
모교 명예교수 취미 동아리 MAHA


11월 29일 삼익아트홀에서 열린 브레멘음악대 제1회 하모니카 연주회에 참여한 윤여창·안희수·최성재·이윤석·김정은·김하석·박종신·현정오·황용승 동문, 최세용 교수(왼쪽부터).


지난해 11월 29일 저녁. 서울 학동 삼익아트홀에서 의미있는 음악회가 열렸다. 서울대 MAHA 브레멘음악대의 제1회 하모니카 정기연주회. 학문적 카리스마를 떨치던 모교 명예교수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관객 앞에 섰다. 

현정오(농생물66-70)·윤여창(임학74-79) 명예교수의 ‘생명의 빛’(아우네스 곡) 연주로 시작해 음악대원 전원의 ‘캉캉’(오펜바흐 곡) 합주, 그리고 앵콜곡 ‘도레미송’까지 더하며 1시간 30분에 걸친 첫 연주회가 가족 지인들의 열렬한 박수갈채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연주회에 현정오·윤여창·안희수(지구과학교육61-65)·김하석(화학63-67)·최성재(사회사업66-70)·황용승(의학69-75)·박종신(섬유공학75-79) 명예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코로나 기간, 줌 레슨 등을 통해 하모니카를 익혔다. 선생님은 이윤석(작곡17졸) 하모니시스트. 노르웨이 음악원 역사상 최초 하모니카로 입학한 최정상 연주자다. 
음악에 문외한인 이들은 매주 1회 한 시간씩 연습하며 C장조의 대중가요부터 간단한 클래식 곡까지 익혔다. 황용승 동문은 두바이에서 지내면서 새벽 2시에 일어나 줌 레슨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대원 중 가장 열심히 참여해 이윤석 스승에게 감동을 준 최성재 동문은 “어디서든 쉽게 들고 다니며 부담 없이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지만, 처음엔 악보 읽기도 쉽지 않았다”며 “어설프긴 하지만 연주회까지 열고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함께 뭔가를 했다는 데 큰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노령화 사회 복지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악기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게 노년들의 정신 건강에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제1회 하모니카 연주회 열어 
 김정은 간호대 교수 리더 맡아 
“의미있는 노년의 활동 응원”

윤여창 동문은 “홀로 있을 때 즐길 수 있는 악기를 배워 좋다. 좀 더 익혀 친구, 가족 모임에서 한두 곡 뽐낼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연주회 사회를 맡은 김정은(간호73-77) 명예교수는 ‘MAHA(My Active & Healthy Aging·이하 마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번 연주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하’의 리더이기도 하다. ‘마하’에는 산스크리트어 ‘마하반야…’의 ‘위대하다’, 속도 단위 ‘마하(Mach)’의 의미도 담겨 있다. ‘활동적이고 건강한 은퇴 후의 시간을 같이 만들어 가자’는 목적을 갖고 2020년 가을 시작된 모교 명예교수들의 동아리 활동이다. 현재 3기까지 34명의 명예교수들이 참여해 브레멘음악대를 비롯해 자서전 쓰기, 건강 걷기, 살롱(한달에 한 번 모여 소소한 이야기 나누는 모임), 전공 연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정은 리더는 “은퇴와 함께 사회에 대한 더 이상의 큰 책임과 의미를 덜어내고 이제부터라도 자신에게 더욱 충실한 시간을 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마하 프로젝트를 실천하게 됐다”며 “마하는 항상 새로운 길을 떠나는 원정대의 의미를 담아 ‘마하원정대’, 명예교수님들을 ‘마하원정대원’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반지원정대의 주인공처럼. 
브레멘음악대는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음악대에 등장하는 가축들이 늙어 쫓겨나지만,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을 갖고 브레멘의 음악대가 되는 모험담에서 따왔다. 
김 리더는 “이번 연주회에 의도적으로 제1회 정기연주회라는 제목을 붙였던 이유는, 첫 데뷔는 떨리는 마음으로 겨우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멋진 연주회를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리더는 마하 프로그램으로 반려동물, 록밴드, 도예, 명화감상, 국궁교실, 와인클라스 등도 기획했다고 했다. 
그는 “올해 4년 차에 접어드는 ‘마하’가 국가, 사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모교 명예교수님들이 자신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 데 비비고 기댈 수 있는 작은 언덕으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리더는 가야금, 승마, 국궁, 검도 등의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교수승마클럽 회장이기도 하다. 
김남주 기자